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주년 노동절이던 5월 1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주최한 '포스트 코로나' 정책 세미나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명명했지만 사실상 '소득 중심 사회보험 개편' 논의를 촉발시켰다. 대통령의 취임 3주년 국정연설(5.10)을 거쳐 공식화된 '전 국민 고용보험'은 대통령의 3가지 당부(5.12 국무회의)를 통해서 다시 강조되었다. 그것은 "실기하지 말고, 과감해야 하며, 치밀하고 섬세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으로, 고용안전망 추진과 이를 위한 소득파악 시스템, 그리고 재원 대책이 언급되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전 국민 고용보험을 포함해 사회보험을 소득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이를 위한 세부적인 실행방안 제안한다.
의존적 취업자: 소득 기반으로 보험료 납부하고 사업체도 기여해야
사회보험 사각지대 논란의 핵심 대상은 '의존적 취업자'다. '의존적 취업자'는 기존 상시·임시·일용근로자와 더불어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 또는 플랫폼 노동자와 같이 '사업장 제공자에 종속 계약된 의존적 도급인'이 포함된다. 이를 소득중심 사회보험 개편방안 적용 가능성에 따라 '시간제 노동자'와 '특고 및 플랫폼 노동자'로 구분해 살펴보자.
시간제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우선 고용보험법과 국민연금법 등 사회보험법에 소득 중심의 사회보험 운영의 기본원리를 천명하고, '근로일수와 근로시간에 따른 근로자 적용 제외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근로소득이 발생했다면 근로일수 또는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사회보험료를 징수하되, 신규 가입자의 사회보험료 부담 최소화를 위해 근로자와 영세자영자에 대한 사회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
특고 노동자의 경우, 근로자성 논란과는 별도로, 이들에게 사업장을 제공하고 소득을 지급하는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은 개인별로 사업소득 또는 기타소득을 월 단위로 신고한다. 이때, 소득은 종합소득신고에서 산출되는 사업소득금액(총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한 금액)이 아니라 이미 특고 종사자가 근로장려금을 받을 때 적용하는 조정소득(매출에 업종별 조정률을 곱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삼는다.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개인들이 받는 수수료 등 소득을 플랫폼 기업이 월 단위로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한다. 이를 바탕으로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다. 하나 또는 복수 사업체에 노동을 제공한 경우, 각각 신고된 자료를 기초로 개인별 소득이 합산된다. 그리고, 이때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새롭게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험료 전부 또는 일정한 비율을 분기 단위로 직접 환급받을 수 있도록 국세청이 사회보험료를 통합 징수하고 지원도 담당한다.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업장을 제공한 사업체의 사회보험료 부담은 현행 산재보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해당 사업체에 등록된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수수료 등으로 지급된 소득의 총합을 기반으로 사업주의 보험료를 부과하거나, 사업체가 해당 노동자들의 다양한 경제활동(보험계약, 대리운전, 배달 등)으로부터 획득한 수수료 등 이윤을 기반으로 일정한 비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적용할 수 있다. 이때, 사업체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율 수준은 새롭게 결정한다. 특히, 수많은 프리랜서 강사 등 특고 종사자와 단시간 노동자가 활동하고 있는 공공부문은, 우선적으로 정부·지자체, 교육청, 공공기관이 사업장 제공자로서 사업주 몫의 사회보험료를 부담하여 서둘러 사회보험에 가입하도록 실천해야 한다.
독립적 취업자: 근로장려금의 '조정소득'으로 보험료 부과 가능
'독립적 취업자'에 해당하는 자영자(1인 사업자) 또는 사업주는 현행 과세체계를 활용하면 된다. 자영자는 이미 매출정보 기반으로 업종별 단순 경비율 또는 기본 경비율과 필요경비 증빙을 통해서 사업소득금액을 산출하여 종합소득을 신고하고 있다. 여기서, 2000년 이후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투명해진 매출정보 기반으로 근로장려세제(EITC)를 자영자에게 확대하면서 새롭게 규정한 '조정소득'(자영자의 매출에 업종별 조정률을 적용하여 조정소득 산출)'을 활용한다면 자영자에 대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월 단위 실시간 소득·매출 파악시스템을 통해 부가세 신고 주기와는 별도로 매출 정보를 신고하고 이를 활용한다면 근로자와 유사한 형태로 동일한 수준의 사회보험료율을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소득중심 사회보험 개편을 통해 2022년 예정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자영자의 재산 보험료를 폐지하고, 진정으로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도 가능할 것이다.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및 환급 방식으로 개편
전 국민 고용보험이 시행되면 시간제 노동자나 특고 및 플랫폼 노동자, 그리고 자영자들이 새로 보험료를 내게 된다. 이에, 현재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사회보험료 지원을 통해 이들의 부담 혹은 반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최대한 빨리 시행되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어야 하며,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운영 및 환급 방식 개편 역시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 기반으로 국세청 사회보험료 통합 징수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신규 사각지대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두루누리 사업의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하며, 이와 함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안한 '사회 연대적 세수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 면세점 이상 정규 근로자가 혜택을 받는 수조 원 규모의 사회보험료 전액 공제 혜택의 축소 조정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재정지원 확대와 함께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를 위한 재원 일부가 마련될 수 있다.
국세청으로 사회보험료 등 사회적 징수 통합
대통령은 "과거에 머물면 낙오자가 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지만 창의적 사고와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국민이 체감할 수 있고 우리 사회에 '확실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바로 홈택스의 혁신이다. 구체적으로 '홈택스 기반의 월 단위 실시간 소득·매출 파악시스템 구축과 국세청 사회적 징수 통합'이 소득중심 사회보험 개편의 가장 핵심적인 기반이자, 성패를 좌우할 요소이다. 이는 분기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주의 일용근로소득지급조서 제출과 자영자의 매출정보 신고 주기를 월 단위로 단축하는 일이다(예를 들어, 사업주가 매월 지급한 1분기 근로소득 내역을 4월 초 신고하는 방식에서, 1월 지급한 근로소득을 2월 초까지 신고하는 방식으로 전환).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신고, 근로장려세제 등은 현행 주기(연간 1회) 그대로 유지한다. 사회보험료는 급여 또는 소득 지급 시 원천징수하고, 사회보험료 지원을 위한 환급은 분기 단위로 정산하여 근로자나 사업주 개인에게 각각 지급한다.
결국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을 활용한 사회보험료 징수와 환급은 국세청의 역할이어야 한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를 기반으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설계 시 필요했던 전체 취업자(근로자와 자영자)의 소득·매출정보와 분포, 그리고 최근의 변화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영국 통계청은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근 시점의 데이터와 소득 분포를 제공한다. 우리도 소득 중심 사회보험 개편 과정에 이러한 체계를 구축한다면 모든 정책에서 이러한 데이터를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2018년 소득중심 사회보험 개편방안 연구 당시, 영국의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RTI, Real Time Information)을 제안했었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및 재난적 의료비 지원방안 검토 당시 지역가입자에게 근로장려세제의 '조정소득'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만약 홈택스 기반으로 근로소득 신고와 자영자나 특고의 매출정보 신고 주기를 단축하여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을 사전에 구축했다면, 이번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소득과 매출의 급격한 감소를 경험한 근로자나 자영자의 변화를 월 단위로 신속하게 파악하여 긴급재난지원금이나 고용안정지원금 대상을 선정했을 것이다. 어쩌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도 진정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로 이미 개편이 완성되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사회보험료 징수만이 아니라 한부모 가구 양육비 이행 관리,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환수 등 '사회적 징수' 기능을 국세청으로 통합하도록 하자. 이를 위해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하고 가칭 '국세청 사회적 징수 통합 관련 법률(안)'을 제정하기 바란다. 사회안전망 강화의 기반으로 국세청 '홈택스 기반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과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인 동시에,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를 연계한 전 세계적인 'K-정책 플랫폼'으로, 향후 '데이터청'을 중심으로 데이터 거버넌스를 마련하는데 핵심적인 기반이 될 것이다.
실업부조와 근로장려세제도 확대 필요
마지막으로, 제2의 고용안전망인 실업부조와 근로장려세제는 긴급재난지원금처럼 '실기하지 말고'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 실업부조는 노후소득보장 체계에서 국민연금-기초연금의 관계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에 앞서 추진되어야 하며, 실직 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기 전에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없는 청년과 중장년 가구 등에게 절실한 제도이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로 20대 국회 내내 잠들어 있던 법안이 처리되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고용노동부가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인 실업부조 시행일을 금년 7월에서 내년 1월로 오히려 늦춘 것이다. 21대 국회는 하루빨리 시행일을 앞당기고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확대 개편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저소득층 지원수준에 불과한 선정기준(중위소득 50%)을 적어도 중위소득 100% 또는 150% 이하로 확대하고, 1인 가구 생계급여(52만7000원)에도 못 미치는 급여수준(50만 원)은 가구규모별 생계급여 수준으로 지급하거나 평균 가구원수 등을 고려해 적어도 2인 가구 생계급여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2019년 확대된 근로장려세제는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제도이다. 지금 일자리를 잃었거나 무급휴직 상태에 있더라도 2019년 근로소득이나 자영자로서 조정소득이 있었다면, 5월 중에 신청하여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최근 고용동향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저소득 임시일용 근로자 또는 영세자영자 가구에 대해 국세청은 평소 9월 추석 전 지급하던 것을 코로나 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일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책임에도 재산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 가구원 전체 총재산가액이 1억4000만 원 이하면 근로장려금 전액을 받지만, 1억4000만 원~2억 원 이하면 50%만, 2억 원을 초과하면 전혀 받을 수 없다. 6억 원 이하에서 시행령으로 기준을 정하도록 했던 실업부조와 비교해 너무 낮다. 게다가 이러한 재산기준은 일반적으로 복지제도에서 적용하는 순재산 개념이 아니라 부채를 제외하지 않은 총재산가액임을 고려하면 2억 원은 무척 엄격한 기준이다. 이는 국세청이 신청을 안내하더라도 저소득 근로자들이 지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만약 조세특례제한법 상 근로장려세제 재산기준만 상향 조정되더라도 근로장려금을 하반기부터 확대하여 코로나로 어려운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자가 못 받는 경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책대상별 사회서비스와 연계하여 일자리를 확대하는 '휴먼 뉴딜' 추진해야
마지막으로, 소득중심 사회보험 개편이나 실업부조나 근로장려세제 등 소득보장정책과 함께 동시에 추진해야 할 과제로 기본적인 사회서비스 확대 및 공공성 강화를 제안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능정보 기술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나 대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안적 소득보장으로 최근 정치권의 이슈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만이 중요한 제도가 아니다. 생애주기나 정책대상별로 공공에서 제공되는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도 꼭 필요하다.
이번에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돌봄 공백을 확인하게 되었다. 최근 대통령이 언급한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결국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전략에서 강조한 최저임금이나 소득지원뿐만이 아니라, 돌봄, 건강, 고용, 교육, 문화, 주거, 환경 등에서 국민들이 일상의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서비스가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확대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해법은 결국 '사람'이다. 대면서비스 또는 앞으로 비대면서비스가 증가하더라도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은, 단기적인 재정지원 일자리로는 불가능하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발표한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에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변화시키는 사회서비스 확대를 위한 '휴먼 뉴딜'에 주목하고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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