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인 '높은 투표율'에 주목했다. 이번 선거에서 재보선 치고는 40%대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높은 투표율, 40대 넥타이 부대의 반란
박병석 더플랜 대표는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6-8시 투표와 9시 이전 투표율이었다. 출퇴근의 그 시간대에 분당은 투표율이 40%를 차지했다. 김해도 40% 넘었고 강원도는 30%를 넘겼고 순천도 38%정도였다. 출퇴근 시간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넥타이 부대가 투표를 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40대가 선거 결과를 결정한다는 트렌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40대는 최대 유권자 계층인데 그동안은 이들이 실제로 표를 가지고 선거를 결정하진 못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분당과 강원은 40대 표심이 판세 전체를 이끌었다. 40대가 20대와 30대를 견인했다"고 봤다.
40대 '넥타이 부대'의 반란이 한나라당의 패배로 귀결됐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 바로 40대 화이트칼라가 한나라당으로부터 돌아섰다는 얘기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40대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 등을 돌린 것도 모자라 40대의 투표 의지 자체가 굉장히 강렬하다"고 지적했다. 40대의 높은 투표의지는 곧 여권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연합 |
"큰 정치틀에서 보면, 보수를 지탱해온 7가지 축, 기둥이 다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신교 보수 교단의 신도수가 급감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박세일 서울대 교수의 선진화 담론 외에 보수학자가 담론 끌고 가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학계의 주도권은 진보파 넘어갔다. 문화계 역시 진보로 넘어갔고, 언론도 조중동 프레임은 미디어 다양화로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 권력 기관도 마찬가지고, 정당도, 지역도 양극화가 심화됐다."(박성민 대표)
엄기영 '불법 콜센터'가 전체 판세 이끌어
이처럼 보수를 지탱하던 축들이 허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당 지도부를 교체하는 정도의 '쇄신'으로는 민심을 되돌리기 힘들다. 박성민 대표는 "이번 분당 선거를 주목해 봐야 한다. 대구 출신의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캠페인이 '좌파 집권으로 잃어버린 10년', '대한민국 무너진다' 이런 식이다.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안 먹히는 시대"라면서 "한나라당은 근본적인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지점이 또 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가던 엄기영 강원지사 한나라당 후보의 패배다. 강원도는 재보선 당일까지도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이길 것이란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지역이다. 엄 후보는 MBC <뉴스데스크> 앵커만 14년을 한 언론인으로 인지도에서 훨등히 앞섰다. 박병석 대표는 "일각에서는 분당 선거가 전체 선거판을 이끌었다고 분석하기도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마지막 일주일의 강원도가 전체 표심을 이끌었다"며 "강원도의 부정선거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전체로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구태의연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엄기영 후보의 '불법 콜센터' 사건이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투표장을 찾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런 '구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의 다음 총선, 대선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는 점을 이번 재보선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은 40대가 왜 돌아섰는지 빨리 찾아야 한다. 30대는 꾸준히 한나라 안티 세대이고, 20대는 왔다갔다 한다. 50대 이상도 과거 50대 이상과 다르다. 과거 50대 이상은 지금은 60대 이상이다. 50대도 한나라당이 안심할 세대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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