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 법원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9일 입장문을 내어 "영장 기각은 매우 아쉽다"며 "정말로 구속할 필요가 없는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도리어 묻고 싶다.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돈 있고, 힘 있고, '백' 있는 이 부회장에게만 적용됐다는 것 또한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 1류 기업 삼성의 돈을 빼앗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 오직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였다"라며 "이 사건에 있어 피해자는 삼성과 국민이고, 이재용은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인 이 부회장이 모든 혐의사실에 대해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들이 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는 상황에서 이재용은 '몰랐다'고만 하면 되는 것인가? 이 부회장은 결코 본인으로부터 시작된 범죄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법원의 기각 결정을 통해 이 부회장이 저지른 회계 부정과 시세조종 사실관계에 대해서 소명이 되었다는 점"이라며 "(이는) 지난 1년 8개월 동안 검찰이 제대로, 잘 수사를 진행해왔다는 뜻일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11일로 예정된 부의 심의위원회에서 '수사심의위가 필요없다'는 결론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박 의원은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검찰은 영장 기각에 꺾이지 말고 마지막까지 제대로 수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영장 기각은) 참으로 유감이다. 여전히 유전무죄의 낡은 병폐가 공고한 사법부의 현실을 확인해준 결정"이라고 법원을 비판했다.
심 대표는 "(법원은) 장기간의 수사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말했는데, 공장 바닥을 뜯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다가 직원들이 구속된 사실을 잊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이어 "제가 더 주목하는 것은 이 사건이 갖고 있는 중대성"이라며 "수 조 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회계 부정 사건이고, 상속세도 안 내고 국민연금에 수천 억의 손해를 끼치고, 개미 투자자들이 1조 가까이 재산을 날린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선진적인 코로나 방역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넘어섰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이런 재벌 경영 승계를 위한 회계부정, 주가조작 같은 범죄가 제대로 단죄되고 재벌 지배구조로 인한 불투명성이 온전히 제거될 때 비로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 논평에서도 "사법부의 서슬퍼런 잣대는 또다시 삼성 앞에서 여지 없이 부러지고 말았다"거나 "이렇게 또다시 삼성의 막강한 금권을 확인하게 된 것에 대해 개탄할 수밖에 없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정의당은 "법원이 사건의 중요성을 생각했다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혐의자들이 증거 인멸을 공모할 수 없도록 진작 구속을 했어야 마땅하다"며 "검찰은 면밀한 수사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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