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 논란과 관련해 재차 비판을 내놨다. 야당이지만 진보 성향이란 점에서 대개 문재인 정부 정책 방향에 동조해 온 정의당마저 김 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1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기식 원장의 해명과 청와대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며 "오히려 추가로 의혹들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이대로 논란이 지속된다면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금감원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들이 개인적 논란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금감원장은 뛰어난 공정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전임 금감원장이 채용 비리에 연루되어 스스로 물러났던 점도 이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추 대변인은 이어 "정의당은 이제 김 원장의 거취 문제가 유보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닿았다고 판단한다"며 "내일 아침 당 상무위(타 정당의 최고위에 해당)에서 당의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대 국회 내 야당 가운데 문재인 정부와 가장 성향이 비슷하다고 평가되는 정의당은 그간 특히 인사 문제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해왔다. '정의당마저 반대하면 낙마한다'는 뜻에서 일본 만화 <데스노트>에 비겨 '정의당 데스노트(살생부)'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안경환 법무, 조대엽 노동, 박성진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자와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내정자의 경우가 그 사례였다.
정의당은 이날 추 대변인을 통해 김 금감원장을 감싸는 청와대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을 내놨다. 추 대변인은 "청와대가 김 원장에 '해임 불가' 입장을 재차 밝히며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적법하기 때문에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청와대 입장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 원칙이 '적법'이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벗어났다는 공개적인 선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정의당은 "김 원장과 동행했던 보좌진을 문제삼으며 '여비서' 논란을 부추기는 보수 야당의 행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 여성 보좌진과 인턴 모두를 무시하는 정치적 공세에 유감을 표한다. 의혹과 관련해 해당 사안만 적확히 지적해도 충분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원장의 외유 논란과 관련, 현재 정의당을 제외한 모든 원내 정당은 김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보수·중도진영에 속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범진보진영으로 뷴류되는 민주평화당도 조배숙 대표가 직접 두 차례나 나서 김 원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12일 정의당 상무위의 결정에 따라 국회 내에서 여당이 진보·보수 양쪽에서 포위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고립 위기를 맞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김 원장에 대한 공세에 맞서 역공을 펼치고 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김기식 흠집내기'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과거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공항공사를 통한 '나홀로 출장'과 '보좌진 대동 출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제 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두 번의 출장은 출장 국가만 같은 것이 아니라 국제민간항공기구 방문과 스미소니언 방문으로 출장 주요 일정이 완벽히 동일하다. 김 금감원장에 대한 비난 기준으로 보자면 김성태 원내대표야말로 피감기관을 통한 해외 출장이었고 '갑질'의 최정점에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김 원장과 함께 원내 의견그룹 '더좋은미래' 활동을 했던 남인순·유은혜·이재정·진선미·홍익표 의원이 이날 오전 나서 "더미래연구소는 김 원장의 개인 연구소가 아니라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 21명이 '가치와 비전, 대안을 중심으로 정치를 변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연구기금을 1000만 원 이상씩 갹출해 독립 싱크탱크로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공동의 자산이자 성과"라며 "악의적 흠집내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박영선·우상호 의원도 나섰다. 우 의원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김 원장 사퇴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 "안 후보는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던 2009~2010년 국민 세금인 카이스트 비용으로 부인 김미경 교수와 개인적 외유성 출장을 4차례 다녀온 것으로 의심된다"며 "한국당 의원 중 17~19대 국회에서 김 원장과 비슷한 방법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상당수 의원을 알고 있다. 한국당은 자기 당 소속 의원부터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역공했다.
박 의원도 "김 원장이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재벌개혁이라는 기치를 들다 보면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본인 도덕성과 관련해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