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 전화를 통하여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좋은 흐름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북측이 '회담의 정례화'를 꺼리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정기적인 회담'이라는 문구를 넣음으로써 남북 정상회담의 사실상 정례화를 이뤄냈다.
정상 간 직통 전화(핫라인)뿐 아니라,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한다는 점도 성과다.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 당시 남북은 "판문점에 남북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고 합의했지만, 이는 이행되지 않았다. 특히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이 있는 개성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함으로써 남북은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도록" 합의한 점이 눈길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유엔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보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개성에 남북 연락 사무소를 설치함으로써 남북 관계 해빙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의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한 합의는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선언' 뒤 김정은 위원장과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10.4 선언 이행과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남북 공동조사연구 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연락사무소'를 계기로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제 협력과 관련해서는 '철도 사업'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두 정상은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도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고 말했었다.
철도 연결 구상의 토대로 '판문점 선언'은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체결한 10.4 선언을 명시했다. "남과 북은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명시함으로써 10.4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0.4 선언에는 △서해평화 협력 특별지대 설치, 공동 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 및 해주항 활용, 민간 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 이용, △개성공단 건설 및 문산-봉동 간 철도 화물 수송 시작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남포에 조선 혀벽 단지 건설 등의 경제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남북이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하려면 유엔(UN) 안보리 제재를 풀어야 한다. UN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 금지',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 등을 규제한다. 남북이 철도 연결 사업을 하는 것도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유엔 제재를 먼저 풀어야 한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철도'와 같은 신규 사업뿐 아니라,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유엔 제재' 틀 속에서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남북 경협을 위해서는 오는 5월 말에서 6월 초에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안전, 체제 보장' 약속을 맞교환하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 (☞관련 기사 : '문재인 평화구상'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것)
다만, 북방한계선(NLL)에 '공동 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문제는 해석에 따라 유엔 제재의 틀을 벗어나 남북 합의만으로 실행할 여지가 남는다. 문 대통령은 특히 NLL '공동 어로구역' 설정에 대해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바다출판사 펴냄)에서 "NLL상에 남북 등거리 또는 등면적으로 공동 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NLL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평화를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우리 어민들의 조업 구역이 북쪽으로 크게 확장되고 NLL 일대에서 중국 어선을 몰아낼 수 있는 일거삼득의 방안"이라고 적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공동어로구역 방안은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나온 구상이 아니다. 전두환 정부 때인 1982년 2월 처음 제안돼, 1984년 11월부터 열린 남북 경제회담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방안이었다"고 강조했었다.
그밖에도 오는 8월 15일 이산가족 상봉을 결의한 것도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상징적인 행사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부터가 북쪽에 가족이 있는 실향민이다.
남북 관계 개선 문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남과 북은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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