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입장에선, 김해을의 신승에도 불구하고 분당을과 강원도의 패배가 너무나 뼈아프다. 특히 분당을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뉴타운과 특목고 그리고 교회, 전가의 보도에서 부메랑으로
▲ 수도권에서 연이어 타격을 입은 이 대통령. ⓒ청와대 |
'뉴타운'과 '특목고'라는 전가의 보도로 한나라당이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하지만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선 서울 25개 구청장 중 21개를 민주당이 가져갔다. 그래도 강남 3구는 굳건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는 "강남보다 더 하다"는 분당이 넘어간 것이다. 범(凡) 강남 지역에서도 반MB정서가 명확히 확인 된 것이다. <동아일보>등은 이번 선거를 '강남좌파' 대 '분당우파'의 대결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받아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분당 선거를 '좌파를 막기 위한 낙동강 전선'으로 규정했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강남좌파'가 이겼다는 말이다.
사실 2008년 5~6월 촛불집회부터 수도권의 민심은 이반하기 시작했다. 촛불 국면 이후 검찰과 경찰이 활개를 치면서 표면적 저항을 눈에 덜 띄었지만 정서적 반감은 더 깊어갔다.
토론과 소통이 사라져버린 형해화된 민주주의, "나도 한 때는~" 같은 세련되지 못한 언행으로 이미 반쯤 떠난 민심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능력'문제였다.
지난 해 연말부터 전세값이 폭등하고, 물가가 하늘로 치솟고, 구제역 사태를 해결치 못하는 '무능'에 수도권은 넌더리를 냈다. 현 정부의 우군인 대형 교회, 뉴라이트, 재벌 일가의 부패와 일탈 행동이 벌어질때 마다 대통령의 지지도는 뚝뚝 떨어졌다. 뉴타운과 특목고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서울지역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가만보면 수도권 민심이 'MB반대'에서 'MB혐오'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시절 '수도이전 반대'를 외쳤을 때는 수도권 민심이 결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돼서 '세종시 수정', '신공항 불가' 카드를 내밀었을 때 수도권은 심드렁했다.
과학비지니스벨트, 신공항 문제로 지역 민심이 이반한데 이어 수도권 민심도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비빌 언덕을 찾기 어렵게 됐다.
청와대, 선거 코 앞에선 X맨 노릇
청와대는 정무적인 측면에서도 무능력하기 짝이 없었다. '총리 벨트를 구축한다'면서 보궐 선거 판을 키운 것이 청와대였다. 공천 과정은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이재오계와 이상득-임태희 라인이 힘겨루기를 할 때 청와대는 조정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선거 코 앞에서 특임장관실 간부는 수첩을 흘리고 다녔고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정산 문제로 월급쟁이들의 골을 질렀다. 금융감독원은 부산저축은행 VIP 인출 건으로 민심에 불을 붙였다. 한나라당에서 "정부와 청와대가 X맨이다"는 이야기가 나올만 했다.
각자도생할 의원들을 잡을 방도가 없어
이제 그나마 눈치를 보고 있던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의 '차별화'는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베드로처럼 동이 트기 전에 이명박 정부를 세 번 부인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나라당 서울 지역구 의원들의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는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게다가 이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 청와대로선 더욱 골칫거리다.
"뉴타운 지원을 강화하라", "아파트 재건축·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하라"는 토호형 요구와 복지 강화·추가 감세 반대 등의 진보적 요구가 뒤섞인 희한한 포퓰리즘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조직적으로는 월박 현상, 이재오계와 이상득계로의 친이계 분화 강화 등이 예견된다.
세 가지 선택지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앞에 있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국정운영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것. 남북대화 재개, 경제정책과 토목공사 계획의 전면적 수정, 대국민소통 강화 등이다. 동반성장 카드나 곽승준 기획위원장이 내민 연기금을 통한 재벌 제어 등이 이에 부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박근혜 전 대표와 사실상 권력을 공유하는 것이다. 박 전 대표를 차기로 인정하고 당권이 됐든 총리직이 됐든 권력의 일부를 실질적으로 넘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신발 끈을 바짝 조여매는 것이다. 류우익 전 주중대사 등 측근 인사들을 전면으로 배치하고, 국세청과 감사원, 검찰 등을 동원한 재벌·공무원 다잡기를 강화하고 우호적 언론 등을 통한 국정 홍보를 강화하는 등 청와대 입장의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첫 번째를 선택할 가능성은 제로나 다름없다. 그리고 첫 번째로 돌아선들 이미 '반MB' 쪽에 선 사람들이 돌아올 리도 만무하다. 두 번째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도 '덤태기'를 자처할 까닭이 없다. 세 번째 카드의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하지만 민심과 정반대로 질주하는 이 카드를 선택할 경우 파국이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세 가지 선택지를 혼합한 '칵테일 요법'이다. 정책기조를 일부 수정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잡으면서 박 전 대표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건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이다.
결국 딱 떨어지는 '답'이 없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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