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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성공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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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성공의 조건은

[기고] 남북, 동서독 수준의 질적교류 이루려면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1988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가 외친 구호이다. 오랜 분단의 상징이자 금단의 지역인 판문점을 분단극복의 상징적 장소로 치환하며 한민족 통일을 향한 열기와 영감을 불어 넣던 당시로부터 정확히 30년이 지난 2018년, 청년들의 심장을 달구었던 그 판문점에서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새로 쓸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이제는 피 끓는 청년들만이 아닌 국민 89%가 그 선언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판문점선언에 대한 세계 각국과 국내 각계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분명히 구체적인 실천을 고민할 시기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것은 단연 '개성지역에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다.

공동연락사무소에 주목하는 까닭은 '민간교류'의 창구가 열렸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남북 교류를 이끌었던 민간 통일운동이 지난 11년 간 가장 절망했던 것은 남북 교류가 하루아침에 단절되었음에도 오히려 국민들이 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리적 통신선이야 얼마든 끊을 수 있다지만, 사람과 사람의 사이의 교류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이렇게 쉽게 끊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황망하게 지켜보던 세월이었다. 2700여 건의 남북 사회문화교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됐던 원인을 냉정히 돌아보고 반성하자면, 남북교류의 저변이 그리 넓지 않았던 탓으로 보인다.

사실 교류의 양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남북 간 교류는 동서독 사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학 간 자매결연, 우편통신의 교환, 청소년 교환교류, 문화예술작품의 교류, 방송, 출판의 교환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영역, 단순 교류를 넘어 전문영역을 포괄한 교류를 했던 동서독과는 비교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협소한 교류의 근본 원인이야 북한의 경직성을 탓할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 내부의 노력과 준비 역시 마찬가지로 부족했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연락사무소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누구나 쉽게 교류할 수 있고, 전문적 영역까지 포괄하는 넓은 교류를 진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민간교류'의 토대를 완성시켜야 한다.

▲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도보다리를 산책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 취재단

이런 측면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성공적으로 자기 임무를 완수하려면 첫째, 민간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판문점선언에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한 만큼 민간교류를 독립적으로 책임질 민간 전문가들이 공동사무소에 파견되어, 민간교류를 원하는 개인, 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둘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통일부 산하가 아니라 총리실이 지휘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과거 독일의 사례를 봐도 그렇고, 전문적 영역의 교류 확대는 통일부가 아닌 해당 부처가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통일부 뿐만 아니라 문화, 체육, 관광분야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체부, 여성, 청소년교류를 위해서는 여가부와 교육부, 환경협력과 교류를 위해서는 환경부, 지자체 자매결연 활성화를 위해서는 행안부가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연락사무소가 정부 각 부처에서 파견된 당국자로 구성되어야 남북교류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공동연락사무소인 만큼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원칙이 합의되기를 바란다. 이미 남북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공동'이란 명칭이 무색하지 않으려면 다른 층이 아니라 한 사무실에 함께 근무해야 판문점선언의 의미를 오롯이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먼 길을 돌아 한반도에 봄이 찾아들었다. '춘경하운 추수동장'(春耕夏耘秋收冬藏)이라고 했다. 확실한 가을걷이를 위해서는 준비된 씨앗이 있어야 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민족의 풍요로운 가을걷이를 위한 분명한 씨앗이자 토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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