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바른미래당 지도부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선거 연대에 대한 발언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당의 최대주주이자 '간판'인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한국당 김문수 후보 간의 단일화는 야권 내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선거대책위원장은 21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요즘 단일화 얘기가 나오는데 여러 의견들이 있을 것"이라며 "저는 문재인 정부가 오만하고 독주해서 나라 살림을 엉망으로 만들 때 '이것은 안 된다'라고 하는 힘이 합쳐져야 한다"고 반(反)문재인 정부 야권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 위원장은 이어 "그리고 그것(힘을 합치는 것)은 바른미래당이 중심이 돼야 하고 안철수가 단일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는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 농단을 같이 반성해야 한다.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안철수가 (문재인 정부에) '옐로 카드'를 드는 데 같이 동조를 해 줘야 된다"고 한국당에 촉구했다.
중앙당 선대위원장과 서울시장 선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손 위원장은 출범식 후 기자들이 '혹시 한국당 김문수 후보 측과 의견 교환이 있었느냐'고 묻자 "그런 것은 없다"며 다만 "단일화에 대한 요구들이 많이 일고 있는 마당에서, 단일화의 성격,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이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견제와 균형임을 생각할 때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안철수이고 한국당은 아직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선대위 출범식에서 유승민 공동대표는 "우리 국민들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무리 만나 무엇을 해도 이번 지방선거는 자신들을 위해 정말 일을 제대로 할 일꾼을 뽑을 것"이라며 "그 선택이 저는 2번이냐 3번이냐인데, 우리 3번 후보들이 정말 끝까지 열심히 하면 국민들께서 절대 2번을 안 찍고 3번을 찍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2번(한국당)이냐 3번(바른미래당)이냐'라는 말은, 손 위원장의 말과 마찬가지로 야권 공조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유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서울시장 선거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아주 오래 전에 제일 먼저 꺼냈던 얘기"라며 "그 때 생각과 똑같다"고 했다. 이는 지난 3월 29일 자신이 한국당과의 선거연대에 대해 "당내 반발이나 국민들 오해 등 부분만 극복하면 부분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의미한다.
유 대표는 당시 "한국당이라는 상대가 있고, 이게 야합으로 보일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권의 연대·협력으로 보일지 여러 장애물이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긴 하다"면서도 "저는 그런 점에서 마음이 좀 열려 있는 편"이라고 했었다. "서울시장 같은 경우, 예컨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출마해서 승리·당선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유 대표는 말했었다.
당시 유 대표의 발언에 반발했던 박주선 공동대표나 김동철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출신 지도부 인사들도 약 2달 후인 현재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선대위 출범식에서 "한국당에서 이번 지방선거 연대, 후보 단일화 문제를 제기했지만 자기들이 염려하지 않아도 우리 바른미래당 후보로의 단일화는 한국당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우리 당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투표에 의한 자연적 단일화'라는 원론적 입장이기는 하나, 단일화에 대한 거부감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 본인은 이날 "제가 야권 대표선수"라며 "저만이 박원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후보다. 단일화는 시민들이 표를 모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인위적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유승민계 갈등의 진원지인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 문제를 두고서는 이날도 여진이 이어졌다. 안 후보는 손학규 위원장 전략공천 주장을 계속하면서 "저는 후보로서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것이고, 당 지도부가 최선을 다해 달라"며 지도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정작 손 위원장 본인은 출마 의사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것을 확인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지도부의 몫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유승민 대표 역시 "입장이 달라진 게 없다"며 "(경선이라는) 원칙대로 하는 것이 당내 갈등도 없애고, 당사자들도 승복하는 길이다. 그 길밖에 없다"고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손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제 입장은 박주선 대표, 안 후보에게 여러 날 전부터 여러 번에 걸쳐 얘기했다"며 "그전부터나 지금이나 나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 당의 어려움을 생각해 제가 말을 아끼고 있다"며 "당의 단합,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박주선·유승민 대표가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자신의 전략공천을 주장하고 있는 안 후보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당 지도부의 '결정'을 촉구한 것이다. 그는 "제가 또다시 얘기를 하는 게 당의 화합·단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동안) 말을 아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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