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누구나 이상적인 개헌을 꿈꿀 수 있지만,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국민 공감대가 높고 현실적인 개헌안을 준비해달라"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개헌안의 조건에 대해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우리의 정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만찬 회동을 통해 개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오는 6.13 지방선거일에 개헌 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10월 개헌 투표론'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은 6월 지방선거에 개헌 투표를 하자는 입장은 민주당과 같지만, 개헌안에 권력구조 개편안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은 한국당과 뜻을 같이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 공감대가 높고 현실적인 개헌안"의 의미가 무엇이냐에 관심이 모인다. 앞서 문 대통령이 정치적 갈등 사안인 정부형태 문제를 제외하고 기본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선에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던 만큼, '권력 구조 개편안'을 포함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개헌안을 준비 중인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정부형태까지 개헌안에 포함시킬 경우 여론 지지가 높은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권력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4년 중임제'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공감하는 개헌', '현실적인 개헌안'이라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와는 거리를 뒀다는 해석이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해구 위원장을 향해 "국민의 뜻과 의사를 존중하는 개헌이어야 한다. 과정과 내용 모두에서 국민의 생각이 모아질 때 비로소 '국민 헌법'이 될 것"이라며 개헌안에 대한 '폭넓은 국민 여론 수렴'을 거듭 당부했다.
청와대는 여야가 개헌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오는 6월 지방선거 투표를 목표로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발의해야 한다는 가정 하에 필요한 준비는 하겠다"고 말했다. 정해구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시점을 오는 3월 20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지난 20일 임종석 비서실장과 만나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명분 축적에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여야가 합의를 못한 상태에서 정부안이 나오면 개헌이 더 안 된다. 발의는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만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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