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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40-40 플랜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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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40-40 플랜을 제안한다

[정욱식 칼럼] 한반도 평화로 '전쟁 같은 삶' 끝낼 수 있다

평화란 무엇일까? 새삼스럽게 이 질문을 떠올린 이유는 다가오는 큰 평화와 멀기만 한 작은 평화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여기서 '큰 평화'란 더 이상 전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핵무기도 없는 한반도를 일컫는다.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지만, 이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자체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음은 물론이다.

'작은 평화'는 개개인의 삶을 일컫는다. 공교롭게도 큰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전쟁 같은 삶은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악이라고 하고 저소득층의 소득도 감소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도 여전하다. 많은 사람들은 북핵보다 미세먼지가 더 무섭다고 하는데 뚜렷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개개인의 전쟁 같은 삶 사이의 괴리가 좁혀지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 자체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은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평화가 밥 먹여주지 못한다면 그 열망도 언제든 식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핵화가 가시화되면 그 비용의 적지 않은 부분은 우리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돈을 낼 의사가 없다고 하고 북일관계 정상화는 안갯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게 복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고달픔과 일상의 불안감이 완화되지 않고 있는 현실과 비핵화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 교차할수록,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기대하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도 장밋빛 미래만을 그릴 수는 없다. 남한의 기술력 및 자본력과 북한의 자원 및 노동력을 결합시킨다는 남북경협의 공식으로는 한국 경제의 파이는 키울 수 있지만, 이게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여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고용 없는 남북경협'이며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형, 양극화 완화형 남북경협 모델'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 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40만 명으로의 병력 감축을

개개인의 삶의 고달픔과 일상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획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평화 배당금(peace dividend)' 창출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40-40 플랜'을 제안하고자 한다. 향후 5년간 점진적으로 병력수를 40만 명으로 감축하고 국방비는 5년간 40조 원 수준에서 동결하자는 것이 요체이다. 일단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가 추진해온 '국방개혁 2.0'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당초 계획은 3축체계(킬 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 대량응징보복)의 조속한 구축을 비롯한 대규모 전력증강과 소규모의 병력 감축이 요지였다.

그런데 이는 판문점 선언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3축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를 전제로 한 것인 반면에, 판문점 선언은 물론이고 북미공동성명에도 "완전한 비핵화"가 담겼다. 또한 대규모 군비 증강은 판문점 선언에 담긴 "단계적 군축의 실현"과도 충돌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병력수를 40만 명으로 감축하자는 제안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인구절벽 시대가 급속도로 다가오면서 50만 명이 넘는 병력수를 유지한다는 게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둘째는 이 정도로의 병력 감축은 한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법이다. 셋째는 남북한은 전방 배치 군사력의 후방 재배치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후방 '재배치'가 아니라 부대 통폐합을 통한 '군부대 축소'에 있다.

70조 원에 달하는 '평화 배당금'

우리 일상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은 국방비 동결을 통한 재원 확보에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당초 계획과 향후 5년간 국방비를 40조 원 규모로 동결하자는 제안을 비교해보면 명확하게 확인된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비를 현행 GDP 대비 2.5%에서 임기 내에 2.9%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면 올해 43조 4000억 원인 국방비를 매년 8%씩 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5년 후 한국의 국방비는 약 63조 원에 달하게 되고 아마도 일본의 국방비마저도 추월하게 될 것이다.

반면 향후 5년간 국방비를 40조 원으로 동결하면 어떻게 될까? 정부의 당초 계획과 비교하면 약 70조 원에 달하는 누적액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예산을 복지, 교육, 일자리 창출,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 대책 등에 사용한다면 우리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증진할 수 있다. 이러한 평화 배당금의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평화(平和)의 어원 속에는 '골고루 밥을 먹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국방비 동결은 판문점 선언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큰 평화에도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고, 평화 배당금 창출을 통해 작은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꼭 던지고 싶은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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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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