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CVID 중 중요한 건 'V'"

"6.12 이후는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를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래의 생산적 대화의 조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긴 과정을 거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는 북한에 어떤 경제적 혜택도 없을 것이라며 "검증"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조치가 "과거 미국이 했던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1일 오후 싱가포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회담에 대해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논리적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및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전하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 경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12일 회담을 전망하며 "북한은 앞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혔는데, 우리는 그들이 비핵화에 진지한지 보고 싶다"면서도 "두 지도자가 함께 앉아 마주보며 대화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국민들과 전 세계 모두가 큰 이익을 성취할 막대한 가능성의 신호"라고 낙관론을 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관계의 궤도를 수정하고 그의 나라에 번영과 평화를 가져올 전례 없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우리가 북한과의 외교를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면서도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미래의 생산적 대화를 위한 조건을 마련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해 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회담에선 북미간 포괄적 원칙을 확인하고 '디테일'은 후속 회담의 몫으로 남겨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한 "얼마나 많은 엉성한 합의들이 과거에 만들어졌는지를 고려하면, 이번 대통령이 할 어떤 잠재적 합의도 북한의 위협을 적절히 다루는 데 실패가 아닐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같은 언급은 6.12 정상회담에서 나올 비핵화 합의의 수위가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CVID가 달성되지 않을 경우 대북 제재와 압박은 계속될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제거할 때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만약 외교가 바른 방향으로 되지 않는다면 그런 수단(제재)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대통령은 우리가 요구하는 결과가 나오는 시점까지 경제 원조는 없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고 했다. 그는 이 답변을 하면서도 "내일 회담은 우리가 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한 프레임워크(기본 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과의 대화가 1회로 완결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폼페이오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주어질 보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안보 열망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WMD 없는 북한이 안전한 북한임을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올바른 조치를 취한다면 외국 투자 등 경제적 기회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는 데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북한에는 밝은 미래가 있을 것임을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했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북한에 주어질 안전보장 조치가 무엇인지, 주한미군 철수가 그에 포함되는지 묻는 질문을 받고 "오늘 논의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과거 미국이 보장했거나 하려 했던 다른 안전보장 조치에 비해 (북한에 대한 것은) 다르고 독특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것이 필요하고, 동시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을 제시했고, 나는 내일부터 앞으로 펼쳐질 과정도 근본적으로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CVID' 가운데 두 번째 글자인 'V' 즉 검증(Verify)을 강조하면서 "'V'가 중요하다(V matters)"고 했다. 그는 "과거에 미국이 (북한에) 속았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많은 대통령들이 종이에 서명을 했지만 그 결과는 북한이 약속했다고 믿었던 것을 실제로는 약속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거나 실제로 약속을 해 놓고도 지키지 않았던 것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충분히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과거 합의와는 달리) 처음으로 검증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