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문제로 극심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을 지역구 의원 재선거가 핵심이다. 특히 전날까지 불출마 입장을 유지해오던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이 돌연 출마로 선회하면서 손 위원장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박주선 공동대표 등 구 국민의당계와 유승민 공동대표가 이끄는 구 바른정당계 간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태세다.
바른미래당은 24일 오후 4시 국회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송파을 재선거 공천 문제를 논의했다. 그런데 이날 최고위를 앞두고,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로부터 송파을 출마를 권유받아 온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출마 입장을 공식화했다. 손 위원장은 앞서 이날 유승민 공동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그간의 불출마 입장을 뒤집고 출마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가 공천 문제 해결을 위해 손 위원장과 바른정당 출신 박종진 현 송파을 지역위원장을 연쇄 면담하는 과정에서였다.
손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박주선 공동대표와 안철수 후보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생각을 바꿔 달라, 당을 위해 희생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강남 지역, 나아가 서울시장 선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송파을 선거가 큰 도움이 되는 만큼 '3등 후보'를 그냥 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아주 간절히 호소했다"고 밝히며 "나를 버리고 희생하자는 생각으로, 유 공동대표를 만나 박 공동대표와 안 후보의 생각을 전하고 '많은 사람이 송파에 나서 붐을 일으켜 달라고 해서 내가 나를 버리고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손 위원장은 이에 대해 유 공동대표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유 공동대표는 '안 된다, 박종진 예비후보는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며 "제가 유 공동대표에게 '생각을 바꿔 달라, 박 예비후보도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공동대표는 손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경선이 원칙'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손 위원장은 "정치는 더 큰 원칙이 있다. 선거에 이겨야 하고, 바른미래당이 이번 선거에서 다음 정계개편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기초를 만드는 것이 더 큰 원칙"이라며 "내가 지금 자리에 연연하겠는가, 안철수 후보와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서 나를 희생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손 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당 선대위 출범식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그전부터나 지금이나 나설 생각이 없다는 얘기를 해왔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었으나, 당시에도 "당의 단합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가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는 등 미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기자가 '지도부의 출마 요청이 있으면 재고할 수 있느냐'고 두 차례나 물었지만 웃기만 할 뿐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날인 22일에는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이 전략공천을 하더라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하루 만에 '출마'로 방향을 180도 틀었다.
서울 송파을 재선거는 바른미래당 내 옛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간 갈등의 핵이었다.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송파을이 최명길 전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역시 국민의당 출신인 손 위원장이나 안철수 후보와 가까운 장성민 전 의원의 전략공천을 바라는 분위기였다. 안 후보나 박주선 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출신 지도부 인사들은 직간접적으로 손 위원장 전략공천을 주장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7일 "제가 이번달 초부터 손학규 위원장이 출마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에 요청했다"고 폭탄 발언을 한 데 이어 연일 손 위원장의 전략공천을 주장해 왔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에도 선관위 후보등록 후 기자들과 만나 "송파을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뿐 아니라 당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지역"이라며 "유승민 대표가 어떤 선택이 통합의 가치를 살리고 당을 살릴 수 있는 선택인지 숙고해 달라"고 거듭 압박했다. 국민의당 출신인 박주선 공동대표도 손 위원장 전략공천을 주장해 왔다. 박 대표는 전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당후사"를 강조했었다.
유승민 "전략공천, 원칙에 맞지 않다…孫 요구 받아들일 수 없어"
반면 바른정당계는 유승민 공동대표가 바른정당 대표 시절 '인재영입 1호'로 발표한 박종진 현 지역위원장이 경선에서 승리한 만큼, 원칙대로 경선 승리자를 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유 대표는 말 그대로 폭발 직전인 분위기다. 유 대표는 지난 17일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선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최고위가 (경선을) 중단시킬 아무 권한이 없다"며 "(3등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논리라면 우리 후보를 낼 데가 아무 데도 없다"고 안 대표에게 직접 날을 세웠다.
특히 유 대표는 이날 손 위원장을 면담하고 온 후 4시 최고위원회 회의 참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오늘 손 위원장을 만나 '전략공천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다. 제가 그 동안 정치를 하며 원칙을 지켜 왔고, 이번 일도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손 대표의 전략공천 요구는 제가 받아들일 수 없다. 거꾸로 손 위원장이 뜻을 접고, 안 후보 측을 설득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안 후보나 손 위원장이 '3등 후보는 안 된다', '송파을 재선거가 서울시장 선거에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마치 서울시장 선거 전체가 송파을 하나에 달린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개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과 안 후보, 박 공동대표, 손 위원장 4명이 저녁식사를 했다고 밝히며, 당시 자신이 "이번 선거가 굉장히 어려운 선거인데 이번 선거에 나가 패배하면 그동안 (손 위원장) 본인이 쌓아놓은 정치적 자산이나 남은 정치적 자산마저 다 없어질 것이다. 선대위원장 역할을 충실히 해 달라"고 말하자, 손 위원장 본인이 "절대 안 나간다. 나는 빼 달라"고 말했다고 과거 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송파을 지역 공천 문제를 놓고 당내 갈등이 계속돼온 가운데,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의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당사자인 박종진 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략공천 결정시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고, 바른정당 출신 진수희 서울시당 공동위원장도 "송파을의 박종진 후보를 놓고 벌이는 무도한 작태"를 비난하며 같은날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원장이 밥그릇을 탐내는 듯한 모습"이라며 "정치인 이전에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내 직을 걸고 막겠다"고 손 위원장을 맹비난하며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17일 최고위원회에 이어 21일, 23일 최고위를 열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특히 23일에는 오전 회의에 이어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2시간 동안 추가 회의를 열었으나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열릴 최고위에서 유 대표는 "결론을 내겠다"고 하고 있으나, 당 최고위의 인적 구성이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간 1대1 동수로 돼 있어 한 쪽의 입장이 관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최고위 구성원은 유·박 공동대표와 국민의당계 권은희·김중로 최고위원, 바른정당계 정운천·하태경 최고위원, 국민의당 출신 김동철 원내대표, 바른정당 출신 지 정책위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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