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민주노동당의 미래에 놓인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누가 뭐래도 새로운 진보정당의 탄생 여부다. 누가 참여하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통합 진보정당이 건설될지, 현재까지는 그 뚜렷한 모양새를 짐작하기 어려운 안개속이다.
그러나 이정희 대표는 취임 1년을 맞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기정사실"이라고 했다. "다가오는 9월, 진성당원제와 정당 민주주의를 구현한 통합진보정당으로 새롭게 도약해 국민들 앞에 서서 한국 정치의 새 장을 열고 진보정치의 새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길 앞에 놓인 각종 걸림돌들 탓인지, 그 목소리에는 새로운 탄생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진보신당, 지지층 입장에 따라 방침 움직일 것"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프레시안(여정민) |
그의 다음 말은 "더 단단하고 더 폭넓게 진보의 힘을 키워가겠다"는 것이었다.
방점은 '정권교체'에 찍혀 있었다. 이정희 대표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은 2012년 역사의 변곡점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뤄낼 핵심동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며 "우리는 진보적 정권교체의 돌풍이 되어 역사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진보신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대표는 "그 부정적 입장이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지만 지지 단체나 당원들의 의견 등에 따라 진보신당의 입장도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노동자, 농민,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민중이 원하는 것을 하는 정당이 민노당이며 그 정신을 함께 해 온 정당이 진보신당"이라며 "지지 기반이 (두 정당이) 서로 겹쳐져 있는데 그들이 어떤 입장을 갖는지에 따라 민노당도 움직이고 진보신당도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노동자 농민의 의견에 따라 진보정당의 방침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참여당의 참여에 대한 진보신당의 반대는) 그렇게 풀겠다"고 밝혔다.
"9월 통합정당 건설은 함께 같이 이뤄지는 것"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이 대표가 밝힌 협상 마감 시안은 8월 6일이다. 이 대표는 "(부속합의서 협상의) 쟁점은 (이미) 나와 있고 양당의 입장도 어느 정도 정리돼 있으니 어떻게 합의할 것인지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정리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가 밝힌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통합정당의 공동운영체제를 언제까지 지속할지, 또 다른 쟁점은 총선의 후보 선출 방안이다. 이 대표는 "당원 민주주의라는 원칙이 견지되면 어떤 유연성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동운영체제와 관련해서는 "총선을 치르고 대선까지 통합정당이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봉합된 상태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9월 통합정당 건설"이라는 당초의 약속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연기할 수도 없고 연기할 생각도 없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9월 통합정당 건설은 함께 같이 이뤄지는 것이지 진보신당과의 문제가 당내 의결절차까지 모두 끝난 다음에 2단계로 (참여당과의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참여당과의 협상까지 포함해 모든 통합 절차를 9월엔 끝낸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가 언제까지 뒤로 미뤄져도 참여당 문제를 미루겠다는 게 아니라, 일정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참여당 문제를 '결정'하는 시점이 진보신당과의 논의가 일단락된 후라는 의미고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가 '일단락'되는 시점은 민노당의 다음 수임기관 회의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진보신당과의 통합 논의가 '지속가능한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당은 이날 처음으로 부속합의서 2차 협상을 벌였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통합은 불가능"
참여당과는 되지만 민주당은 안 되는 이유를 그는 정당 구조로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당의 통합은 구조가 같아야 하며 당의 중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구조가 전혀 달라 계파 정치에 머무른 정당과 당원 민주주의를 실현하면서 한국 정치의 미래를 끌어갈 통합 정당이 합당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그것은 이미 불가능한 것이며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과는 더 강력한 선거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 이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정당 건설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고 당장 저희는 새로운 당명 공모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통합 진보정당의 이름이 어떻게 국민 속으로 스며들어가게 만들 것인지에 저희의 관심은 집중돼 있다."
이 대표의 마지막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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