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이 당 소속 총선 후보인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막말' 사태와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의 '30·40 세대' 비하 발언 등에 대해 직접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9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참으로 송구한 마음"이라며 "통합당의 국회의원 후보 두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해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고 화나게 한 것, 정말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이건 말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 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은 것"이라며 "전국의 후보자와 당 관계자들에게 각별히 언행을 조심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제가 당에 온 지 열하루째다. 이 당의 행태가 여러 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건지 잠시 생각도 해봤다"면서도 "그래도 제가 생의 마지막 소임이라면서 시작한 일이고 '나라가 가는 방향을 되돌리라'는 국민 목소리가 너무도 절박해 오늘 여러분 앞에 이렇게 다시 나섰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여러분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드린다"는 말로 회견 모두발언을 마쳤다.
앞서 황교안 당 대표도 전날 밤 9시반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차 후보 발언은 어떤 설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인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마음의 고통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며 "더욱 잘 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차 전 의원 뿐 아니라 김대호 후보 사건까지 아울러 "어제 오늘 많은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잘못된 발언에 대해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저와 모든 통합당 후보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모든 언행을 되돌아보고 진심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사과로 끝날 일이냐'는 지적도 있다. 공동으로 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이 대국민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이번 사건이 후보 한 사람의 단발성 실수가 아니라 최근 사흘간 1일 1회씩 유사하게 일어난 일이란 점에서 당 선대위를 총괄하는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차 전 의원의 경우 이미 지난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시체 장사", "징글징글하게 해처먹는다"는 등의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됐음에도 그가 공천을 받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김종인 위원장은 회견 후 기자들로부터 '공천 책임론' 관련 질문이 나온 데 대해 "공천 과정에서 잘 결론을 냈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을 안 했겠다"면서도 "공천 당시 심사위원(공천관리위원)들의 책임 문제는 거론할 수 없다. 지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투톱'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반발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통합당 영입인재로 현재 당 미디어특위 위원을 맡고 있는 유정화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전체공개로 올린 글에서 "차 후보가 뭘 잘못했다고 제명까지? 무슨 못할 말 했는가?"라며 "당을 위해 몸바쳐온 후보들을 이런 식으로. (…) 저들의 도덕성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릴 수 있는 기회에 같은 편 장수를 베어서 그들 앞에 던져준 꼴"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차 전 의원은 "저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자들이 사실을 제대로 파악도 않고 또다시 막말 프레임을 씌워서 저를 매도하고 있다"며 "국민 세금과 성금을 받아놓고서 스스로 성역시하는 세월호 텐트안에서 불미스런 일을 벌인 자들,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굽히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차 전 의원은 전날 저녁 7시께 SNS에 쓴 글에서 "일부에서 제가 임의로 '세월호 ○○○이란 말을 만들어 내서 국민 정서를 해쳤다며 매도하고 있는데, 저는 명백히 제가 기사에서 본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을 뿐"이라고 한 우파성향 인터넷 매체 보도를 언급하며 "당 지도부가 저의 바른 말을 막말로 매도하는 자들의 준동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관악갑의 김대호 후보도 이날 오전 "윤리위 결정에 대해 당헌당규에 따라 재심 청구했다"며 "오늘 법원이 업무를 개시하자마자 최고위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선관위를 찾아가서 이 내용을 알리고 공문도 보내서 후보 등록 취소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또는 기각을 보고 결정해 달라고 할 것"이라며 당의 제명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후보는 "이것이 민주주의와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청춘을 바친 사람의 일관된 태도"라며 "11시에 관악구 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법과 당헌당규는 내가 엄연히 통합당 후보임을 보증한다"고 했다. 그는 "김대호 죽지 않았다"며 "다만 당 최고위 결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표시 차원에서 오늘 아침만은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사자와 일부 당직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는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며 "당이 입장을 밝히면 끝날 문제"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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