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경환 취임 일성 뒤집어…지경부 결국 대형유통업체 손 들어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경환 취임 일성 뒤집어…지경부 결국 대형유통업체 손 들어줘

중소상인들 "전통사업보존구역 지정은 생색내기" 반발

지식경제부가 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법안에 대한 정부검토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영업시간 제한 등 등록 요건 강화에 수용불가 방침을 밝혔다. SSM을 등록제 요건에 포함시키는 데는 찬성했지만 사실상 기존의 방침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중소상인과 시민단체,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개설 허가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나섰다.

지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경위 대체법안에 대한 정부 검토 의견'은 지난 16일 주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전달된 의견과 외교통상부·법무부·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전문가 토론회에서 SSM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협정(GATS)이나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중소상인 측 전문가 의견은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 부처와 대형 유통업체 측 전문가의 의견만 수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지식경제부

지경부는 입지조건과 교통, 주민 안전시설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등록요건을 강화하거나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방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전통산업보존구역의 500미터 이상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허가제로 SSM을 규제하는 방안에도 범위를 500미터 이하로 축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전통산업보존구역 대상에서도 상점가는 제외해야 한다며 부분수용 의사를 밝혀 SSM을 등록제로 규제한다는 원칙만 수용할 뿐 지경위 대체법안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스스로 '허가제에 준하는 등록제'를 고려하겠다는 말까지 뒤집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중소상인 "정부, 지경위 대체법안마저 걷어차"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는 3일 국회 앞에서 '중소상인살리기 입법 촉구 전국상인대회'를 개최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부산·울산·경남·광주·인천·서울 등 전국 각지의 중소상인 500여 명은 2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지경부를 규탄하고 개설 허가제 등록을 촉구했다.

▲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서울대책위원회가 SSM을 유통 공룡에 비유한 깃발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

대회사에 나선 신규철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어제(2일) 제출된 지경부의 의견서는 그나마 중소상인의 목소리를 일부분 담아내려 했던 지경위의 대체법안마저 걷어차 버렸다"며 "이 집회를 시작으로 전면적인 허가제 도입이 관철될 때까지 제2, 제3의 집회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식 부산 상인대책위원장은 "WTO가 그렇게 막강한 기구인지는 모르겠지만 WTO의 대변인이 한국의 대통령이란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며 "우리 국민들이 죽어나가는데 WTO가 무슨 소용이고 무슨 필요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지경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저마다 나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관철을 약속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우리나라 헌법이 경제활동에 대해 국가에 부여한 의무는 지역경제 활성화·농어업 보호 및 육성·중소기업 및 중소상인 보호 딱 3가지뿐"이라며 "SSM 규제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가 오히려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민주당 노영민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등 지경위에 속해있는 야당 의원들과 중소상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정무위원회 소속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집회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프레시안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SSM을) 규제하면 위헌'이라고 말한 이후 아무리 설득해도 정부는 방향을 틀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MB악법'에 밀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법을 만들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기업인 여러분'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며 "이 대통령에겐 국민 따로, 기업인 따로 있나 보다"고 비꼬았다.

중소상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가 쟁점으로 떠오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유 의원은 "유통 재벌들이 지역경제를 침탈할 때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어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반대로 정부는 많은 힘을 가지고도 대형마트를 보호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날씨보다 '가진 자'들만 위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횡포가 더 춥게 만드는 것 같다"며 "연말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은 죽을 힘을 다할 것이니 중소상인 여러분들도 자기 지역구에 한나라당의 법사위 및 지경위 의원이 있다면 압박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 경남지역 중소상인들은 다같이 상복과 상모를 갖춰 입고 집회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프레시안
이휘웅 경남 대책위 상임대표는 중소기업청이 추진하는 '스마트숍' 사업을 집중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일부 경쟁력 있는 슈퍼만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숍의 본질은 영세 상인들을 구조조정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라며 "(개설 허가제 요구에) 물타기식 방안으로 나온 중기청의 계획은 절대로 채택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인태연 인천 갈산동 상인대책위원장은 "우리 중소상인들이 당장 한 끼 밥그릇을 채우며 만족하는 사이 대기업들은 (SSM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며 "지경부의 검토의견은 '중소상인을 설득하기 위해 논리는 필요 없다'라는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가 이에 대항하는 것은 단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재보선에서는 고작 5자리의 의원직을 놓고 생사를 걸고 싸우던 정치인들이 농민들의 쌀값 시위, 용산 참사, SSM 문제가 불거진 현장에는 얼마나 나타났는가"라며 "580만 자영업자의 힘을 모아 의원들을 압박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3년 후 있을 총선·대선에서 이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낭독한 후 차선열 울산지역 집행위원장이 자신의 가게에서 떼어온 간판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집회장 안을 행진했다. 이들은 본래 상여를 들고 행진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신고한 시위 물품이 아니라는 경찰의 제지에 반입하지 못했다.

참여연대·조승수 "전통사업보존구역 지정은 생색내기"

▲ 중소상인들은 차선열 울산 대책위 집행위원장이 자신의 점포에서 떼어 온 간판을 집회에서 망치로 부수며 몰락해가는 그들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프레시안
민주노동당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이번에 발표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중소상인 스스로 해결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대형마트가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대규모 상권을 보존구역으로 정해놓고 입점제한이라며 생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조승수 의원은 81곳의 사업조정신청 대상 지역 중 전통사업보존구역 내에 들어와 있는 SSM은 23.45%인 19곳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통사업보존구역 지정은 폐업에 처한 대다수 중소자영업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전면적인 개설 허가제를 핵심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경위 소속의 민주당 김재균 의원도 성명서를 내고 "지경부가 검토의견을 내기 위해 개최한 토론회 비용 1300만 원 중 400만 원을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부담했다"며 "정부가 들고 온 검토의견을 보면 결국 체인스토어협회가 추천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고 주장하는 등 원내·외를 막론하고 지경부의 검토의견에 대한 비난이 속출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