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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엿보는 트럼프·김정은의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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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엿보는 트럼프·김정은의 '빅딜'

[정욱식 칼럼] 북미, 상대에 대한 요구 수준 높아질 듯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 이제 관심은 두 정상 사이의 '대타협(big deal)'이 성사될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타협의 양상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북한의 핵무기와 일부 탄도미사일의 폐기 및 이에 대한 미국의 중대한 상응 조치, 즉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 제재 해제, 북미 수교를 마지막 단계로 상정했었다. 이에 반해 최근 협상은 이러한 근본 조치들을 가능한 빨리하자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조금씩 그 패를 보여주고 있다. 실무 총책을 맞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서다. 그의 최근 발언 가운데 주목할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폼페이오의 주목할 만한 발언들

하나는 대북 안전보장과 관련해 법적 구속력을 갖춘 미국 상원의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폼페이오는 5월 24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무기 및 이와 연관된 탄도미사일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보장을 약속했다"며 그 유력한 방식으로 상원 비준을 언급했다.

이는 폼페이오가 평양을 다녀온 직후에 내놓은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5월 13일 "북한 지도부가 미국이 실제로 이런 것을 할 것이고, 미국이 더 이상 북한 체제를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할 것이 진정으로 가능하다고 믿도록 어떠한 대통령도 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북한이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안전 보장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부터 2000년 북미 공동코뮤니케 및 2005년 9.19 공동성명에 이르기까지 북한과 미국은 다양한 양자간, 다자간 합의를 했지만, 미국 의회의 비준을 거친 합의는 하나도 없었다. 이는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나면 북미 간의 합의도 무산되는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폼페이오는 바로 이점을 의식해 이번 합의는 상원의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요구해온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에 상응하는 '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를 제시함으로써 대타협을 이루겠다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또 하나는 폼페이오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과 관련해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의 목표는 CVID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CVID를 요구하고 북한이 여기에 반발했던 핵심적인 사유는 평화적 핵 이용 문제에 있었다. 부시 행정부는 이조차도 금지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프로그램이 핵무기 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길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면,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게 사실이라면 대타협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북미 기본 조약?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그 형식과 내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낮은 수준은 공동 발표문이지만, 김정은과 트럼프가 이 정도로 만족할 것 같지는 않다. 중간 수준은 공동 선언이다. 1972년 미중 간의 상하이 코뮤니케와 2000년 북미 공동코뮤니케와 유사한 방식이다.

가장 높은 수준은 양측의 비준을 요하는 조약, 혹은 협정이다. 이 방식은 2000년 빌 클린턴 행정부 때에도 검토되었지만, 클린턴의 방북이 무산되면서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었다. 폼페이오가 상원 비준을 언급한 만큼, 이 방식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상원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한 비준 문턱을 넘어서려면 합의 수준도 높아야 한다. CVID에 준하는 비핵화 방식과 시한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인권 문제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야 의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요구 사항이 높아질수록 북한의 요구도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주권 존중, 불가침 확약을 비롯한 평화협정 체결, 대북 제재 해제와 북미 수교 등은 당연히 그 목록에 들어갈 것이며, "미국의 대북 핵 위협의 근원적인 해소"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만약 김정은과 트럼프가 조약이나 협정에 서명하면, 공은 미국 의회로 넘어갈 것이다. 상원이 신속하게 비준해준다면, 대타협의 이행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상원에서 비준을 늦추거나 부결된다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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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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