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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트라우마 전쟁터 군인과 유사…충격크고 오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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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트라우마 전쟁터 군인과 유사…충격크고 오래 가"

"21년간 병원치료 받는 피해자도…"불안해소 안돼 정신질환 악화"

성폭력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다른 어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보다 충격이 크고 오래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후 '미투'(Me too) 운동이 잇따르는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일 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트라우마)를 분석한 국내외 논문을 종합해보면, 성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다른 어떤 외상보다 크고, 치료도 오래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명호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충남해바라기센터 연구팀은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성폭력 피해자 40명과 일반인 83명의 정신과적 임상특성을 비교한 결과를 2015년 대한불안의학회지에 보고했다. 조사 대상 피해자와 대조군 모두 여성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들 가운데는 피해를 경험한 지 2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었다.

성폭력 피해 유형은 강간 30명(75%), 강제추행 8명(20%), 성매매 2명(5%)이었다.

이들 중 31명(77.5%)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8명(20.2%)은 주요우울장애(우울증)로, 1명(2.5%)은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으로 각각 진단됐다.

연구팀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점수가 60점 이상으로, 전쟁을 경험한 환자와 맞먹는다고 평가했다.

임명호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드러난 성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전쟁을 경험한 PTSD 환자에게 보이는 특징과 유사했다"면서 "이는 교통사고를 비롯한 일반적인 외상 경험과 달리 불안을 다룰 수 있는 자아 방어 능력 전체를 교란할 만큼의 강력한 외상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런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장기간에 걸쳐 더욱 악화하는 특징을 보였다. 21년 이상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불안에 대한 자가 방어 시스템이 실패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인지적 왜곡이나 내적 환상으로의 도피와 같은 정신병적 증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리적 불편감은 급성기라기보다는 지속해서 만성화돼가는 상태임을 시사한다"면서 "치료진에게도 예민하고 경계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치료적 도움을 적극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초기 개입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성폭력 경험이 거듭될수록 트라우마가 심해진다는 보고도 있다.

장형윤 아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과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가 지난해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2014년 12월∼2015년 12월 사이 성폭력 피해로 치료받은 여성 105명 여성 9.5%(10명)가 1개월 후 조사에서 다시 이런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성폭력 재피해를 본 여성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이 피해를 한 번만 입은 여성들보다 더 심각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피해자들에게 더 나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성적 피해 여성의 조기 발견, 맞춤 서비스 및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재피해 혹은 범죄 이후 2차 피해 방지를 목표로 한 개입이 트라우마 회복과 향후 성적 학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성폭력 트라우마는 다른 어떤 외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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