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개원을 위한 여야 간 원(院)구성 협상을 앞두고, 177석 거대 여당 사령탑인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가 법제사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배정했던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해 눈길을 모았다.
김 원내대표는 12일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 라디오와 각각 인터뷰를 갖고 "의석 수 비율에 따라서 상임위 위원장을 배정하는 게 13대 여소야대 때 시작된 것이고 그게 관행처럼 되어 왔는데, 이게 제대로 된 것인지 한번 따져볼 생각"이라며 "그런 관행들이 국회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국회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 번 살펴볼 생각이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관행이니까 가급적이면 지키는 게 좋겠다는 기본적 생각은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 총선 민의를 보면 국민들이 '코로나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라'고 국회에 명령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처럼 개원을 무기로 한 야당의 발목잡기나 트집 잡기에 끌려가는 것을 국민들이 바랄까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답변 내용에 대해 '원구성에 있어서 속도전이 필요하고, 만약 야당이 협상을 지렛대로 지연 전략을 편다면 표결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인가'라는 재질문이 나오자 김 원내대표는 "지금 꼭 그렇게 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표결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17대 국회 이후 야당 몫으로 굳어진 법사위원장 자리와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맡았던 예결위원장 자리에 대해 "협상을 통해 가급적 타결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으나 "우리가 제도 개선을 해야 될 게 있다. 예를 들면 법사위 같은 경우 체계·자구(字句)심사권을 악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체계자구심사권을 무기로 (법안을) 발목 잡고 지체시키고 했던 일이 자주 있었고, 한두 분의 이해관계 때문에 법사위 문턱을 넘기가 대단히 힘들었던 일들도 많이 있었다. 이건 옳지 않다"면서 "체계자구심사는 굳이 법사위에서 안 해도 되는 것이다. 실무적인 문제니까 국회 내에 법률 전문가들로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서 운영해도 아무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협상 파트너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지난 9일 주 원내대표 부친상 상가에서 만났던 일과 관련해서는 "그날은 조문을 가서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상주를 위로하고 조문하는 자리라서 우리가 해야 될 일과 관련해서 깊은 얘기를 나누기엔 적절한 자리는 아니었다"면서 "여야 간 협상과 관련해서 몇 가지 이야기는 나눴지만 방송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했다.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별도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 "국회 운영 상에 있어서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당을 향해 "욕만 먹고 실리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 때문에 별도 교섭단체 구성이 고려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 공수처장추천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는 권한이 여야 두 명씩 할당되어 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제2교섭단체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실익이 없다. 어차피 야당은 2명"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임기 도중 추가 임시회를 열어 계류 법안 등을 처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 9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만나) 15일까지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5월 안에, 20대 임기 안에 어떻게든 국회를 열어서 20대에 해야 될 숙제는 최대한 다 하고 가자는 데 있어서도 말씀을 나눴다"고 언급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가 소집되게 될 경우, 처리 대상 물망에 오르는 법안은 형제복지원 등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과거사법과 'n번방' 사건 관련 법안, 종부세·소득세법 개정안,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언급한 고용보험 확대 법안 등이다.
김 원내대표는 고용보험법과 관련해서는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예술인까지 확대 적용'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점을 언급하며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는 21대 국회에서 포함시키겠다고 언급했다.
과거사법에 대해 여야 행안위 간사 간 합의가 있었음에도 통합당 일각에서 상임위 차원의 재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제출해서 합의 처리하기로 합의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때 그 합의 취지는 '20대 국회 때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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