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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80% 감소, 핀란드 정부는 어떻게 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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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80% 감소, 핀란드 정부는 어떻게 해냈나?

[6.13선거, '건강불평등'을 말하다] 건강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6·13 지방선거에서 건강불평등이 주요한 정책이슈로 다루어지기를 희망하며 건강불평등 정책의제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건강불평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네 종류의 카드뉴스를 제작하였습니다. 각각의 카드뉴스 주제는 "건강불평등, 무엇이 문제일까", "대한민국 건강불평등 현주소", "건강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 "지방자치시대의 건강불평등, 지방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나?"입니다.


6월 13일 지방선거일 전까지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건강세상네트워크와 함께 각 주제별 카드뉴스 내용에 대한 간략한 기사를 게재합니다. 기사는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서 작성하며, 카드뉴스 주제별로 네 차례에 걸쳐 게재될 예정입니다.

- 6.13선거, '건강불평등'을 말하다

<1> 가난한 사람은 왜 더 많이 아픈가?

<2> 요즘은 다들 오래 살잖아. 과연?

앞서 두 차례의 연속 기사를 통해 건강불평등이 왜 중요하며 한국 사회에 얼마나 심각한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문제에 공감한다면 드는 고민은 그 해결방안일 것입니다. 오늘은 '건강불평등 카드뉴스 시리즈'의 세 번째 주제로 가장 핵심적 질문이라 할 수 있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건강불평등 해소, 반대 논리를 넘어


건강불평등 감소를 향한 관심과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공고화된 경향을 뒤집기는 쉽지 않습니다. 건강불평등을 둘러싼 잘못된 인식과 반대논리가 팽배해 있는 까닭입니다. 건강불평등이 문제임을 알리고 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정책들을 채택하고 옹호하는 것을 가로막는 전형적인 논리는 '낙수효과'와 '건강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주장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불평등 문제도 해결되리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쿠즈네츠(Kuznetz) 가설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경제성장"과 "불평등"은 역 U자형(⋂) 관계를 보입니다. 경제성장의 혜택은 처음에는 경제를 주도하는 일부에 집중되어 일시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전체로 분산되어 불평등을 감소시킬 것(↘)이라 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고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에 흘러넘쳐 저소득층의 소득도 늘어나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발생할까요?

적어도 건강불평등에 있어서는 명백한 오류로 보입니다. 경제력이 높은 국가라고 해서 반드시 국민들의 건강수준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단적인 사례가 미국입니다. 경제 수준에 있어 미국은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건강과 사회문제는 최악입니다. 불평등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라는 가장 부유한 국가를 살아가는 시민들 중에는 최신식 의료시설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한 서비스를 받는 이들도 있지만, 누군가는 절단된 손가락 2개의 봉합 비용이 부담되어 그 중 1개쯤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합니다(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의 한 장면). 경제 발전으로 증대된 국부가 시민의 손가락 한 개조차 구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건강불평등 완화를 방해하는 또 다른 논리는 건강을 개인화하는 것 입니다. 개인화란 말에서 잘 드러나듯 건강문제의 이유를 "그 사람이" 건강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이런 시각을 견지할 경우 건강불평등의 해결법은 각 개인의 부적절한 건강행동을 교육하거나 바로잡는 데 집중됩니다.


그런데 빈곤층의 높은 비만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을 자주 하고 더 건강한 식사를 하자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저소득계층의 비만 문제가 해결될까요? 건강한 선택은 불건강한 선택보다 비싸고 많은 시간이 듭니다. 급식이 없는 방학 기간에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아동들, 밤낮 없이 살인적인 노동 강도 속에서 병원 갈 신호를 놓치고 일하다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노동자들 등 건강을 챙기지 못한 각 개인들을 탓할 수만은 없는 여러 사회적 맥락과 환경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건강불평등 해소, 보건의료를 넘어

그렇다면 건강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한 세대 안에 격차 줄이기>라는 보고서에서 건강불평등을 감소시키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1. 일상생활 조건을 개선할 것
2. 권력, 금전, 자원의 불공평한 분포를 개선할 것
3. 문제를 측정·이해하고 조치의 영향을 평가할 것

이 조치들은 "건강" 불평등 해소 방안이지만 정작 여기서 "건강"이나 "의료"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여기 제시된 사회적 개입들로 정말 건강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그 성공 사례로서 핀란드의 심혈관 질환 예방 프로젝트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1970년대만 해도 핀란드는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낙농업이 발달한 핀란드는 고지방 유제품, 육류 섭취가 높고 과일, 채소 등의 섭취는 매우 낮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 시민 대표들과 정치인들의 청원으로 1972년 핀란드 카렐라(Karela) 주에서 처음으로 심혈관계질환 예방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후 핀란드 전역으로 전파되어 놀랍게도 심장병 발생률을 20년 사이 80%나 감소시키는 쾌거를 이룹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일상생활 조건을 개선할 것

정부가 식생활 개선을 촉구하는 대국민 보건교육을 열심히 수행해서일까요? 물론 건강교육, 정보제공 및 홍보 등의 활동도 프로젝트에 일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역할을 한 것은 핀란드인의 "일상생활 조건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들이었습니다. 일상생활 조건이란 사람들이 태어나 성장하고 일하고 나이들며 살아가는 가정, 동네, 학교, 일터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느냐가 건강에 영향을 줍니다. 핀란드 정부는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버터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기름과 마가린을 개발하고, 지방질이 적은 소를 키우는 낙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였습니다. 또, 과일을 재배하기 어려운 척박한 북부의 환경에서도 자라날 수 있는 산딸기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핀란드 내 가장 큰 가정주부들의 조직인 Marttas와 함께 건강한 음식 조리법을 전파하는 등 가정, 학교, 지역사회 등을 포괄하여 식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을 실천했습니다. 즉,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 보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건강한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것입니다.

권력, 금전, 자원의 불공평한 분포를 개선할 것


핀란드 정부는 건강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있어 "건강한 선택이 모두에게 가장 쉬운 선택이 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권력, 금전, 자원의 불공평한 분포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불평등한 사회는 자원에 대한 접근권도 불평등합니다. 저소득층에게는 건강한 식품에 대한 접근 장벽이 존재합니다. 핀란드 정부는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지원하여 가격을 낮추고 학교의 우유 배급업체로 저지방·무지방 제품 공급업체를 지지하는 등 건강한 식이를 선택하는 것이 모두의 삶 속에서 쉬운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쳤습니다. 자원의 불공평한 분포를 개선함으로써 사회경제적 조건에 상관없이 건강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문제를 측정·이해하고 조치의 영향을 평가할 것


핀란드 정부는 프로젝트의 전개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측정하고 도입된 조치들의 영향을 평가해 나갔습니다. 질병 발생의 변화 추이를 파악할 목적으로 질병 등록체계를 구축했으며, 전체 인구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을 선정하여 위험요인, 건강행동, 영양 등에 대한 표준화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카렐라 주와 다른 지역들을 비교하여 프로젝트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대한 문서화를 통해 전국적인 확대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즉, 철저히 근거에 기반을 둔 전개를 통해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건강불평등 해소, 정치의 중요성


심혈관 질환은 우리나라에서도 주된 사망원인이며 소득계층 간 사망불평등에 기여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사회는 핀란드처럼 일상생활 조건과 자원의 불공평한 분포를 개선하고 문제를 측정하고 영향을 평가하는 정책을 실시하지 않는 걸까요? 눈앞에 모범사례가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 사회에 그 방안을 적용하여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책의 도입과 실행은 결국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없이는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 하더라도 시작되고 이어지기가 어렵습니다.

건강을 위해, 건강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는 중요합니다. 핀란드의 심혈관질환 예방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문제에 공감한 시민들의 적극적 요구와 참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가 사업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핀란드 낙농업계가 반대 광고까지 만들며 반발했을 때 TV토론 등을 통해 관련 문제를 공론화하고 끊임없이 업체들을 설득해가며 프로젝트를 진행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영국이 "건강불평등 위원회"를 보건부가 아닌 총리실 직속기구로 만들고, 적극적인 건강형평성 정책을 추진해 올 수 있었던 것 역시 정치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브라질은 "민중건강평의회"를 구성해 시민들이 직접 건강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했습니다. 브라질의 민중건강평의회는 지역 보건의료예산에 대한 심의권을 지니는 기구로 전체 위원의 절반이 시민대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시는 민중건강평의회의 결정으로 저소득층이 밀집된 지역에 공공병원을 설립하여 저소득층이 보다 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할 때 사회전체가 건강해지고, 건강불평등이 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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