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취임한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과 관련, 야3당이 총공세에 나섰다. 보수·중도성향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민주평화당·정의당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오전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을 "갑질과 '삥 뜯기'의 달인"이라고 원색 비난하며 "김 원장의 임명을 철회하고 검찰 조사를 받도록 조치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해야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한국당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검찰에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김 원장이 '피감기관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온 것은 맞지만, 해당 기관에 대해 특혜를 준 바는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관련 기사 : 김기식,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 "죄송") 대해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변명"이라며 "소도 웃을 일"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가 이날 김 원장이 당시 해외 출장에 인턴 비서를 동행시킨 데 대해 추가 의혹을 제기한 것은 무리한 공세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수행한 비서가 담당 업무(를 하는) 정책비서라고 했지만, 수행 여비서는 인턴 신분이었다"며 "인턴은 엄연한 교육생인데 인턴 여비서를 업무 보좌로 동행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정책 업무 보좌는 보좌관(4급 상당), 비서관(5급 상당)급이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책 업무 보좌는 의원실 재량에 따르는 게 일반적으로, 정책 업무 보좌 담당은 급수를 넘어 천차만별이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유승민·박주선 두 공동대표가 나서서 김 원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한 참여연대 출신 신임 금감원장은 19대 의원 시절에 피감기관, 민간 은행돈으로 외유를 다녀온 부패 인사"라며 "문 대통령은 금감원장을 당장 해임하고, 검찰은 이 사람을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수장으로 있는 금감원이 과연 삼성증권 사태를 엄중히 조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도 "김 원장에 대한 청와대의 발표를 보면서 아연실색했다"며 "김 원장이 '실패한 로비'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은 한국 법체계를 무너뜨리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김 원장을 보호하려는 궤변, 해괴망칙한 논리를 대지 말고 임명을 취소해야 한다"며 "형사법적 절차 강구하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같은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 원장의 과거 뇌물 의혹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김 원장은 '관행'이라고 하지만, 당시 같은 제의를 받은 다른 의원은 부적절하다며 거절했다. 이게 관행이면 국정원 특활비를 가져다 쓴 것도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청와대 인사검증팀은 일자리 숫자를 채우기 위해 앉아 있는 모양"이라고 청와대를 비판하며 "정부·여당이 나서서 감쌀 일이 아니다. 적폐 청산 차원에서 청와대는 지명을 철회하고, 검찰은 직권남용이 아닌지 법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도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정의당은 정략적 관점이 아닌, 김 원장이 금융개혁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만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김 원장의 그간 행보에서 미뤄볼 때, 대한민국에 산적한 금융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날선 개혁의 칼을 들어야하는 입장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흠결을 안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의당은 김 원장의 임명 철회를 바로 촉구하지는 않고 "김 원장이 내놓은 해명이 진실에 부합하는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며 "향후 김 원장에게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면밀히 살필 것이고, 김 원장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김 원장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어제 김 원장이 본인 의혹을 소명했고, 우리도 확인해본 바 과거 해외 출장과 관련해 해당 기관에 특혜를 제공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 당시 의원이) 오히려 출장 이후 한국거래소 지주사 관련 법안에 반대했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추진하려 했던 유럽사무소 신설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시키고 사업 집행의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며 "김 원장은 소신 있고 깐깐한 원칙주의자"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혜택은커녕 불이익을 줬는데 이를 어떻게 로비라고 부를 수 있느냐"며 "김 원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에 대해 사과를 한 마당에, 무리한 정치 공세를 이어가면 묵과하지 않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처럼, 김 원장을 불편해하던 이들이 (김 원장을) 낙마시키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역공에까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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