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를 강제 배정하고 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선출한 데 대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원내지도부가 사의를 표명하며 강력 항의했다. 통합당 의원들의 만류에도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퇴 의지가 완강하다.
주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15일 오후 본회의에서 여당이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 위원장을 강행 선출하자, 같은 시각 개최 중이던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사의를 표한 후 퇴장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은 법사위를 못 지켜내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렇게 파괴되는 것을 못 막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며 "제가 책임지기로 했다"고 사퇴 의지를 밝혔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도 "본회의장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의원 상임위를 강제 배정해 위원장을 선출하는 초유의 폭거가 진행중"이라며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조금 전 의원총회에서 사퇴의 뜻을 밝혔다"고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다만 "의총 내에서는 '원내대표가 처한 처지가 굉장 어렵고, 협상이 협상이 아닌 협박이어서 원내대표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압도적 표로 당선된 주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 '주 원내대표를 다시 (의총장에) 오게 해서 힘을 실어주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주 원내대표에게) 사퇴하라는 목소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 배경과 관련, 최 원내대변인은 "법사위가 가장 큰 현안이었다"며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지금과 똑같은 의석 분포가 여야가 뒤바뀌어서 있었는데, 당시 81석이던 민주당이 당당히 차지한 게 법사위였다"고 지적하고 "의원들 전원이 이견 없이 '법사위 없는 야당은 무의미하다', '법사위 없는 상임위 배분은 무의미하다'고 하고 있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향후 대응과 관련해 "민주당이 상식과 원칙을 깨고 (위원장 선출) 투표를 진행한 만큼, 비상한 각오와 대책이 있어야 하고 전부 중대한 각오를 해야 한다는 비장한 분위기"라며 "지금 상태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상임위에 참여할 수는 없다. 여당이 (기 선출한 위원장직에 대해) 다시 협상하기 바란다"고 했다.
기자들이 '원내에 복귀해서 싸우자는 목소리는 없느냐'고 묻자 최 원내대변인은 "없었다"며 "최소한의 자존심도 짓밟고 뺏아가지 않았느냐. 국회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하겠다"고 했다. 장외투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주호영 원내지도부의 사의 표명은 1차적으로는 여당에 대한 항의의 뜻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총 참석자들 중 일부는 "주 원내대표가 (뜻이) 확고했다. 강경하더라"(박덕흠 의원)고 전하는 등 제1야당 원내지도부 공백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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