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마련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촛불 민심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한 최선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해구 위원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촛불 시위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는 것 같다. 개헌은 촛불 시민의 요구를 마지막으로 완성시킨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의 방향에 대해 '촛불 개헌'이자 '국민 개헌'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정해구 위원장은 이를 위해 "오는 13일 정식으로 가칭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며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3월 중순경 개헌안을 마련해 대통령께 보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기구인 국민개헌자문특위 위원장은 정해구 위원장이 겸임한다.
30여 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국민개헌자문특별위원회는 기본권과 자치 분권뿐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안까지 포함한 개헌안 전반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특위는 △총강-기본권 분과 △자치 분권 분과 △정부 형태 분과 등 세 개 분과로 구성되며, 별도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국민참여본부'를 설치할 예정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교적 여야가 합의하기 쉬운 기본권과 지방 분권 개헌을 오는 6월 지방 선거에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합의하기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추진하는 2단계 개헌론을 제시한 바 있다.
정해구 위원장은 '권력구조 개편안'까지도 특위가 제시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자문하기 때문에 정부 형태에 대해서까지 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뺄지 안 뺄지는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문제"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권력 구조개편과 관련해 '4년 중임제'를 공약했다. 국회에서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편이다. 반대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4년 중임제'가 선호되는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 두 곳에서 1월 29~30일 전화, 면접 조사한 결과 '4년 중임제' 45%, '5년 단임제' 25.3%, '혼합정부제' 17.7%, '의원내각제' 7.3%로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4년 중임제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정해구 위원장은 '4년 중임제'를 권고할지에 대해 "논의해봐야 안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국민개헌자문특위'가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아 4년 중임제를 권고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자유한국당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신당 등 다른 야당의 반발도 극심할 것이 뻔하기에, 문 대통령은 권력구조를 뺀 기본권과 지방 분권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정해구 위원장은 '촛불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후로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거나, 헌법상 '근로자'라는 표현을 '노동자'라고 바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헌법에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시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같은 사안이 개헌안에 담길지에 대해 정 위원장은 "검토해 봐야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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