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신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당선 직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對)여당 전략과 관련해 유연한 메시지를 냈다. 협상 파트너가 될 김태년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내놓은 '일하는 국회 법'에 대해 찬성한다는 언급이 나왔고, 상임위원장 배분 등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 대해서도 "의석 수 현실을 인정하고 국정에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8일 통합당 원내지도부 선거 직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일하는 국회법'과 관련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처리할 현안이 많은 만큼 '일하는 국회'는 저희도 찬성"이라며 "다만 언제 회의를 열고 어떻게 할지(등 법안 구체 내용은) 조문이나 현실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답을 내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21대 국회 개원 협상과 관련해서는 "'거대 여당'이 (오히려) 상생·협치 국회가 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면서 "시간이 걸려도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상생·협치로 야당을 설득하는 게 빠를 수 있다고 여당에 간곡히 말씀드리고, 저희도 현실, 의석 수를 인정하고 국정에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8대 때 (원구성 협상) 경험이 있는데, 아쉬운 것은 각당이 (자기) 주장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마지막에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것"이라며 "서로 욕심내지 말고 의석 수 현실을 인정하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다만 "소수의 목소리,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으면 국가 운영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여당이 명심해 달라"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통상 의회 제도를 가진 나라는 양원제를 운영하는데, 우리는 단원제이고 국회의 심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일하는 국회' 원구성에 있어서 그런 점이 소홀하게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직접적 질문에는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즉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언급은 사실상 17대 국회 이후 국회의장-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갖는 관례를 지켜, 이번에도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넘겨달라는 주장으로 풀이됐다.
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약으로 내세운 법사위 법안체계·자구 심사 권한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법안 내용을 법사위가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체계·자구 심사권을) 법안 지연 수단으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미국은 법제실이 수백 명이고 그런 법제실을 갖고서도 상원까지 있어 법안 하나하나에 온갖 정성을 쏟고 연구하는데, 우리는 국회를 통과한 법안 중에 1년에 위헌 법안이 10건이 나온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계·자구 심사도 없앤다는 것은 위협적"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훌륭한 분이고, 협상 경험도 많고 정책위의장도 겪어 잘 하실 것이라 본다. 저희와 상생·협치를 위한 틀을 잘 만들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견제와 덕담을 섞은 메시지를 던졌다. 김 원내대표와는 최대한 빨리, 제안이 오는 대로 만남을 가지겠다고 그는 언급했다.
여당에서 이달 중 과거사법과 'n번방' 사건 관련 법 등 20대 국회 계류 법안을 처리할 본회의를 열자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오늘 (당선)됐으니 현안을 챙겨보고 필요성 여부를 당 내에서 논의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사실 저는 이달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 원내대표이고, 30일까지는 20대 의원들이 해야 하는데 제가 대표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주 원내대표는 당선 전인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8일 본회의' 주장에 대해 "말이 안 된다. 본회의는 교섭단체 간 협의가 있어야 열리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8일 이후라도 5월 중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새 원내대표가 뽑혀도 그 임기는 5월 30일부터 시작 아니냐"고 했었다.
20대 국회 추가 집회 문제에 대해서는 당선 이후 좀더 유연해진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는 전날 김무성 의원의 중재로 여야 행안위 간사 간 과거사법 처리 합의가 이뤄진 데 대해 "당 내 의견을 한 번 정리해 보겠다. 기존 상임위 간사 간 있었던 협의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여당에서 태영호·지성호 당선자를 국방위·정보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데 대해서는 "위원회에 있으면서 그 위원회에 있기 어려운 사정이 생기면 몰라도, 국민의 다수 총의에 의해 당선된 국회의원을 다른 정당이 '어느 상임위에 가는 게 맞다, 맞지 않다'고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당내 문제엔…"김종인 비대위, 가급적 빨리 결론"
통합당은 4.15 총선 후 황교안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 역할도 겸하게 된다. 주 원내대표는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주로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만 내놨다.
먼저 '김종인 비대위' 전환 문제에 대해 그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총의를 모아서 지도체제 문제를 정착시키려 한다"며 "아직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날) 계획은 없지만 가까운 시간 내 뵙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급적 빨리'의 데드라인이 언제까지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그는 "딱히 정해놓은 것은 없다"면서 "지도체제가 오래 미정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가급적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와 앞서 있었던 선거 토론회 발언 등을 통해 "조기 전대는 문제"라며 "개원 협상이 언제까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8월 전당대회를 하면 실패를 성찰·반성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당권 경쟁을 하게 된다"고 비판하고 "비대위가 한 방법이 될 수 있고, 김종인 위원장이 차선일 수 있다. 현재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이 인준됐고 다만 '8월 전대'라는 당헌 조항이 개정되지 않은 미완의 상태인데, 당내 의견을 구하고 비대위원장 내정자와도 상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래한국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가급적 빠르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당과 협의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연대론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국민의당 입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봤는데 '맞는 정책이 있으면 어느 당과도 손잡고 같이 하겠다'는 것이었다. 저희도 마찬가지로, 저희 정책에 동의하는 당이 있으면 동의를 받아 관철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정치는 통합, 동지를 많이 만드는 집단이 성공한다. 대선을 앞두고 (당이) 많은 정치 집단과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언급을 내놨다.
민경욱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 들고 나온 총선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서는 "거기 대해 충분히 연구가 돼있지 않다. (이 사건은) 선거법 소송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사실상 선을 그었다.
그는 출마선언 당시인 지난 4일에는 이 문제에 대해 "워낙 첨예해서 좀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 정도 의문이 제기되면 국가기관의 해소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 그룹까지 (문제를) 제기한다면 관계 당국이 선거 신뢰 회복을 위해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고 했었다.
홍준표·권성동·윤상현 등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회 자리에서 "복당을 막아야 한다는 선택지는 아무도 (주장하는 이가) 없는 걸로 알고, 순차 복당이냐 일괄 복당이냐, 때는 어느 때냐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저는 복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절차는 거치되, 원칙적으로 빠른 복당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후보 토론회에서 "'세월호는 교통사고' 발언, 소신 변함 없다"
한편 이날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후보 토론회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경쟁 후보였던 권영세 당선자가 "수도권에서 2040, 중도보수 표를 빼앗긴 이유가 막말"이라며 "과거 주 의원이 세월호 관련 설화를 겪은 적이 있는데, 생각이 바뀌었는지 계속 유지하는지 묻고 싶다"는 공세를 펴면서다.
권 당선자가 언급한 것은 지난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주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지원과 배·보상을 논의하는 과정에 있는데 항목들이 대단히 많다. 저희들 기본 입장은 이것이 손해배상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는 것"이라고 말해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을 샀던 일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저는 지금도 소신에 전혀 변함이 없다"며 "발언 앞뒤를 다 보셨는지 모르겠다. 제가 정책위의장으로 (당시 야당과) 협상하고 있었는데, 저쪽에서 수도세 전기세 상속세 면제를 들고 나왔다. 저는 (세월호 참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손해배상 법리는 교통사고 배상 법리를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 법리는 그대로 잘 지켜졌다"고 반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유가족들이 항의하러 왔는데 제가 설명하고 '틀린 게 있느냐'고 하니 '없는데 기분 나쁘다'고 했다"면서 "세월호 보상이 많이 나간 것은 1500억 국민성금 때문이고, 교통사고 손해배상 법리로 (보상이) 정해진 것은 지금도 사법 원칙에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상대 후보 측으로부터는 다시 "차명진 전 의원도 그렇게 얘기할 것"이라며 "내용 중 일부라도 사회적 공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아픈 부분에 관련된 얘기를 할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막말에는 다 논리도 근거도 있지만, 그 대상이 (그 말을 들었을 때) 배제·배척하는 마음을 느꼈을 때 마음이 아픈 것이다. 그것을 의식하면서, 논리가 맞더라도 '내가 저 사람을 배제·배척하는 게 아닌가'(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연이어 나왔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야당으로서 여당을 강하게 견제하는 것과 '막말'의 경계가 상당히 애매하다"며 "막말 프레임으로 여당에 대한 비판이 무력화되는 것이나 입막음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또 토론회에서 "제가 당선되면 '영남당'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누가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압도적 지지를 해준 영남 지지자들에게는 '영남당'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를 가두는 자해적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에서 59표를 득표했다. 통합당 영남 지역구 당선자는 56명이다.
주 원내대표는 '총선 패인 분석을 해보라'는 토론회 질문에는 "절박한 집권 의지가 없었다. 막연히 '잘 되겠지', '상대가 워낙 못 하니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까' 요행만 바랐다. 그러니 공천도 엉망이고 우리끼리 다투게 된 것"이라며 "우리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 '밉상'이 된 측면이 있다"고 했었다.
그는 "기본을 안 지켰다. 전국단위 직능 행사를 가 보면 우리는 다 지역구 가느라 안 오고 저쪽(민주당)은 여러 명이 와 있더라. 하다못해 1년에 한두 번 간담회라도 해야 하는데 선거 때만 찾아간다. '먹튀'적 성격이 있다"는 반성도 했다.
차기 대선 준비와 관련해서는 "지금부터 후보 발굴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면서 "트로트가 낡았지만 <미스터 트롯> 같은 새로운 장치를 띄우니 국민들 환호를 받지 않았느냐.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공직선거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비례대표와 지역구 배합을 반반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대신 비례대표는 당내 민주주의, 투명성을 확보해 한두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거쳐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토론회에서 밝혀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지역구는 대선거구제는 우리에게 안 맞고, 중선거구 배합은 괜찮다(고 본다)"면서도 "중선거구에서는 표의 등가성 문제가 있다. 선거제도는 상황에 따라 결단으로 선택할 문제이지 지고지선의 제도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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