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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vs 한국' 개헌 대치, 최후의 협상 물꼬 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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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 vs 한국' 개헌 대치, 최후의 협상 물꼬 틀까?

야3당 중재안에 일단 '환영', 속내는 제각각

국회 개헌 논의가 정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원내3·4·5당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공동으로 새로운 개헌 협상 테이블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이 각각 권력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혁 부분에 대해 양보하라는 요구와 함께다. 민주·한국 두 당은 이들 의 제안에 대해 일단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야3당 제안 내용은?

바른미래·평화·정의 3당 소속 원내대표와 국회 헌정특위 간사들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야3당은 거대 양당의 진영논리에 가로막힌 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며 크게 두 가지의 제안을 내놨다.

첫 번째 제안은 개헌 협상의 '내용'에 대한 것이다. 야3당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찬반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분권과 협치를 실현할 정부 형태 타협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제1야당인 한국당은 '국민 대표성 강화'라는 추상적 문구를 넘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구체적인 대안을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각각 촉구했다.

현재 민주당과 청와대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방안(국회 선출제)이나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국회 추천제) 모두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변형된 의원내각제"(3월 22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대통령 개헌안 발표)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비례 의석 확대 등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부정적이다. "인구 편차가 심한 도시와 농촌 지역의 선거구제를 달리하고 비례대표제를 보완하는 방법"(4월 3일, 김성태 원내대표의 개헌 로드맵 발표) 정도가 한국당이 기존에 내놓은 입장 가운데 가장 진전된 것이었고, 작년 12월 중순 국회 정개특위 논의 때까지는 아예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입장이었다.

민주·한국 양당이 이런 기존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는 게 이날 야3당의 요구인 셈이다.

야3당의 두 번째 제안은 개헌 협상의 '형식'에 대한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개헌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정체된 상태다. 야3당은 이에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를 정식으로 가동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며 "국회 주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은 동시에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개 교섭단체.원내대표들만이 참여하는 현재 방식의 협상 테이블에서는 아무래도 다른 원내 현안들이 끼어들어 개헌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각 교섭단체의 헌정특위 간사들까지 참여하는 일명 '2+2+2+2' 형식 회의체를 열자는 얘기다.

민주·한국 반응은?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오전 야3당 원내대표단이 내놓은 이같은 제안에 대해 큰 틀에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구체적 제안 내용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만 동의한다고 했다.

먼저 민주당은 '형식' 부분에 대한 제안은 수용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야3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가 우원식 원내대표와 가진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야3당의 헌법 개정 노력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제안 내용을 충분히 경청했고, 야3당이 제안한 '2+2+2+2 협의체'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박 수석부대표는 "정부 형태와 선거제도 논의는 오로지 국민의 뜻과 나라를 위한 선택으로 해야 한다"며 "분권 문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써 다당제가 될 것이라 본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서는 내각제적 요소를 주장하는데, 국민들이 어떤 정부 형태를 바라는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권력구조 부분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국당은 반대로, 개헌 내용에 대해서는 전향적 검토를 할 수 있다면서도 '2+2+2+2 협의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나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야3당 대표단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야3당의 진정어린 개헌 의지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당이 책임져야 할,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국민 대표성 강화(에 대해) 야3당의 뜻에 호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 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도 "분명히 얘기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을 통한 국민 비례성 강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문을 활짝 열겠다"며 "분권형 대통령(개헌)을 위한 길이라면 저희들은 선거구제 개편과 국민 대표성 강화 부분 입장에 함몰돼서 개헌이 어그러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권력구조 개편 부분에 대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 요소는 제거해야 한다. 책임총리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면서도 "이번 개헌은 문재인 정부에는 적용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 이후에 적용되는 것이고, 그 이전에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국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야3당 원내대표단과의 회동에서 말했다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개헌특위 간사가 전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2+2+2+2 협의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민주당이 이 정국에서 협상에 나설 여건이 안 된다"며 "민주당이 진정으로 개헌과 4월 국회 정상화를 위한다면 이 상황을 하루속히 제거해 달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개헌 협상 재개의 조건이 뭐냐는 취지의 질문에 "김기식 금감원장 문제를 포함한, 야권이 요청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한 내용들(의 해결)"이라고 답했다.

개헌 전망은?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야3당의 선거제도 개혁 요구에 최종적으로 전향적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할 경우 민주·한국 양당은 의석 감소가 불가피하다. 한국당이 작년 말 정개특위 협상 과정에서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한국당이 김기식 금감원장 문제, 방송법 개정안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2+2+2+2 회의체'를 가동할 수 없다고 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한다는 가정에서, 국회의 개헌안 마련 마지노선은 5월 4일까지이고 여권이 잠정적으로 설정한 1차 시한은 4월 20일이다. 4월 20일까지는 단 1주일밖에 남지 않았고, 5월 4일까지로 늘려 잡아도 남은 기한은 3주 이내다.

민주당이 총리 국회선출제나 국회추천제에 대해 "내각제적"이라며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는 상황 또한 개헌 협상 진전에는 부정적 요소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 입장이 완강한 만큼, 여당이 섣불리 나서서 야당과 합의를 해 주기도 어려운 사정이다.

민주·한국당 원내대표들을 만난 이후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다음 주에 야3당이 따로 모여서 권력구조 개편, 권력기관 개혁, 선거제도 개혁 3가지 대해 야3당 안(案)을 만들어 양당에 촉구하겠다"고 했고, 심상정 의원도 "김성태 원내대표 말을 들으니 개헌이 성사될 수 있다는 낙관적 생각을 갖게 됐다. 야3당이 구체적이고 발빠르게 중재안을 마련해서 앞으로 개헌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개헌 협상 전망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노회찬 원대대표와 각당 국회 헌정특위 간사 등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야3당 개헌 공동입장발표' 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광수 평화당 간사, 장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 노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간사, 김관영 바른미래당 간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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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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