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구체적 행동을 촉구하는 것은 한진중공업 문제가 단순히 한 기업의 노사관계 틀거리로 한정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 심상정 전 대표는 "김진숙의 크레인은 성장제일주의와 노동배제 정치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려 백척간두에 선 노동의 현실을 웅변하고 있으며 35미터 위의 그 곳은 기업윤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대한민국 재벌의 양심이 정지된 곳이자,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 참담하게 유린되는 현장이고, 대한민국 헌법이 대롱대롱 매달려 헌법정신이 위태로운 현주소"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정동영 최고위원 등 개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당론으로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1야당이 당의 힘을 결집해 적극적으로 나서면 청문회 하나 못 하겠냐"고 말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부산의 일인만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같은 분들이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당과 정부를 향해서도 "청와대의 태도가 바뀌고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24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을 향해 "공권력을 행사해 강제 진압한다면 YH사태를 강제 진압해 정권의 몰락을 자초한 유신 정권의 말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위한 야4당 노동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또 현재 진행중인 진보정당의 통합 관련 논의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노회찬 "한진에서 1명을 해고해야 한다면 그건 조남호"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의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위한 단식 농성이 28일로 16일째를 맞았다. ⓒ연합뉴스 |
그런데 그들이 밥을 굶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때문이다. 그들은 이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분명히 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한진중공업의 영업이익율은 대우조선해양, STX와 비교해서도 지난해까지 훨씬 높았다"며 "한진 그룹 내에서도 매출 비중이 조선보다 큰 건설사업 분야에서 1%도 안 되는 영업이익율을 기록하는 데 반해 한진중공업은 지난해까지 13% 넘는 이익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손을 봐야 한다면 사업규모에 비해 오히려 영업이익율이 적고 그룹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설분야를 손 봐야 하는데 조선 분야에서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영도조선소) 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표는 "지난해에 단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그 손실액의 대부분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차입금의 이자 부담과 서울 한 복판에 오피스텔을 잘못 투자한 탓"이라며 "한진중공업에서 1명을 해고해야 한다면 그 사람은 조남호 회장이며 2명을 해고해야 한다면 수주 담당 상무인 조남호 회장의 아들이며, 3명을 해고해야 한다면 상황을 악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손학규, 균형 잡으려면 사회적 약자의 편에 확실히 몸 실어야"
심상정 전 대표도 한진중공업 해고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따졌다. 심 전 대표는 한진노사가 지난 2007년 3월 "해외공장을 운영하는 한, 정리해고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고용안정협약서를 체결한 점을 들어, "이와 똑같은 진방스틸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6월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심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도 묵살할 작정이냐"고 따져 물었다.
심 전 대표는 "고용이 최고 선이 된 시대에 오직 탐욕스런 이윤추구에만 급급한 반사회적인 자본에 의해 마구잡이 해고가 자행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는 공멸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당사자간 해결만 되뇌이고 있는 이명박 정권은 역시 확고한 친재벌 반노동 정권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말했다.
▲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
심 전 대표는 특히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조남호 회장을 불러 청문회를 여는 것 뿐 아니라 "야당들은 희망버스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 전 대표는 "야권연대를 추진해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연대의 힘은 분산돼 있는만큼 야4당 노동특위를 구성해 한진 등 당면한 노동가 민생현안을 공동해결하면서 신뢰기반을 만들자"며 "이런 노력은 야권연대의 시금석이자 정권교체의 든든한 대중적 신뢰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심 전 대표는 "손 대표가 얘기하는 '균형 잡힌 투쟁론'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극도의 불균형 상태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웅변하고 있는 것이 85호 크레인인데 이 불균형을 균형 있게 만드려면 사회적 약자의 편에 확실히 몸을 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문회도 (민주당이) 환노위 간사에게 맞겨서 될 일이 아니고 당 차원에서 힘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을텐데 그런 점에서는 (손 대표가) 소극적이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진보통합, 선거용 아냐"…심상정 "지금은 양당 통합에 올인해야" 이들의 기자 간담회 하루 전날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취임 1주년이었다. 간담회에서 진보정당의 통합 관련 질문이 쏟아진 이유기도 했다. 최대 쟁점은 역시 국민참여당이었다. (☞관련기사 보기 : 취임 1년 이정희 "통합정당 건설은 이미 기정사실") 두 전 대표는 우회적으로 이정희 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이정희 대표는 참여당에 대한 관심과 애정보다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어떻게 원활하게 할 것인지 조금 더 정성과 관심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참여당의 참여에 대해 호의적으로 얘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심 전 대표는 "지금은 진보신당과의 통합에 올인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심 전 대표는 "참여당 문제는 양당에 맡겨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미 양 당이 이 문제와 관련해 많은 논란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 않냐"는 이유였다. "참여당 문제는 앞으로도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심 전 대표와 달리 노 전 대표는 이미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분위기였다. 노회찬 전 대표는 "참여당에 있는 인사들은 거의 다 참여정부에 주요하게 참여했던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진보정당을 새롭게 할 인사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것인지 한 번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 왜 참여당까지 포함하는 통합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왜 민주당과는 안 되는 것인지 의문이 많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는 당 운영 방식 등이 다르지만 참여당과 진보정당은 비슷하다"는 이 대표의 설명에 대해서도 노 전 대표는 "정당은 정책과 노선이 같은 세력이 함께하는 것이지, 운영 방식이 같은 사람끼리 정당을 같이한다는 주장은 정치학 교과서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노 전 대표는 "진보정당의 통합은 내년 선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먼 길을 함께 가려는 동반자들의 만남"이라며 "내년 선거에서는 얼마든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연대할 수 있지만 통합 문제를 당장 다가오는 선거 대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대표가 두 정당의 2차 협상 시한을 8월 6일로 정한 것을 놓고는 "(진보신당이) 미룰 일도 없고 미룰 수도 없는데 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날짜를 정해놓고 이때까지 안 되면 다른 일 한다는 식으로 대할 문제는 아니"(노회찬 전 대표)라고 했다. 민주당과 시민사회 원로 일부가 주장하고 있는 '대통합' 주장에 대해서는 두 전 대표 모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진보정당이 이미 입장을 밝혔는데 민주당이 대통합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패권적 정치공세로 오해될 수 있으며 야권연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심상정 전 대표)는 것이다. 노 전 대표도 대통합 주장은 "제1야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일부 양보할 수밖에 없는 선거연대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국민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더 큰 대의를 위해 선거에서는 뭉칠 수 있는 정치력과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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