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가 시작된 8일 오전 부산 동구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각장애인 A 씨는 투표용지를 받는 순간부터 당혹감에 휩싸였다. 자신의 지역구 후보수 와는 맞지 않는 투표보조용구(점자)가 지급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표보조용구의 형식이 맞지 않아 사용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시각장애인 A 씨는 비밀투표를 진행하고 싶었으나 바쁜 시간에 쫓겨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입회하에 후보자의 번호를 확인하고 투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사전투표는 다른 지역에서도 할 수 있어서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투표를 하려 했는데 후보자 수도 맞지 않아 사용조차 할 수 없었다"며 "시각장애인은 혼자 투표를 하기도 어려워 선관위 관계자 입회하에 투표를 진행하면서 비밀 투표는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A 씨는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1~5번 기호를 읽고 조그마한 구멍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사실상 시각장애인은 하기 어려운 행동이다"며 "출마 포기자들도 있는데 해당 칸을 없애지도 않고 시각 장애인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현재 '6.13 지방선거' 부산지역 사전투표소에서 지급되는 투표보조용구는 기초의원 선거구를 기점으로 구분되고 있으면 자신의 선거구와 다른 지역에서 투표를 진행할 경우 해당 보조용구는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투표보조용구는 모든 사전투표소에 비치되어 있으나 다른 선거구의 유권자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표용지를 확인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은 비밀투표로 정해졌으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김정미 소장(시각장애인)은 "지금의 투표보조용구는 두꺼운 종이를 반으로 접는 방식으로 그사이에 투표용지를 끼워서 사용하는데 선관위 사람들이 끼워서 주면 투표를 하러 움직이는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만약 움직이거나 다른 후보에게 표를 찍을까 봐 두려운 시각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투표의 경우 미리 제작을 하는 과정에서 후보자가 틀리고, 이름도 다르다 보니 지금의 투표보조용구처럼 만들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투표보조용구에 번호만 있고 당이나 후보자 이름은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도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터치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하는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장애인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계속해서 장애인 단체와 회의를 하면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다른 선거구에서도 모든 선거구 투표보조용구를 비치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힘들다. 선관위에서는 계속해서 장애인 투표 편의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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