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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희 사퇴 파장..."안철수 당선 위해 뛸 동기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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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희 사퇴 파장..."안철수 당선 위해 뛸 동기 사라져"

안철수-유승민 갈등 폭발...노원병 간신히 병합했지만 '산 넘어 산'

바른미래당 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공동대표 간 공천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모양새다. 당초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원외 지역위원장들 간의 이견 정도로 보였던 갈등은, 17일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이 직접 내놓은 발언들로 인해 본인들 간의 충돌이 됐다. 이어 18일, 유 대표와 가까운 진수희 서울시당위원장의 사퇴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열음은 더 커지고 있다.

진 위원장은 18일 오전 바른정당 출신 원외 지역위원장들과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방에 "어제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직을 사퇴했다"는 글을 올렸다. 진 위원장은 구 한나라당 소속으로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했던 인사다.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 구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고 국민의당과의 통합 직전까지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바른미래당 출범 이후에는 국민의당 출신 이동섭 의원과 함께 공동으로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진 위원장은 "서울시 공천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해서 최고위로 올렸으나, 그 과정에서 겪은 온갖 비상식적인 일들, 게다가 송파을의 박종진 후보를 놓고 벌이는 무도한 작태를 보면서 통합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안철수 전 대표를 직격했다. 진 위원장은 이어 "이제 더 이상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어야 할 책임감도 동기도 다 사라져 버려, 이런 마음으로 시당위원장직을 유지하는것은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일 뿐더러 당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는 사퇴의 변을 밝히고 사퇴를 선언했다"고 안 전 대표 비판을 이어갔다.

진 위원장은 "심정으로는 지역위원장직도 내려놓아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단독위원장 지역이라 우리 지역 후보들을 위해서 6월 13일까지는 미뤄야 할 것 같다"며 "현장에서 뛰시는 우리 바른정당 동지들께 너무나 죄송한 결정임을 모르는 바 아니나 도저히 제 인내심으로는 견디기 힘들었음을 혜량해 달라"고 했다.

갈등 핵심은 '송파을'

진 위원장이 사퇴 이유로 "송파을 박종진 후보를 놓고 벌어지는 무도한 작태"를 내세웠듯,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바른미래당 내 갈등의 핵이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은 국민의당 출신인 손학규 선대위원장 전략공천을 주장하고 있고, 유승민 공동대표 측은 경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바른정당 출신 박종진 지역위원장이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정되길 바라고 있다.

전날 유 대표는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선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최고위가 공천관리위 결정을 중단시킬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공천관리위 결정대로 경선을 진행하라고 이태규 사무총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안 전 대표 측에서는 3등할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며 전략공천을 주장하고 있다'는 기자 질문에 대해 "그런 논리라면 우리 후보를 낼 데가 아무 데도 없다"며 이례적으로 안 전 대표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전략공천 대상자로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거론되는 데 대해 유 대표는 "제가 알기로는 본인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하고 "전략공천은 합의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략공천 대상자로 추천되는 자가 기존 후보보다 경쟁력 있다는 근거도 전혀 없고 그런 여론조사도 본 바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자 같은날 오후 안 전 대표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공천이 해결되지 않아 답답하다"며 "제가 이번달 초부터 손학규 위원장이 출마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에 요청했는데 아직도 정리가 안 됐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송파을은 서울시장 선거만큼 상징성 있고 중요한 선거"라며 "그래서 당에서도 가장 무게 있는 분이 나서는 것이 송파을 지역 유권자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특히 그는 손 위원장 본인이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데 대해 "당에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다. 미리 '그 분이 생각이 없다'고 차단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사실상 유 대표를 간접 겨냥하기까지 했다.

안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18일에도 "두 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번 말씀했다. 그러면 서울시장 선거와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곳인 재보궐 선거 지역에 최선의 후보, 당 내 가장 훌륭한 인적 자원을 써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최적의 사람이 있다고 할 때, 두 대표가 적극적으로 부탁드려 여건을 만들고 그게 안되었을 때 그 다음으로 옮겨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이라고 했다. 유 대표와 박주선 공동대표가 손 위원장을 만나 설득하고 "부탁"해서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진수희 시당위원장의 사퇴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만 했다.

안 전 대표 등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송파을이 안 전 대표의 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는 점에서 "우리 지역을 바른정당에 뺏기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보고 있을 수 없다"(한 측근)라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안 전 대표 입장에서 보자면 본인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도 자신과 가까운 북한 전문가 김근식 경남대 교수 전략공천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결국 노원병은 바른정당 출신 이준석 지역위원장 공천이 확정됐다. 이들의 표현대로라면 '안 전 대표 지역구를 바른정당에 뺏긴' 것이다.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은 이들대로 폭발 직전이다. 노원병은 현직 지역위원장이 단독 출마선언을 했는데도 단수공천 확정에 무려 한 달 가까이 시간이 끌린데다, 송파을 역시 박종진 지역위원장을 포함한 4인 경선을 이미 지난 14일 공천관리위가 결정했는데도 안철수계가 부당하게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바른정당 출신인 한 서울 원외 지역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진수희 위원장의 사퇴의 변은 굉장히 '톤 다운'(수위 조절)을 해서 낸 것이다. 5월 초부터 바른정당 원외위원장들 사이에서는 '총사퇴' 얘기까지 나왔다"며 "(송파을이 전략공천으로 결론날 경우) 박종진 위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원외위원장도 "진 위원장 사퇴가 꼭 송파을 때문만은 아니다"라면서도 "바른정당 출신 위원장들은 아무래도 박종진 위원장이 공천을 받길 바라는 분위기이고, 빨리 결정을 해줘야 할 일을 안 하고 늦어지는 데 대해 (당에)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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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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