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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차명진은 잘못이 없다

[기자의 눈] 미래통합당의 진짜 패인은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Insanity)'의 정의를 내리면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일'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의 패배 원인이 주로 정치공학적 분석으로 흐르는 것 같다. 차명진 막말에 대한 늑장 조치 때문이고, 황교안 '사천' 때문이라는 거다. 그뿐인가. 야당이 이슈 선점을 못했다. 코로나19로 야당이 주목을 못 받았다. 민주당이 친 탄핵 프레임을 벗는데 실패했다...등등. 주로 보수 신문이나 종편에서 내놓는다는 통합당 패인 분석이다. 심지어 통합은 했는데 화학적 결합이 안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체 그 화학적 결합이란 게 뭔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럴까. 막말과 공천과 이슈 선점 실패가 이번 선거 패인이었을까. 그렇다면 이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앞으로 치러질 모든 선거에서 막말과 공천 잡음과 프레임 싸움은 계속될 거니까. 이문제를 풀 경우 승리를 보장받는다 치면 선거 때마다 후보 입 틀어막고 AI 돌려 공천하고 '경제 폭망론'과 '대한민국 북한 헌납론'만 던지면 된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내놓은 선거 패인 분석을 보고 참으로 안타까웠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통합당은 수 년간의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산고 끝에 늦게나마 통합을 이뤘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국민께 만족스럽게 해 드리지 못했다", "인내를 가지고 우리 당에 시간을 주시기를 바란다."

이런 분석도 있다. 강남3구 중 한 곳(송파)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근식 후보는 "솔직히 박 대통령 탄핵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까지 그렇게 매를 맞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친박비박도 정리하고 중도도 통합하는 나름의 노력을 했는데도 노통 탄핵보다 더 참담하게 패배할 정도로 미운 것이냐"고 했다. "이건 정당한 평가가 아닐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압승이라는 선거결과를 제가 수용하면서도 납득되지 않는"단다.

"광주는 제사 도시"라는 기막힌 어록을 남긴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를 두고 "아주 훌륭하고 명망 있는 사회활동가"라며 공천을 밀어붙였던 통합당 이석연 공천관리위원장 권한대행은 이런 말도 했다.

"저는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 들이면서도 국민의 선택에 절망했습니다. 이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한 대가는 고스란이 국민한테 되돌아 올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떠 받쳐 왔던 자유와 창의의 헌법적 가치가 퇴보하고 결과의 평등을 앞세운 철저한 나눠먹기 사회로 전락하리라는 것을 생각하니 목을 놓아 통곡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시일야방성대곡, 是日也放聲大哭!)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칠흑같은 어둠의 끝에 와 있다는 한가닥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간 고마웠습니다."

국민의 선택에 절망했고, 그렇게까지 매를 맞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으며, 이것은 정당한 평가가 아닐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황교안 대표는 "인내를 가지고 우리 당에 시간을 주시기를 바란다"고 한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시간을 달라면서 유권자에게 인내하라는 당 대표의 퇴진의 변을 듣고 있어야 하는 유권자는 참으로 고생이 많다.

▲제21대 총선 경기 부천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가 10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일대에서 유세차량을 타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냉정하게 상황을 보자.

미래통합당의 희망공약개발단 총괄단장은 박근혜 정부의 정무수석 출신 김재원이다. 통합당 공약 몇 개만 나열해 보겠다. 법인세 인하, 상속 증여세 완화, 최저임금 결정 주가 1년에서 2년으로 확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현물 숙식제공 포함, 노동자와 서면합의시 유급 휴일 무급화, 노동시간 유연화(늘리기),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소유 확대, 부동산 보유세 문재인 정부보다 더 완화,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주택공급 대폭 확대, 주택 대출규제 완화...

코로나19 관련 공약은 두루뭉술하다. (이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고 공공의료원을 폐쇄(홍준표 전 경남도지사)한 걸 똑똑히 기억하는 시민들은, 공공 의료 확충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입장이 매우 궁금할 것이다. 이런 공약도 있다.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추진...? 상상 그 이상이다. 해체된 적이 없는 한미동맹을 '복원'하겠단 공약도 눈에 띈다.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도 들고 나오고 (지금 주장했다면 '공산주의 정책'이라고 비난받았을) 보편적 기초연금도 주장했었다. 그리고 이 공약들은 박근혜 정부 집권 5년 간 제대로 이뤄진 게 없었다. 지금 여당(민주당)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새누리당과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다면, 곧바로 '공산주의 경제', '북한에 나라 헌납'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게 미래통합당(혹은 그들의 '극우' 지지자들)이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당명의 '미래'가 무색할만큼 공약은 과거 지향적이다. 아예, 근로기준법을 없애고 '노동자유계약법'을 도입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무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인사다.

여당의 '찔끔 복지' 정책을 두고 공산주의라 비난하고, 툭하면 현 정부를 '독재 정권'으로 묘사하는 것이 상식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리라 생각했던 걸까?

미래통합당 탄생 과정을 보자. 탄핵의 강을 건너기는커녕 제대로 된 통합도 없었고, 혁신 공천도 없었으며, 심지어 뒤늦게 영입한 '선거 용병' 김종인 효과 같은 것도 없었다. 선거법 폭력 저지로 국회를 난장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어' 식으로 '선거법을 망가뜨리겠다'며 위성정당을 띄울때만 해도, 통합당은 총선 승리도 하고 선거법도 제대로 망칠 수 있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민주당이 위성정당 꼼수에 투신하리란 건 계산에 없었는지, '꼼수라 비난하더니 너희도 꼼수를 쓰는구나'라는 '무대책'의 비난만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 유권자들이 '민주당 위성정당'만 비난할 줄 알았던가? 결국 통합당은 선거판을 '위성 정당 진흙탕'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결과적으론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 되어 버렸다. 이건 '꾀돌이'로 소문난 김재원 정책위의장의 작품인데, 그야말로 얄팍한 술수의 말로라는 건 처참한 수준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방선거 패배로 홍준표 체제가 몰락한 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밀었던 세력이 바로 '박근혜 없는 친박'들이었다. 황교안은 전당대회에서 '국민 지지'를 더 받은 오세훈을 꺾고, '당원 지지'와 '태극기 지지'를 받아 당대표에 올랐다. 그리고 '박근혜 없는 친박'들은 눈깜짝할 새 당 요직을 꿰찼다. 대표에 취임한 황교안이 한 일이란 게 삭발, 단식, 장외집회였다. 극우 개신교 인사들과 교감하고, 그들의 언어를 정치 판으로 가져왔다. 대명천지에 '독재타도'를 외치고 '공산주의 반대'를 주장했다. 공산화가 머지 않았다는 시대착오적 언술에 중독됐다. 상식 있는 유권자들이 과연 여기에 공감하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고민 없는 대표와 보수당은 '행동력'을 갖춘 한줌 태극기 극우 세력에 휘둘렸다. 태극기 세력이 미는 후보는 불가침의 영역이 됐고, 당 지도부는 박근혜의 옥중 편지에 감동을 표했으며, 친박을 당에서 지운다면서, 바로 그 친박들에게 위성정당을 통채로 맡겼다. 위성정당의 지도부가 공천을 마음대로 하자, 그걸 저지하고 또다른 친박 대표를 위성정당에 파견했다. 친박 세력에 눌려 있던 이른바 친이계(친이명박)가 갑자기 선거판에 대거 재등장했다.

당의 메시지는 어땠는가. 영향력을 잃어가는 '신문' <조선일보>를 당 논평에 옮겨 놓고, 종편에서조차 퇴출된 채 몇 십만 컬트 구독자를 모은 극우 유튜버들의 그럴듯한 가짜뉴스에 현혹됐다. 플랫폼이 '혁신적'인 것이라고 해서 내용물이 '혁신'인 건 아니다. 유튜브도 전광훈이 하면 '전광훈 유튜브'일 뿐, 그런건 '김정은 유튜브' 같은 느낌이리라. 특히 '차명진 말 중에 틀린 게 있느냐', '차명진을 내치고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언론인(을 빙자한 유튜버들)과 한줌 지지자들은 확신범이다. 통합당이 50만, 100만 극우 구독자들의 숫자에 기죽고 겁먹어 그들의 포로가 되면 앞으로 '선거 승리' 따윈 없을 것이다.

다시 처음 언급한 아인슈타인으로 돌아가자.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유산을 되풀이하고, 극우 세력에 휘둘리면서 중원을 장악하고 문재인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는 믿음, 혹은 이론은 '미친 짓'에 가깝다. 지금 미래통합당이 없는 인물에 몇몇 '돌아온 중진들'의 낡은 얼굴로 황급히 지도부를 다시 채운다면, 희망은 더욱 없다.

해야 할 일은 매우 단순하다. 극우 세력을 분리해내고 과감히 끊어내는 것이다. 젊고 상식적 보수가 당의 간판에 나서고, 태극기 세력이 당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한줌 극우에 휘둘리고 그것이 당심과 민심을 왜곡하는 것을 계속 방치해 온 것,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곶감 빼먹듯 그들의 낡은 정책과 언어를 그대로 가져 온 것. 두가지만 해결하면 보수 정당에도 미래가 있지 않을까. 극우 세력과 단호히 결별하고, 변화한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진보의 장점이 '혁신'과 '창조'라면 보수의 장점은 '적응'과 '변화' 아니겠나.

결론, 차명진은 잘못이 없다. 원래 그는 그런 사람이었고 한명의 '낡은' 정치인이었을 뿐이다. 차명진의 말대로 당의 몰락은 '막말 파동' 이전에 징후를 보여 왔다. 차명진은 하나의 어떤 '상징'에 불과했다. 그 '상징'을 공천해 메뉴판에 올린 건 통합당이고 황교안 체제였다.

그렇다면 진짜 패인은 무엇일까. 간단한 문제다. 원인만 정확히 알면 반은 성공일 거다. 그걸 아느냐가 중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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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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