코로나19 재확산 위기 속에 국회가 11개 상임위·특위를 열고 2019년도 결산안 처리를 진행했다. 다만 여론 관심을 반영한 듯, 예산결산특별위원회나 다른 상임위 회의에서도 질의·답변은 결산안 자체보다 코로나 상황 등 현안 위주로 진행됐다. 정부·국회도 코로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해, 의원 질의에 답해야 할 정부·법원 등 고위 관계자들이 자가격리되면서 의원들이 '누구에게 질의해야 하느냐'고 황망함을 호소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정세균 "잘못된 집회 허가"…추미애 "불법 집회로 추정돼"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 답변에서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법원 결정에 대해 "너무 유감스럽다"며 "매우 안타까운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그런 집회를 허가하면 원래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집회를 진행할 거란 판단은 웬만한 사람이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것을 (법원이) 놓쳤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잘못된 집회 허가 때문에 그런 것들(방역조치)이 다 무너지고, 정말 우리가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도 했다. 정 총리는 전광훈 목사 등 집회 주최·참가 측의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구상권 청구 등 엄정한 대응에 나설 방침을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예결위 답변에서 "근거 없는 낭설을 유포하고 조직적 역학조사 거부, 방해 움직임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며 "가짜뉴스, 허위 조작정보 생산 행위는 국가 방역체계 작동을 방해하고 국민 안전·생명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다. 엄중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그 집회가 불법집회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데, 그렇게 추정되고 있다"고 조사 결과를 예측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는 "최대한, 최고의 법정형을 구형하도록 제가 지시한 바 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첨언했다.
추 장관 역시 법원 결정에 대해 "집회를 허가할 때는 인원 수 100명으로, 방역 준칙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허가됐는데, 그 수십 배가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고 언급했다.
법원·인권위 관계자 전원 국회 불출석…코로나로 자가격리
다만 이날 예결위는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주로 민주당 의원들이 법원의 '집회 허용' 결정과 관련해 법원 관계자들을 불러 질의하려 했지만, 법원행정처에서는 이날 아무도 예결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직원(조직심의관)의 부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자택 격리된 때문이다.
8.15 집회 관련 사안을 물으려 했던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차장은 출석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고, 법원행정처 대상 질의는 건너뛰고 국가인권위 관계자를 불렀으나 인권위 최영애 위원장 등도 자택 격리 중이자 "계셔야 질의를 할 것 아니냐"며 난감함을 보였다. 정성호 예결위원장도 "저도 좀전에야 알았다"며 "(기관장이 격리된) 해당 기관들은 실무자라도 출석시켜 달라"고 지시했다.
코로나뿐 아니라 국회 위원회들 간에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도 있었다. 예결특위 위원들이 불러 답변을 듣고자 했던 최재형 감사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각각 같은 시간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답변 중이었다. 정 예결위원장은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기관장이 이석한 기관들에 경고를 했고, 예결위 여야 간사도 "감사원장이 왜 이석했느냐. 협조해 달라"(추경호), "상임위가 우선이라고 한다. 조율 중이다"(박홍근) 등 에둘러 유감 표명을 했다.
정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 말대로, 상임위 결산보다 예결특위 결산이 더 우선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굳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상임위와 예결특위를 동시에 잡아 놓고 동일인에게 두 군데에서 동시 출석을 요구한 것은 국회 운영 자체가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입법부가 스스로 반성할이지 행정부·사법부 소속 기관장들을 탓할 일이냐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국회의장 출신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예결위 위원장·간사단이 국무위원 불출석에 불편함을 표하고 특히 위원장이 "불이익" 운운하자 이례적으로 "제가 한 말씀 드리겠다"고 나서서 "국무위원들이 국회 외부에 나가서 일을 보는 게 아니지 않느냐. 국회 안에서 상임위냐, 예결위냐 하는 문제인데, 이런 경우는 너그럽게 살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꿩 대신 닭'이 여기 있지 않느냐"며 굳이 각부 장관을 찾이 않아도 각부를 통할하는 자신에게 물으면 될 일이라는 취지로 반론하기도 했다. 다만 행정부 소속 국무위원들은 상관인 정 총리가 대신 답변을 할 수 있다 해도, 독립 기관인 감사원장·인권위원장이나 사법부 소속 법원행정처장은 정 총리가 대변할 수 없다.
유은혜 "비대면 수능은 당장 실현 어려워"
예결위와 같은 시각에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의 수능 실시 관련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답변이 주목을 받았다. 유 부총리는 2021학년도 수능 대비 코로나 비상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능은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비대면으로 시험을 보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당장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수험생을 절반으로 나눠 문제를 A형·B형으로 따로 출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시험 출제를 두 유형으로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또 "안전을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질본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고사장이 (두 배로) 많아지면 이동 거리, 감독관 배치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난색을 표했다. 다만 그는 "확진자는 입원 병원에서, 자가격리자는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현재로서는 "12월 3일 수능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까지 간다면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 있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수능 연기)를 먼저 하는 것은 현장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도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 관련 원격 수업 대책도 논의됐다. 유 부총리는 "1학기에 원격 수업을 하면서 '쌍방향·실시간' 수업을 한 학교는 10% 내외로 파악되는데 만족도가 높았다"며 "쌍방향 실시간 수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해 2학기 때는 20~30%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4월에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교육방송공사(EBS) 등이 300만 명이 동시접속 시스템을 갖췄다"며 "원격수업시 도움이 필요하거나 부진한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소(小)그룹 대면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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