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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선거운동원 수당, 최저임금 절반도 안 된다

[민미연 포럼] 최저임금 준수자마저 '범법자' 만드는 선관위

오는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광역단체장·교육감부터 기초의원까지 선출 인원만 4000여 명이고, 출마자는 그 몇 배에 이른다. 큰 선거이니만큼 선거운동을 위해 '고용'되는 선거사무 관계자 숫자도 매우 많다. 원활한 선거운동을 위해 능력 있는 선거운동원을 구하기 위한 '입도선매(立稻先賣)'도 치열하게 이뤄지는 게 지방선거의 풍경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은 5월 31일부터 6월 12일까지다. 조만간 우리는 초여름의 땡볕 속에서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유권자를 만나며 치열한 선거운동을 펼치는 선거사무원(선거운동원)들을 수없이 접하게 된다. 노동시간도 길고 일도 고되지만, 그래도 괜찮은 단기 아르바이트이기도 했던 선거운동원.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원 구하기'는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선거사무원 수당

아래 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펴낸 '정치자금 회계실무'에 명시된 선거사무 관계자 수당과 실비 지급기준이다.

▲ 2008년과 2018년이 같은 선거사무 관계자 수당⋅실비 지급기준.

우리가 선거운동 기간에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선거운동원은 사실 '선거사무원'이다. 선거사무원에 대한 수당은 하루에 3만 원까지 지급 가능하다. 일비와 식비가 구분되어 있지만, 만약 후보자가 선거사무원에게 교통수단이나 식사를 제공하면 일비와 식비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급여는 3만 원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용 '정치자금 회계실무' 내용이지만, 구태여 최근 자료를 찾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가 발행한 '정치자금 회계실무'에 명시된 선거사무 관계자에 대한 수당 실비 지급기준액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참고로 2008년도 최저임금은 시급기준 3770원, 일급기준 3만160원이다. 2018년도는 시급 7530원, 일급은 6만240원이다. 즉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사무원 수당 지급 기준은 이미 10년 전인 2008년에도 '최저임금법 위반'이었으며, 지금은 아예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을 '수당 상한액'으로 규정하고 있게 됐다. 참고로 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2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노동부에 질의한 바 있다. 그러나 3월 9일이었던 답변기한은 3월 20일로 연장되었고, 3월 20일이 일주일 이상 지난 지금까지 공식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을 지킨 출마자는 범법자가 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135조 '선거사무 관계자에 대한 수당과 실비보상'에 근거해 수당을 정하여 공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예산으로 집행하는 '선거비용 보전'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각급 선거에 적용되는 '선거비용 상한액'을 공지하며, 일정 득표 이상 얻은 후보자는 선거비용에 대해 보전을 해준다. 그렇기에 인건비를 포함, 각 선거비용 항목에 기준 금액을 제시한다. 그럼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인건비 기준이 최저임금에 위반하므로 나는 최소한 최저임금은 지키겠다"며 선거사무원에게 급여를 더 준다면 어떻게 될까?

선거관리위원회에 이 문제를 구두로 물어봤더니, 선관위 직원은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처벌된다"고 답변했다. 선관위 직원이 '처벌 근거'로 제시한 공직선거법 230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후보자가 최저임금 지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선거운동은 야외에서 장시간 진행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사고 발생 위험이 늘 상존한다. 따라서 피고용인에 대한 고용/산재보험 가입은 사용자의 의무다. 특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다면, 산재보험은 당연히 가입해야 한다.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에 선거사무원 고용/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선거사무원도 노동자성이 인정되므로 당연히 가입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관위 직원은 "고용/산재보험료를 사용주(후보자)가 부담하는 것 자체가 공직선거법 제135조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수당과 실비의 종류와 금액을 초과하므로 이 역시 공직선거법 230조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4시간으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라"는 근로감독관

선관위가 규정한 사무원 수당은 명백히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준법 후보자'가 되기 위해 노동부 모 지청 근로감독관에게 이 문제를 상담했다. 근로감독관은 "8시간 일하면 최저임금법 위반이므로 하루 근무시간을 4시간 이내로 규정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나머지는 휴게 시간으로 하라"였다. 여기에 더해 "설사 선거사무원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추후 신고하더라도 선관위의 규정상 정상이 참작되니 처벌을 받거나 위반한 금액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기준'을 알 수 없는 선관위 수당 기준과 정치권의 외면

참고로 6시간 이상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으면 되는 '투표 참관인'의 경우도 수당이 4만 원이다(식비 별도). 하루 종일 수 없이 걷고 이동하며 춤추는 선거사무원(선거운동원) 수당 3만 원과 비교하면, 선관위 인건비 기준의 원칙을 이해하기 어렵다. 참고로 1급 공무원이나 9급 말단 공무원이나 월급은 달라도 식대는 동일한데 선거사무장은 식비가 2만5000원이고 사무원은 2만 원으로 규정한 '밥값 차별'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필자는 예전부터 이 사안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그간 어떤 정당과 국회의원도 선거사무원 수당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시키는 걸 본 적이 없다.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는 '을'이 되는 정치인들이라 찍소리도 못한 건지, 선거사무원 인건비를 적게 줘서라도 선거에 쓰일 국가재정을 아끼겠다는 '우국충정'의 발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최저임금 위반으로 고발하라!

선거사무관계자 수당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135조는 국회에서 입법했지만 구체적인 수당과 실비의 기준은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공시한다. 즉, 최저임금 위반이라는 범법행위를 강요하는 주체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다. 노동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인 노동부 장관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사무관계자 수당 실비 규정자체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즉각 이를 정정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요청에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기존의 수당 체계를 고수한다면 노동부 장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것이 맞다.

따지고 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최저임금뿐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초과근무수당', '주휴수당'까지 위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5일을 일했으면 하루는 '유급 휴일'로 보장해야 하며 8시간을 넘는 선거운동 노동에 대해선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후보가 사용자로 이를 지키면 바로 '범법자'가 된다.

장애인 후보자가 출마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활동 보조인은 선거사무원 숫자 외에 고용 가능하며, 활동보조인에게 주는 인건비는 득표와 상관없이 전액 선관위가 지급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공보물 역시 선관위가 전액 지급한다. 이러한 규정을 준용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선거사무 관계자들의 산재보험 가입비용은 득표와 상관없이 선거관리위원회가 보장하자. 사실 수많은 '고용주'인 후보자가 일일이 가입시키는 게 번거롭다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모든 선거사무관계자를 자동으로 산재보험에 가입시키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 생각한다.

최저임금이 16.4%나 올랐다. 많은 자영업주들이 힘들다 아우성이고 고용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저임금 노동의 심각성을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판단했기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결단했다. '국법이 지엄'하기에 월 200만 원 벌이도 못 하던 소상공인도 직원 최저임금 맞추려 100만 원만 가져가는 상황이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지기 위해 고군분투하건만, 선거관리위원회는 대놓고 법 위반을 강요하고 있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수당 규정이 바뀌면 '선거비용 제한액'도 변경 공시해야 한다. 후보자 등록일이 5월 24일이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즉각적인 결단과 이를 뒷받침할 기획재정부의 추가 예산 지원이 시급히 이뤄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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