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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는 기초연금' 더이상 방치 말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민주당, 총선 공약 '줬다 뺏는 기초연금' 지켜라

2014년 5월 초순. 국회에서 기초연금법 통과가 임박한 시점. 어느 방송사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기초연금 관련 질문인데요. 이번에 기초연금법 제정으로 금액이 올라도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들은 아무런 혜택이 없는 거지요?"

"예?, 아…."

부끄러웠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몰랐다니...

순간 당황했다.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솔직히 당연히 기초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했다. 그런데 질문을 받는 순간.. '아….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쳤다. 가슴이 떨렸다. '만약 생계 급여의 보충성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면….'

"예. 확인해보고 알려 드릴게요." 전화를 끊자마자 국민기초생활보장 안내서를 찾아보고, 주민센터에 연락했고, 혹시해서 복지부에도 확인했다.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당시에도 기초수급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 10만 원을 '받았다 빼앗기고' 있었다. 이제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금액이 20만 원으로 오르면 또 20만 원 삭감당한다. 연금을 연구한다면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서둘러 교류하는 연대단체에 내용을 알렸다. 모두가 황당해 하며 분개했다. 정부에 문제 해결 요구서를 발송하고 광화문 1인 시위, 촛불 집회를 이어갔다. 그러는 즈음에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복지부는 계속 우리 요구를 무시했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출범하다

복지부의 태도에 분개한 연대단체들은 더 조직적으로 대응하자고 뜻을 모았고, 2014년 6월 말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을 위한 연대"가 발족했다. 노년유니온,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빈곤사회연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 20개 단체가 참여했다. 여기에는 지자체 예산 지원으로 운영되는 노인복지관의 연합체인 '서울시노인복지관'(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조직이 정부 대항 연대기구에 참여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서울역 앞 쪽방촌에서 활동하는 동자동 사랑방도 있다.

▲ '빈곤 노인 기초연금 보장연대'는 2014년 7월 1일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에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반대하는 도끼 상소 퍼포먼스를 벌였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그렇게 '줬다 뺏는 기초연금' 운동이 시작되었다. 너무도 황당한 일이였기에 우리가 힘을 모으면 조만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기초연금 시행일인 매년 7월 1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도끼상소를 벌여 왔다. 주말이면 거리에서 시민 홍보 및 서명대를 세웠고, 국회의원과 함께 관련 법안도 발의했다. 매달 열리는 '복지국가 촛불'에서 기초연금 요구를 외쳤고, 사회복지사들은 아침 출근길 7시 30분에 모여 기자회견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2016년 총선 공약 :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시민들도 점차 이 문제를 알게 되었다. 마침내 2016년 총선에서는 당시 야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모두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공약집에 담았다. 총선 결과도 희망을 주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패배하면서 국회 의석 구조가 여소야대로 바뀌었다.

▲ 더불어민주당(2016),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53쪽.

대선이 앞당겨졌다. 2017년 5월 대선을 바라보며 우리의 기대도 높아졌다. 사실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국회로 갈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 현재 매달 25일 기초수급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지급받는다. 그런데 이 기초연금이 기초생활보장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는 바람에 다음달 20일 지급되는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만큼 삭감된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의 내용이다.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시행령만 개정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 '줬다 뺏는 기초연금' 방치

그런데 아직 그대로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해가 바뀌었건만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계속되고 있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가 해결을 촉구하는 공문을 복지부에 보냈으나 돌아온 답변은 우리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공공부조)의 보충성 원리에 따라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내내 들었던 변명을 또 듣게 될 줄이야!

물론 공공부조의 기본 원리는 보충성 원리이다. 생계급여는 정부가 정한 기준선과 개인의 소득인정액 차이만큼을 보충해주는 제도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보충성 원리를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적용한 사례이다.

기초연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이후 도입된 노인 복지이다. 노인소득 상향을 위해 기초연금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보충성 원리를 적용한 결과 기초수급 노인보다 형편이 나은 비수급 노인들은 모두 20만 원의 가처분 소득을 얻었으나 수급 노인만 그대로이다. 기초연금으로 인해 오히려 노인간 소득의 역진적 격차가 커져버렸다.

올해 9월에 기초연금이 25만 원으로 오른다. 기초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을 25만 원 받고 다시 생계급여에서 25만 원 삭감당할 것이다. 2021년에는 기초연금이 30만 원으로 오른다. 다시 소득격차는 30만 원으로 늘어난다.

정말 문재인 정부는 이 '역진적 격차'를 계속 모른체할 것인가? 기초연금으로 인해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문재인 대통령은 응답하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
1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선다. 문재인 대통령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응답해야 한다.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노인이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되고, 이로 인해 노인간 가처분 소득의 격차가 커지는 사태를 계속 방치할 작정인가? 한시가 급하다. 지금도 매달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 이루어지고 있다. 9월이면 그 격차는 더 늘어난다.

해법은 간단하다. 대통령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고치면 된다. 소득인정액 산정 소득 범위에서 기초연금을 예외로 인정하면 되는 일이다. 이미 시행령에는 여러 예외 소득이 존재된다. 장애인이 받는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 아이들을 위한 영유아 보육료, 양육수당, 유치원교육비, 한부모 아동양육비, 그리고 희귀난치성 질환자, 만성질환자에 대한 지원금은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제외되고 있다. 해당 가구의 지출 특성을 반영한 조치이다. 또한 국가유공자의 생활조정수당, 참전유공자의 명예수당도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된다. 과거 활동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기초수급 노인의 기초연금도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제외하라. 근거는 충분하다. 장애인연금과 양육수당이 '가구 특성', 국가유공자수당이 '예우' 차원에서 다루어지듯이, 기초연금은 노인간 '형평성'을 이유로 소득인정액에서 예외로 인정하면 된다. 이는 기초연금으로 인한 역진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행정 조치이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이 시작된다. 한달 기간에 20만 명이 참여하면 대통령의 응답을 이끌 수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한다. 옆자리 지인들과도 함께. (☞국민청원 바로 가기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01273?navigation=petitions)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 운영위원장은 '빈곤노인을 위한 기초연금 보장 연대 공동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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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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