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오전 2시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주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역시 구속을 피했다.
원정숙 부장판사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1년 7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확인됐고 검찰이 내세우는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도 확보됐기에 이 부회장을 구속할 사유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이 부회장은 9일 오전 2시 42분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왔다. 검찰에 출석한지 16시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 출석 때와 같은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구치소 정문으로 걸어 나왔다. 이날 검찰 출석 당시 묵묵부답이었던 이 부회장은 정문 앞 대기 중이던 승용차에 올라타면서 취재진에게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떠났다.
앞서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회계조작과 시세조정 등의 불법 행위를 지시, 기획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얻은 부당 이득의 규모와 죄질에 비춰 혐의가 중대하고 이미 1심 법원에서 삼성 그룹 차원의 증거 인멸 혐의가 인정된 만큼, 추가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해선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수사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3시께 입장문을 내고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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