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에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진수 사태'로 인해 엎친데 덮친 격이 된 청와대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자유토론을 벌이면서 '전열 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어수선한 상황이 단기간에 정리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재보선 이후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이 재신임을 물었지만 청와대 개편 역시 흐지부지되고 있다. 개편 필요성은 상존하지만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었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27일 오전 임태희 실장 주재로 확대비서관회의를 열었다. 김희정 대변인은 "성공적인 정부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자유토론이 있었다"면서 "정리하자면 '반성과 성찰'이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가치공유가 중요하다 정치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과정이 중요하다", "더 현장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는 등의 일부 참석자 발언을 소개했다.
김 대변인은 "오늘은 자기성찰과 모색의 기회를 가졌고, 다음 번에는 앞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고 전했다.
요컨대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 문제나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개별 사건에 대해 개개인의 이야기하면 청와대 전체 입장 같아 보이니 소개 못 하는 걸 이해해달라"고만 답했다.
'열심히 하자는 식 외에 정책 방향이나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냐'는 질문에도 김 대변인은 "일하는 자세와 성찰, 답을 스스로에게서 찾겠다는 것이 큰 맥락이었다"고만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6일 오후 은 전 감사위원의 사표를 수리한 뒤 취임 후 처음으로 민정수석비서관실로 내려가 "성역 없이 모든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 사실 관계를 낱낱이 밝혀 국민 앞에 공개하라"며 "정권 후반기로 가더라도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모습이 나타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재보선 이후 계속 중심 못 잡고 있는 청와대
최근 한나라당에서 백가쟁명식의 쇄신논의가 진행되면서 국정 기조 변화에 대한 격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소장파 중심의 '좌클릭' 요구에 볼멘 소리가 가끔 나올 뿐 "당에서 확정된 것이 없으니 할 말도 없다"는 것이 공식 반응이다. 또한 대통령직속미래기획위원회에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드라이브를 거는 것에 대해서도 "보고 받은 적 없다"고 응수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촉발된 국내 원전 문제, 저축은행사태로 불거진 금융감독원 개혁 문제, 고엽제 문제 같은 현안들은 전부 총리실 내 태스크포스에 이관되어 있다.
정진석 정무수석이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였던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는 정무 기능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청와대 개편 문제도 그렇다. "내년 총선 출마 희망자는 5월 중에 거취를 정리하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된지 오래지만 그 발언의 진의에 대한 관계자들의 해석도 다르다.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비서관들은 이미 사표를 내놓고 있고, 일부는 분위기만 살피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여기에 은진수 사태가 터지면서 청와대의 위기감만 심화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다들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열심히 하자"는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지만 "반성하고 더 열심히 하자"는 식의 해법이 통할 지는 미지수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흠결이 만만찮게 드러났지만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또한 권재진, 류우익 등 장관 후보로 꼽혔던 인물들을 개각에 포함시키지 못한 대신 청와대 비서관 출신들을 차관으로 전진 배치하면서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분위기다.
이날 확대비서관 회의에서도 "외청으로 나간 비서관 출신 청장이 그러는데 '현장에서 핵심에 있는 사람들조차 우리 정책의 핵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더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임태희 실장은 "우리가 하는 일의 전달체계를 잘 살피고 최말단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지 돌아보라"면서 "스스로 잘못된 것을 고치고 맞는 일을 할 때는 확신범이 돼서 국민에게 직접 정책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경하고 경청하고 배려하라"고 말했다.
이 발언들만 보면 이날 회의에서 '열심히'는 나왔지만 '무엇을'이나 '어떻게'는 명확치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7월 초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나야 뭐가 명확해 지지 않겠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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