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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 이성 잃고 형님에 우는 검찰총장,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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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 이성 잃고 형님에 우는 검찰총장, 괜찮나?

[기자의 눈] '딸바보'ㆍ'울보' 검찰총장님, 댁의 따님도 '똥돼지'?

"제가 자녀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못했다."

4일 있었던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발언이었다. "두 딸의 교육 문제" 때문에 두 번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한 말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게 자녀라고들 한다. 그만큼 부모에겐 '아킬레스건'이다. 그렇다. 자녀 때문에 이성을 잃는다. 사교육, 부동산 투기, 심지어 재벌의 경영권 상속과 같은 부의 상속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자식들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금쪽 같은 내 새끼' 때문에 이성을 잃고 실정법을 위반한 건 '장삼이사', 보통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공정해야 한다. 권력이 사사롭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전횡과 농단, 부패가 시작된다. 권력의 사사로움 만큼 국가라는 틀을 위협하는 것은 없다. 더군다나 기술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에서가 아니라, 규칙과 규범의 영역인 '법'에서 사사롭다면 그 국가는 유지되기 힘들다. 검찰은 법이란 잣대를 어겨 국가를 어지럽히는 사람을 단죄하는 일을 한다. 이런 역할을 부여받은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자녀 문제로 이성적 판단을 못해" 실정법을 어겼다. 그리고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의례적인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위장전입자들에게 대해선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한다. '사사로움'의 극치다. 지난 4년 동안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6894명의 국민들 중엔 한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자녀 때문에 이성을 잃은 '장삼이사'들도 적잖은 텐데, 이들은 처벌 받고 이들을 단죄한 검찰은 용서 받고 영전한다? 이러고도 '공정사회'를 말할 수 있을까?

▲ 인사청문회에서 형에 대한 질문에 울먹이는 한 상대 검찰총장 후보자. ⓒ뉴시스
한 후보자의 '사사로움'을 얘기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만이 아니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일각에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형이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서 총장 자리에 올랐다는 의혹이 있다고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질문하자, "언론 보도가 나서 형님께 전화해 확인했다. 사실 무근이라고 해서..."라고 답변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어 "저한테 (형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고 울먹였다. 이쯤되면 한 후보자가 사적 감정을 제어할 냉철한 이성이 너무도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과거사가 낱낱이 드러나고 이에 대해 따져 묻는 인사청문회가 인간적으로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은 이를 지켜보는 기자 입장에서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 권력을 좌지우지할 '공인'이기에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한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목된 뒤 공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한 후보자는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에서도 변호사였던 아버지 얘기를 하며 눈물을 보이는 등 세번 울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하루 종일 진행되는 인사청문회에서 사진에 찍히는 게 싫어 물 한번 안 마시고 땀 한번 안 닦았다"(한 야당 청문위원의 증언)던 '독종' 조현오 경찰청장이 공인의 자세에선 한 수 위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 후보자는 또 외조부가 물려준 서울 행담동 땅의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선 "모친이 팔아서 난 몰랐다"고 해명했다.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한 세금 탈루도 분명 위법이지만 '(우리) 엄마가 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인가? 서대문구 북아현동 집을 팔고 현재 부인 명의의 용산구 신동아 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부족한 돈 문제에 대해서도 "장인이 부인에게 증여한 것이라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 부인이 SKT법인차를 무상으로 빌려 타고 다닌 게 아니냐는 '스폰서 차' 의혹에 대해서도 "SKT 전무인 처남이 부인 명의 아파트에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한 후보자의 처남은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동남아 해외출장'이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못했다. 참으로 '돈독한' 가족 관계다.

한 후보자가 가족에게만 너그럽게 각별한 게 아닌 듯 싶다. 친구와 선후배 관계도 예사롭지 않다. 고려대 2년 선배인 최태원 SK 회장과는 사실상 최 회장의 개인 코트라고 할 수 있는 워커힐 테니스 코트에서 한달에 한번 정도 테니스를 쳤다. "서울고검장 시절에도 (테니스를) 쳤다"고 한 후보자는 시인했는데, 그 비용을 누가 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런 돈독한 선후배 관계 때문에, 한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한상률 전 국세청장 수사에서 SK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것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 SK와 관련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한 후보자는 또 친구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샀다가 파는 과정에서 150만 원의 양도소득세를 '친구 회사'가 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해 8.15 경축사에서 '공정사회'를 화두로 던졌다. 이후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의 딸의 외교부 특채와 관련된 '똥돼지 논란' 등 '공정사회'를 무색케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지만,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가 전관예우 문제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솔직히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해 가장 불신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권력의 '사사로움'이다. 자질과는 상관없이 '내 사람'을 요직에 심어 (나와 주변에 유리한 방식으로) 국정을 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라는 화두를 끄집어 냈을 때 많은 이들이 크게 박수를 친 것도 이런 역설적인 현실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는 다시 한번 '공정사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를 묻는 시험대로 보인다. 한 후보자 역시 임기말 정권이 검찰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사사로운' 목적으로 발탁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정치권력 앞에서 사사로워지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자식이 있는 부모 입장에서 하나만 더 지적하자면, 자녀 교육은 부모의 책임이 크다. 우리 사회는 특히 자녀의 문제에 대해 부모에게 엄격히 책임을 묻는 편이다. 한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한 이유에 대해 "딸이 친구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작 이런 딸의 소원수리를 위해 검찰 고위간부로 있으면서 실정법을 어겼다. 이를 통해 한 후보자의 자녀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내 아버지가 검찰 고위간부이면 법이란 게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절감하지 않았을까? 이 정도면 이성적 판단을 못한 정도가 아니라 '딸 바보' 수준이다. 우리사회 상류층에 만연한 '똥돼지'는 자기 혼자 알아서 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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