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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폐지' 저지한 검찰, 경찰에 수사권 '찔끔'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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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폐지' 저지한 검찰, 경찰에 수사권 '찔끔' 양보

檢, 검·경 수사권 물타기?… 이주영 의원 계좌추적도 뒤늦게 인정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형국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는 20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청와대와 정부가 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처리했다. 이 안은 향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사개특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아주 옥동자는 아니지만 국회는 정부 안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말했고, 민주당 양승조 의원도 "다행스럽다"고 평했다.

정부가 낸 안은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의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조정하고, 2항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ㆍ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경찰 수사 개시권을 명시했다. 3항에는 검찰 측의 입장을 반영해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중재안에 새로 들어간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내용이 향후 수사권 조정 등 논의 과정에서 문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 중재안에는 '모든 수사' 부분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정부가 논의과정에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자의적으로 폭넓게 용인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물론 방대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경찰이 전국 1만 4400여 명의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개시권을 완벽히 보장받을 경우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검찰 견제를 위해 경찰에 대한 통제를 풀어버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모든 수사'와 관련한 세부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대어' 잡은 검찰이 '찔끔' 내놓은 미끼?…중수부 폐지 물타기하나

모양새로 보면 경찰의 승리다. 내부적으로 만족도는 떨어지지만 일단 수사 개시권을 명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현직 경찰을 동원해 "10만 경찰 가족의 표"를 거론하며 정치권을 압박한 결과다. 검찰은 주말에 평검사 회의까지 열며 이 조항 신설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시위'를 벌였지만 결국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사법 개혁의 핵심은 여전히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에 있다. 법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볼때, 검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일부 손해를 봤지만 '중수부 폐지 저지'라는 큰 성과를 얻었다. 요컨데, '검찰-경찰'의 구도로 좁혀볼 게 아니라 '검찰-국회' 구도로 봐야 한다는 것.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것은 검찰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휴일에 평검사 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검찰은 노골적인 '언론 플레이'를 구사했다. 정부의 이번 중재안 역시 법무부령 논의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검찰이 큰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수사권 조정 문제가 "중수부 폐지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검찰의 물타기 이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사개특위 위원인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사개특위가 중수부 폐지 등 4가지 사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중수부 폐지 포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략"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검찰 개혁 논의를 보면, 만석꾼(검찰)이 다른 이웃들에게 필요해서 쌀을 내놓아야 하는데 '단 한가마니도 내놓을 수 없고 쌀 한 됫박도 내놓을 수 없다'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게 연상된다"며 "검찰은 너무 비대하고,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검찰 내부에서 그런 권한과 권력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수부 페지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소장파 좌장 격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수부 폐지를 전제로 한) 특별수사청 설치 등 사법 개혁 논의를 계속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영 위원장 계좌추적…검찰 개혁 논의하는 국회 압박용?

검찰의 이주영 사개특위 위원장 후원회 계좌 추적 문제도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이날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실 무근"이라고 했지만 서울북부지검 조은석 차장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청목회 수사 과정에서 이주영 의원 후원회 계좌로 불법 후원금이 입금된 정황이 있어 후원회 계좌 2개의 입출금 내역을 살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검이 보도자료를 내 이 위원장 계좌 추적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직후 검찰 고위 간부가 계좌 추적 사실을 시인한 것.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주영 위원장 후원회 계좌 추적 관련 검찰 내부에서 진실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대검에서는 안했다고 하고 서울북부지검 조은석 차장 검사는 했다고 한다. 이게 지금 검찰의 현실이다. 일단 안 했다고 오리발을 내미는데 나중에 보면 했다"며 "이귀남 장관도 다시 알아보고 답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국회 사개특위가 중수부 폐지를 담은 '6인소위안'을 발표했을 당시 검찰은 청목회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해 사개특위 출범때부터 중수부 폐지가 주요 이슈였던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청목회 수사 및 이 위원장 후원회 계좌 추적과 같은 행동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주영 위원장은 "제가 답변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지만, 여야를 막론한 사개특위 위원들은 검찰의 행동에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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