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패배 수습 방안을 지휘할 차기 원내대표 선거의 막을 올렸다. 지난 주말 이명수, 김태흠 의원이 공식 도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4일에는 당내 공동 최다선 의원이 된 주호영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해진 당선자 등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통합당 원내대표 후보 등록은 오는 6~7일, 선거는 오는 8일로 예정돼 있다.
주호영 의원(5선, 이하 선수는 21대 총선 기준)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출마 선언에서 "새 원내대표에게는 지도부 구성, 원구성 협상, 미래한국당과의 통합 문제, 패스트트랙 관련 재판 사건 해결, 무소속 당선자 복당 문제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이 때 일신의 편안함만을 생각하고 몸을 사린다는 것은 비겁한 처신이라는 결심이 섰다"고 도전 의사를 밝혔다.
주 의원은 "당의 선거 연패는 민심의 거대한 흐름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큰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내대표가 된다면 통합당을 강한 야당으로 만들겠다. 민심의 흐름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당의 이념 좌표를 분명히 설정해 지속적으로 당원교육을 하며, 전 당원을 하나로 만들어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 의원은 "저는 18대 국회 원내수석부대표로서 개원협상을 직접 관여했고, 정책위의장을 맡아 세월호 협상과 공무원연금개혁 협상 등 숱한 협상 경험이 있으며, (이명박 정부) 특임장관을 경험해 정부·여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의 강점을 강조했다.
원내대표 경선의 최대 쟁점은 이른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여부다. 심재철 현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직후인 지난달 30일 오전 "앞으로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했었다. 당 지도체제 구성 문제에서 현 원내지도부는 손을 떼고, 차기 원내지도부의 결정으로 남기겠다는 뜻이다.
주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선자 총회를 중심으로 당원들 의견을 모아서 결정할 일이지, 한두 사람이 강하게 주장해 끌고갈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자신이 앞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 찬성론을 폈던 데 대해 "그런(찬성) 입장이었다. 지금 현재도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국위에서 인준을 해놓은 상태"라고 비교적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앞서 노동절 연휴인 이달 초 출마를 선언한 이명수(4선)·김태흠(3선)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친박(親박근혜)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출마 보도자료에서 "소모적이고 적대적인 이념 대결을 벗어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존중하면서 합리적 정책을 가지고 국민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 있고 혁신적인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필요하다"며 "그런 원내지도부를 조속히 구성해 당선인들의 총의를 모은 뒤, 당 차원에서 당 지도부 구성 방향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내지도부와 당선인 총회를 중심으로 한 당 운영 방향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인식인 셈이다. 이 의원은 "외관에는 급한 대로 예쁜 분홍빛을 칠했지만 흑백 화면이 나오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국민들께서 바라보시는 우리 당의 모습"이라고 당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원내외에서 젊은 정치인들이 젊은 생각과 감각을 표출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며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도 지난 2일 "지금 우리에겐 관리자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할 개척자가 필요하다"며 "당은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기르고, 어려울수록 원칙과 정도를 걷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자강론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단순 원내지도부 선출이 아니라 당이 과거와 단절하고 우파 정권 재창출의 씨앗을 뿌리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당을 변화시키고 우파 정권 창출의 싹을 틔우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 구성과 관련,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에 의견을 물어서 결정할 것"이라며 "오래 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1970년대 상품을 그대로 시장에 내놓을 것이 아니라, 2020년에 만들어진 신상품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인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까지 출마선언을 한 주호영·이명수·김태흠 의원 외의 주자로는 권영세(4선), 조해진(3선) 당선자 등이 거론된다. '김종인 비대위' 반대파인 비박계 조해진 당선자는 본인의 출마 의사는 굳혔지만 러닝메이트로 함께 뛸 정책위의장 후보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김기현(4선), 유의동(3선) 의원 등도 거론됐지만 이들은 언론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통합당 4선 이상 당선자들은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3일 만찬 회동을 갖고 당 쇄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회동에서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중진들 간 거중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관심을 모았지만 중진들은 '공정한 경선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입장을 공유했을 뿐 교통정리 시도 등은 없었다고 한다.
서병수 당선자(5선)는 전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회동에서) '누가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겠다'는 얘기는 구체적으로 없었다. 저는 출마 생각이 별로 없다"며 "('김종인 비대위' 문제를) 향후 어떻게 결정할지는 새 원내대표가 결정되면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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