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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추혜선 '반대토론' 열변에도…인터넷은행법 결국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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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용진·추혜선 '반대토론' 열변에도…인터넷은행법 결국 통과

'n번방 방지법' 통과…불법性표현물, 단순 소지자도 처벌

국회가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이어진 본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과 '태호·유찬이법', '해인이법' 등 시민 안전 개선을 위한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대기업의 인터넷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은행법도 통과됐다.

국회는 이날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추경안 처리에 앞서 본회의 차수를 변경해 가며 약 90건의 법안·동의안 등을 처리했다. 처리된 법안 중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이른바 'n번방 방지법'. 즉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3가지 법률의 개정안이다.

성폭법 개정안은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에는 불법 촬영물의 경우 반포·판매·임대·제공 등 이른바 '공급자'들만 처벌 대상으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즉 시청자 및 소지자까지 사법처리 된다.

성폭법 개정안은 또 'n번방' 사건 사례처럼 자신이 스스로 찍은 촬영물을 타인이 의사에 반해 유포할 경우 처벌 대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개정 이전 법률에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와 '촬영 당시에는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한 자' 등을 처벌하도록 했을 뿐, 촬영자가 촬영 대상자 본인인 경우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또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해 타인을 협박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징역에,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특수강도강간 등의 범죄는 실행에 착수하지 않더라도 예비·음모만으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 영상물 촬영·제작에 대한 법정형도 상향됐다.

형법 개정안은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을 만 13세에서 만 16세로 높였고, 강간죄 등 성범죄에 대해서도 예비·음모죄를 처벌하도록(3년 이하 징역) 했다. 다만 미성년자 의제강간(형법 305조)의 경우, 피해 미성년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경우는 가해자가 19세 이상일 경우만 처벌하도록 했다.

범죄수익은닉법 개정안은 성착취 영상물 거래 등에서 개별 범죄사실과 범죄수익 간 관련성에 대한 수사기관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 범죄수익 환수를 좀더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는 지난 3월 첫 'n번방 청원'을 반영한 성폭법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청원 내용의 일부만이 반영되는 등 무성의하게 대응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고, 결국 2·3번째 청원이 추가 제기돼 이를 반영한 후속 입법이 이뤄졌다.

국회는 또 사설 축구클럽 차량도 안전관리 대상으로 포함하는 등 어린이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태호·유찬이법'(도로교통법·체육시설법 개정안)과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의무화하는 '해인이법'(어린이안전기본법 제정안)도 통과시켰다.

태호·유찬이법이란 지난해 5월 인천 송도의 사설 축구클럽 승합차 사고로 숨진 초등학생 2명의 이름을 딴 법안으로, 당시 사설 축구클럽 차량이 '어린이 통학버스'에 해당하지 않아 보호자 동승 등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회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용하는 시설을 현행 6종에서 18종으로 확대해 사설 축구클럽 등 체육교습업 시설이 포함되도록 했다. 앞으로는 이들 차량에도 도로교통법상의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규정이 적용된다. 아울러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 관련 의무를 위반해 사상 사고가 일어난 경우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의무 위반 시의 제재도 강화했다.

해인이법은 지난 2016년 어린이집 원생이 집에 오는 도중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어 숨진 사고에서, 어린이집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발의된 법이다. 어린이 이용시설 관리자·종사자의 경우 시설 이용 어린이에게 위급 상태가 발생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에 신고 및 이송 조치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용진·추혜선 '반대토론' 열변에도…인터넷은행법 통과

이날 본회의에서는 지난달 5일 여야 합의로 상정됐다가 부결된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재상정돼 열띤 찬반토론이 오가기도 했다.

이 법안은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이 은행에 대해 일정량(일반은행 4%, 지방은행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때,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보유 자체도 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할 수 있도록 한 은행법상의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이다.

특히 현재 인터넷은행법은 이미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는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기업(비금융주력자)이 의결권 있는 주식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거나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경우 등은 이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법안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진보진영에서는 은산분리 원칙을 흔든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고 실제로 지난 3월 본회의에서는 여야 원내지도부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다수의 반대표가 나와 부결된 바도 있다.

이날도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본회의 반대 토론에 나서 "케이뱅크는 박근혜 정부 금융관료들이 각종 꼼수와 편법을 통해 완성한 인터넷전문은행"이라며 "왜 우리 20대 국회가 박근혜 정부 금융관료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금융산업 안전장치를 훼손하는 법을 통과시켜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본회의 표결로 (법안을) 부결시킨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여당과 제1야당 지도부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명분 없이 다시 올라왔다"며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제정하면서 균열이 생긴 은산분리 원칙은 이제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지난 3월 본회의에서 반대·기권했던 민주당·민생당·정의당 등 소속 의원 109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이 법은 3월에 올라온 법안과 다르지 않다. 이번에 통과시킨다면 지난번에는 법안 내용도 모르고 투표한 셈이 된다"고 소신을 유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찬성 토론은 통합당 김종석·성일종 의원과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유동수 의원이 나섰다. 법안 대표발의자인 김 의원은 "인터넷은행 활성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혁신 제1호 공약"이라며 "지난번 부결될 당시 제기됐던 우려와 지적을 반영해 대주주 자격을 더 엄격하게 했다. '표지'만 갈아 끼운 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말한 '대주주 자격이 더 엄격해졌다'는 것은, 현행 규제에서는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한 자'는 초과 지분 보유를 못 하도록 하고 있으나, 3월 당시 개정안은 이 요건을 '금융관련법령을 위반한 자'로 대폭 완화한 데 비해 이번 개정안에는 이 부분이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및 특수관계인 부당이익제공 금지 규정을 위반하거나 조세범처벌법, 특경법을 위반한 자'로 돼 있다는 얘기다. 3월 당시와 비교하면 좀더 엄격한 내용은 것은 맞으나, 공정거래법 위반의 경우 특정 조항에 대한 위반만 대상으로 해 KT는 비켜가게 했다.

결국 30분 간의 찬반 토론이 이어진 후 표결이 진행됐고, 결과는 재석 209인에 찬성 163명, 반대 23명, 기권 23명. 가결이었다. 여야 지도부 합의에도 소신에 따라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박영선·우상호·심재권·김영주·박용진·신경민 의원이었다. 특히 박영선 의원은 현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인데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 주목을 받았다.

정의당 의원 6인 전원도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졌고, 민생당 정동영·천정배·최경환·채이배·장정숙·박주현·최도자 의원 등도 반대 투표를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기권한 의원은 여당의 설훈·김영춘·최재성·우원식·유승희·박완주·박홍근·이학영·홍익표·김두관·신동근·권미혁·김현권·오영훈·윤일규·이훈·정은혜 의원과 무소속 김성식·이상돈·이정현·이용주 의원이었다. 통합당에서도 이혜훈·정용기 의원은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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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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