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전날, 미래통합당은 김종인·황교안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이 각각 대국민 회견을 열어 마지막 호소에 나섰다. 통합당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비판하는 한편 '조국 사태'를 고리로 한 공세를 펴는 데 주력했다. 전날 불거진 김남국 경기 안산단원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팟캐스트 논란도 나란히 언급됐다.
포문은 김종인 위원장이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대거 국회에 들어온 소위 '탄돌이'(탄핵 역풍으로 당선된 의원)들이 지금도 이 나라 정치를 좌지우지한다"며 "이번에 코로나를 틈타서 '청와대 돌격대 코돌이'들이 대거 당선되면 국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나라는 진짜 망하는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은) '누구누구 당선되면 대통령이 기뻐하실 것'이라는 왕조시대 유세를 버젓이 한다"며 "조국 구하느라 '개싸움'을 했다고 떠드는 후보는 저질 대담에 나가 음란한 말로 시시덕거리고, 또 다른 젊은 친구는 노인들은 투표하지 못하게 유도하라고 대놓고 떠든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 김남국·김한규 후보 관련 논란을 언급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기 당 후보 치부 드러나니까 모르는 척하는 민주당 꼴이, 청와대 행태와 똑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선거 판세와 관련해 앞서 자신이 과반을 자신한다고 말한 것이 여전히 유효한가 묻는 질문에도 "제가 이번에 통합당이 과반 차지한다고 하는얘기를 했는데 그 얘기는 변함이 없다"고 답해 당 일각의 '100석 위기론'을 일축했다.
1시간 후, 종로 보신각에서 대국민 회견을 연 황교안 대표가 뒤를 이어받았다. 황 대표는 "이 정권은 이념에 물들고 권력에 취해 반성할 줄 모른다"며 "지금도 경제 살릴 생각은 않고 '조국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황 대표는 "조국을 건드렸다고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쫓아내겠다고 하지 않느냐"고 '조국 사태'를 언급하고, 이어서 "민주당은 자당 후보의 여성 비하 막말에도 감싸기·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김남국 후보 관련 논란도 언급했다.
황 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80석을 내다본다며 기고만장하고 있다"면서 "오만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라를 망쳤는데도 180석이라면 이 나라 미래는 절망이다. 경제가 더 나빠지고, 민생은 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은 쫓겨나고 조국은 미소지으며 좋아할 것이다. 민노총, 전교조, 편향적 시민단체들이 완장 차고 득세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와 연방제 통일을 가슴에 품었던 세력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개헌까지 시도할 것"이라고 보수층의 위기감에 호소하는 공포 마케팅을 폈다. "총선이 끝나면 엄청난 '세금 핵폭탄' 청구서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도 했다.
"文대통령, 믿어지지 않는 정신세계…방역실패가 한류면 조국·공수처도 한류냐"
정부의 코로나 사태 대응에 대한 비판도 가일층 수위를 더했다. 이번 총선이 '코로나 선거'가 되는 것이 야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대응 조치로 풀이됐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께서 마스크 쓰고 한 석 달 견디고 있다. 사람들이 얼굴 가리고 다니니까, 이 정부는 아무 거나 마스크로 가리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정부를 비꼬면서 "3년간의 경제 실정과 국정 파탄이 코로나 때문인가? 코로나 피하려고 울산 선거에 개입했나, 아니면 코로나 때문에 조국을 법무장관에 앉힌 것인가?"라고 '코로나 선거'에서 '조국 선거'로의 의제 전환을 시도했다.
좀더 직접적인 비난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어제 청와대 수석회의 뉴스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거기서 대통령이란 사람이 '코로나 속 대한민국 총선이 국제적 관심', '방역 한류, 바람이 일어난다’는 말을 했다"며 "믿어지지 않는 정신세계"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직격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 속에 한류가 있다면 그것은 묵묵히 마스크 쓰고 위생준칙 따라준 우리 국민이 한류"라며 "실패한 방역이 한류라면 조국도 한류고, 선거개입도 한류고, 공수처도 한류"라고 비꼬았다.
김 위원장은 "총선거가 다가오자, 의심증상이 있어도 X-레이로 폐렴이 확인돼야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총선까지는 확진자 수를 줄이겠다는 건데, 선거 끝나면 확진자 폭증할 거라고 전국에서 의사들의 편지가 쇄도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전날 일부 언론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검사 기준을 강화하거나 검사 건수를 줄이고 있다는 취지의 의혹 보도를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주장은 이를 언급한 것이다. 다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의료기관 검사청구를 두고 정부가 미인정한 사례는 없다"며 "지금도 하루 1만5000건 정도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 2월 2일, 총리 주재 회의에서 '중국발 입국금지' 결정했다가 그날 오후 정부 발표에서 방침을 바꿔서 이 나라가 난리가 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진핑 방한 성사시켜보려고 청와대가 개입했고 그 때문에 초기방역이 실패했다고 모두 의심하는데, 선거가 임박하니까 그걸 ‘방역 한류’라고 홍보하는 것"이라고 청와대를 거듭 비난했다.
코로나 사태 관련 경제 대책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다시 한 번 호소한다. 더 늦으면 안 된다"며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으로 즉시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거기서 일하는 근로자를 직접 지원해야 한다. 그 분들의 통장에 지금 바로 돈이 입금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 3년 동안 엄청난 세금폭탄이 떨어졌다. 소득세는 17.5%, 법인세는 52.5%, 종부세는 무려 108%나 올랐다. 건보료도 25%나 올랐다. 경제가 3년간 10%올라가는 동안 세금은 그 2배, 많게는 11배까지 뛴 것"이라며 "코로나 극복을 위해 세금 납부를 최소한 6개월 이상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족한 자식이라도 믿어달라", "기회 달라"…자성론도 살짝 가미
통합당 후보들의 막말 논란 등을 의식한 자성론도 당 '투톱'의 입에서 언급됐다. 황 대표는 "국민께서 통합당을 어떻게 보시는지 잘 알고 있다. 국민들 눈에 부족한 자식일 수도 있다"면서 "더 반성하고 더 고치겠다. 비판과 실책을 회초리로 삼아 변하고 또 변하겠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도 "국민 여러분, 통합당이 흡족하지 않은 거 잘 안다"며 "이번 총선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이 정당을 유능한 야당으로 개조하는 일도 거침없이 임하겠다. 품격있고 실력 있는 정당으로 바꿔서 차기 정부를 책임질 만하게 만들어놓을 것을 약속드리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을 두고 '총선 이후 당에 남아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나는) 통합당에 대해 나름대로 여러 염려를 했던 사람"이라며 "여기(당에) 올 적에, 우리나라의 여러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기 때문에 총선에서 별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어서 통합당을 이번 선거에서 도와야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원래의 나의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총선 이후'에 대한 질문은 황 대표의 회견장에서도 나왔다. 황 대표는 '종로에서 만약 당선된다면 임기를 채울 것이냐'는 대선을 염두에 둔 질문을 받고 "종로는 저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며 "제가 어떤 직을 갖고 있든지 종로구민들과 함께하겠다"고만 답했다.
황 대표는 '당선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에는 "국민들께서 무능·무책임·무도한 정권을 반드시 견제할 힘을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통합당 의석 수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문재인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의석을 국민들께서 우리에게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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