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단식농성 천막은 경찰 병력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경찰 병력을 향해 "천막을 치우라"고 삿대질을 하며 시위를 벌이는 어버이연합회 등 보수 단체 회원 300여 명은 한여름 더위도 모르는 듯 보였다.
누구도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또 당사자이기도 한 그들은 그렇게 대치중이었다. 단식 농성 엿새 째를 맞는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와의 인터뷰는 보수 단체들의 시위로 하염없이 미뤄졌다. 그리고 어렵게 그를 만났다.
그는 "한진중공업 문제는 이미 한 기업의 노사관계를 벗어났다"며 "한진중공업과 같은 위장 정리해고를 계속 방치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우리 사회와 정치권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론스타만 '먹튀'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그는 "말은 끝났다"며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진행 중인 진보정당의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했다. 국민참여당은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한 파트너일 뿐 통합의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를 향해서도 "옆에서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진보신당 내부의 이른바 '독자파'들을 향한 말들도 거침 없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동호회 하자는 것이지 정당 운동이 아니"라고 했다. "소수여서 불안해하고 작은 차이를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서로를 갈라 세운다"는 진보신당의 고질적 '약점'에 대해서도 "극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노 전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
"한진, 2조 수익보고 모 건설사에 영도조선소 팔려한다는 제보 받았다"
프레시안 :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 중이다. 엿새째인데 건강 상태는 어떤지?
노회찬 : 사실 단식 여러 번 했다. 이제는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육체의 고통은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이번에는 잘 적응하고 있다. 삭발은 개인적으로 매우 두려운데 단식은 두렵지 않다. 머리는 얼마 남지도 않은 것을 자를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삭발 투쟁은 결사 반대다.
프레시안 : 솔직히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법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조가 합의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갈등선이 여러 개가 되었다. 생각하는 해법이 있다면?
노회찬 : 이 문제는 이미 한 기업의 노사 문제를 넘어섰다. 현재 이 문제에 개입하고 있거나 연관돼 있는 (외부) 세력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이 사안의 성격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한진중공업과 같은 위장 정리해고를 계속 방치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리해고는 1998년 도입될 당시 매우 긴박하고 제한적인 사유에만 허용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사례는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4월 김황식 국무총리도 174억 원씩 주식배당을 하는 회사가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다. 회사는 지금 경영 실태가 좋아지면 다시 채용하겠다고 하지만, 명백한 거짓말이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의 거래업체 직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았었다. 제보 내용은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를 결국 폐쇄하고 그 땅을 모 건설사에 팔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그 액수가 2조 원이라 하더라. 그때까지도 노조는 설마 했다. 그야말로 수십년간 부산 영도에서 노동자의 고혈을 빨아먹으면서 이윤을 다 챙겨놓고 이제와서 부동산 차익을 노리는 기업의 행태가, 단순히 노사가 합의하면 되는 문제인가. 부산의 매출 1위 기업이 없어지려는 것이다.
단순히 정리해고가 아니라 그야말로 '먹(고)튀(는)' 행위다. 론스타만이 아니라 국내 자본도 먹튀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회사 내 노사가 해결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정치권이 개입해서 풀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당, 개별 의원 말고 당은 아직 안 움직였다"
프레시안 : 정치권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노회찬 : 민주당이 다수당은 아니지만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한나라당이 모든 것을 단독으로 할 수는 없다. 결국 민주당이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는가에 따라 청문회 정도는 충분히 열 수 있다. 어느 기업인이 저렇게 국회 청문회조차 나오지 않는가. 안하무인이다. 단순히 민주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도 능멸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드시 청문회에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회가 그 정도만 제대로 해도 회사의 태도는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연히 금속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빨리 김진숙 지도위원을 안전하게 내려오게 만들 것인가다. 이 사태를 어떻게 빨리 끝낼 것인가가 목표다. 계속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친민생, 서민복지 노선은 그야말로 시험대에 올랐다. 말은 끝났다. 행동을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자신의 서민 폭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사안마다, 시간마다 서민의 정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야만 친서민 드라이브도, 한나라당의 개혁도 의미가 있다.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수은주 막대기처럼 서민 지수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한진중공업 문제를 놓고 민주당 지도부 내부도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정동영 최고위원과 손학규 대표가 미묘하게 다른 의견을 내며 부딪치는 모양새다.
노회찬 : 정동영 의원의 진정성은 느껴진다. 지난 2차 희망버스에 함께했던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개별 의원들의 행동과 당이 당론을 정하는 것은 좀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아직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해 당론 차원의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균형 있게 해보자는 정도다. 아직 안 움직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꼭 희망버스를 타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1야당답게 구체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희생당하는 노동자 방치하고 그들에게 실업수당 더 올려주겠다고?"
▲ ⓒ프레시안(최형락) |
노회찬 : 정치인의 단식은 물론 최후수단이다. 단식한다고 해결되냐는 말도 있지만 오죽하면 단식을 할까. 바람직하고 좋아서가 아니라 달리 방법이 없다. 현역 의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사태를 현역 의원들끼리 해결하라고 할 수도 없다.
바다에 돌맹이 하나 던지는 심정이다. 허망한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거센 파도를 막는 방파제는 바다에 던져진 돌들이 하나씩 쌓여 만들어진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된다.
어느 정권에서도 노동자는 늘 관심에서 배제되고 가장 험한 꼴을 많이 봤지만, 한진중공업 문제는 너도 나도 복지를 가지고 경쟁하는 시대에 노동 문제 해결 없이 복지를 얘기하는 것은 가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잘못된 탐욕으로 과도하게 희생당하는 노동자를 방치해두고 그렇게 잘린 사람들에게 실업수당 더 많이 주겠다는 식의 복지 경쟁은 병은 방치하고 약 주는 것만 경쟁하는 것이다. 일단 병부터 줄여야 한다. 그래야 복지도 건실하게 된다.
누구나 진보를 얘기하는 시대에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이 어딘가를 말해주고 싶다.
"강력한 새 진보정당에 참여당은 포함되지 않는다…정권교체 파트너일 뿐"
프레시안 : 노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 중이던 2007년에도 단식 농성을 했었다. 그때는 이른바 민주정부였던 노무현 정권에서의 단식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노동자의 싸움은 늘 외로웠고 쉽게 해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 과거는 결국 현재 진행 중인 진보정당 통합 문제와도 연결된 듯 보인다. 참여당이 새로운 진보정당에 참여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노회찬 : 진보신당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일차적 과제는 진보세력의 강화다. 또 하나는 2012년 정권교체다. 첫째 과제는 이미 시작했다. 강력한 진보정당을 세우기 위한 발걸음이다. 거기에 국민참여당은 포함되지 않는다.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과정에서 참여당 문제는 고려할 바가 아니다. 두 번째 과제에 있어서는 참여당은 중요한 파트너다.
시급한 것은 두 가지다. 여러 당내 사정도 있지만 지금 일정표가 나온 대로 최대한 사력을 다해야 한다. 정권교체와 관련해서는 여러 말들은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없다. 통합을 얘기하는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에게도 내가 '민주당이 통합하자고 할 때 좋다는 야당이 없는데 현실적으로 필요한 선거연합 문제를 얘기해보자'고 했다. 민주당은 연합이 힘드니 통합을 하자는 것인데, 납득하기 어렵다. 데이트하는 게 쉽지 않으니 차라리 결혼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참여당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어떻게 했든, 어떤 생각을 가졌든지와 관계없이 현재 참여당은 진보에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맹군이다. 앞으로 함께할 일도 많다고 본다. 서로 함께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는데 괜히 동거할지 말지 문제로 우정에 금이 갈 필요는 없지 않나.
유시민 대표도 왜 진보정당 통합이 추진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진보정당 복원의 과정에 굳이 다른 길을 걸어 온 세력이 끼어들어 이 일을 잘못되게 할 의도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 세력이 상당 기간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진보정당 건설이 중요하다. 참여당에게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있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우리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지만, (유시민 대표가 새 진보정당 건설을) 옆에서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참여당이 진보통합 장애물 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
프레시안 :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유시민 대표의 반성과 성찰을 존중한다"며 "그러나 몇 마디 말로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유시민 대표가 아직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유 대표의 최근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노회찬 : 진정성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고 말하고 싶다. 함께하기 위해 지난 일을 반성해야 한다고 나는 얘기한 적이 없다. 그렇게 요구하는 것도 잘못이다. 진보정당이 마치 조건을 내거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못마땅하다. 그렇게 따지면 정동영 최고위원은 진보신당 당원들에 못지않게 열심이다. 어차피 정치란 철학과 사상이 있는 것이다. 선거에서 여러 전술을 구사할 수는 있지만 진보정치 세력과 자유주의정치 세력이 같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같이 할 수도 있지만 다르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몇 마디 말로 같아지는 것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역사를 속이고 시대를 속이는 일이다. 다르더라도 같이하자고 얘기해야 맞는 말이 된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전 대표도 말했듯이, 진보세력의 통합은 필수고 참여당은 선택의 문제다.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할지는 이미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다.
특히 자유주의 세력의 참여 문제가 진보대통합의 장애물이 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도 진보정당 운동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참여당의 참여에 대한 완전한 동의가 없다면 추진해서는 안 된다. 참여당의 참여 문제를 놓고 진보진영이 찬반으로 나뉘어지면 진보세력도 아닌 세력 때문에 진보세력의 통합이 갈라지게 된다. 그런 상황은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민주당의 야권단일정당 제안, 선거 연대 벼랑끝 전술인가?"
프레시안 : 하지만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유시민 대표와 공동으로 책도 내고 참여당 문제에 더 적극적이라는 해석들이 나온다.
노회찬 : 이 대표와는 같이 당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후에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된 경우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이 대표가 민주노동당 당원은 아니었다. 같이 활동해보지 못해 어떤 판단의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앞으로 함께하게 되면 판단해 보겠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민주당의 야권단일정당을 위한 연석회의 제안은 어떻게 보나? 앞서 말한 대로라면 부정적인 것으로 이해되는데?
노회찬 : 그렇다. 명백히 얘기했다. 내년에 있을 두 번의 선거 승리를 위해 서로 책임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2월부터 나는 가설정당을 얘기했는데 민주당은 책임 있는 논의에 나서지 않았다. 선거연합이 힘드니 통합하자는 것은 모순이고 논리 비약이다. 민주당 역시 선거 연대와 관련해 벼랑 끝으로 가자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프레시안 : '벼랑 끝으로 가자는 의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노회찬 :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표심이 자기들에게 온다고 착각하는 면이 많다. 민주당으로 나가면 무조건 이긴다는 것이다. 왜 우리가 다른 당과 지분을 나누는 협상을 하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통합 동의하지 않는 것은 정당운동 아닌 동호회 하자는 것"
프레시안 : 다시 진보정당 통합 얘기로 돌아가 보자. 아직 이른바 '2차 협상'이 남았지만, 진보신당이 8월 당대회에서 통합을 최종 결정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의견들이 많다. 지난 당대회 결과는 더 그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노회찬 :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 번 결정은 승인을 8월로 미룬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추가 협상 내용을 가지고 최종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통합에 대한) 찬성 의견도, 반대 의견도 모두 중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정당 운동을 한다는 점이다. 현실에 기초한 정당 운동이다. 그리고 진보정당은 대중적 정당으로 발전시켜야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점을 생각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통합에 나서지 않는 것은 동호회 모임 하자는 것이지 정당 운동이 아니다. 정당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면서 국민 속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권력에 뜻이 없거나 구성원끼리 신념을 확인하는 것은 당내 서클 활동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당으로 존립하기는 어렵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갈 길에 대한 여러 판단의 차이는 물론 있을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하나의 당 안에서 존재할 때 의미가 있지, 당과 당 밖으로 쪼개지면 그런 다양성이 갖고 있는 시너지 효과도 무의미해 진다. 남은 기간은 최대한 소통을 해서 힘 있게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결의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진보신당의 약점, 역패권주의"
프레시안 : 연석회의 합의문 도출 이후 두 당의 신경전을 보면서 아직 서로 감정적인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았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의 불출마 기자회견 이후에도 진보신당 독자파들은 "마음이 울컥했다. 이제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통합은 여전히 반대한다"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한다.
노회찬 : 그것이 이른바 진보세력의 고질병 중 하나다. 서로가 좀 달라도 서로 존중하고 같이할 수 있는데 그런 노력이 없다. 결혼식 주례를 볼 때 자주하는 말인데, 사랑이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다. 진보세력은 반대다. 서로 서로만을 바라보고 누가 더 얼마나 잘났는지 경쟁한다. 우리는 서로를 볼 것이 아니라 함께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 자기 얼굴만 보인다. 스스로 빠져드는 것이다. 운동권 내부의 경쟁과 논쟁, 짝짓기에만 관심이 있고 정작 대중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비춰질지는 가볍게 여긴다.
이른바 '독자파'들도 밖에 나가서 '나는 그 사람들하고는 죽어도 같이 못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통 받는 노동자들 앞에서 '힘이 되려면 다 합쳐야겠지만 같이 하기 싫다'고? 그런 식이면 분열밖에 없다. 물론 서로 여러 아픔이 있었지만 나아지려고 서로 노력하고 있지 않나. 더욱이 정치란 기분 맞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은 아니다. 정말 냉정한 목표를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특히나 '우리가 다수라면 괜찮다'는 생각도 문제가 있다. 일부 당원들은 (통합을) 몇 년 후로 미루자고 하더라. 왜 몇 년 후냐고 물으니까 그때는 우리가 힘을 더 키울 수 있지 않겠냐고 한다. 그런 태도가 용인되면 모든 소수파는 다수파와 절대 같이할 수가 없다.
진보신당의 강점은 거침없는 혁신,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정책적 노력, 새로운 조류에 대한 개방적 자세라면 약점도 있다. 역패권주의가 이곳에도 있다. 힘이 약할 뿐 여전히 패권주의적 문화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소수여서 불안해하고 작은 차이를 견디지 못한다. 끊임없이 서로를 갈라 세운다. 이런 약점은 다른 영역에서는 몰라도 정당 정치에서는 극복되어야 할 과제다.
"통합 진보신당 당대회서 부결되면? 만약에도 부결은 없다"
프레시안 : 만일 진보정당통합이 결국 결렬된다면 이후 노 대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무래도 내년 총선 전망이 밝지 않아지니 이른바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가 탈당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많은 것 같다.
노회찬 : 만약에도 부결은 안 될 것이다. 그게 내 답이다.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서 같이 가야한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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