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공장 인근에 살다 석면폐증에 걸린 주민과 그 가족에게 해당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8부(부장판사 이재덕)는 23일 석면공장이었던 동양에스앤지(당시 동양아스베스트공업)가 석면폐증 피해자와 가족 등 10여 명에게 모두 4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산의 석면 방직공장 중 두 번째로 컸던 동양에스앤지가 석면제품을 생산하는 동안 석면분진이 외부로 배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아 인근 주민이 석면폐증에 걸린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석면폐증 피해자 등은 동양에스앤지가 석면제품을 생산하던 기간(지난 1978∼2008년)에 공장 인근에 살다가 석면폐증에 걸려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16년 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2년 부산 연제구 제일화학 근처에 살다가 석면중피종으로 숨진 김모(사망당시 44세) 씨와 원모(사망당시 74세) 씨에게 배상판결을 인정한 이후 두 번째 사례다.
제일화학은 국내 최대의 석면방직 공장으로 석면 악성 중피종으로 숨진 김 씨는 공장에서 약 900m 떨어진 곳에서 약 7년간, 역시 같은 병으로 사망한 원 씨는 약 2.1km 떨어진 곳에서 4년간 살았다.
당시 재판부는 "공장 석면 노출 상황이 좋지 않았고 악성중피종이 현실적으로 석면 이외의 원인으로 발병하기 어려우며 원고들에게 석면과 관련된 특이한 직업력이 없다는 점을 종합할 때 회사가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의무 등을 소홀히 한 불법 행위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 이후 부산에서는 석면공장 인근에 살다가 악성중피종으로 숨지거나 석면폐증에 걸린 주민들이 비슷한 내용으로 소송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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