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은 기획사-아이돌 시스템 중심의 ‘케이팝’을 통해 2000년대 초반부터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2000년대 말 이후부터는 미주와 유럽을 포함한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비록 ‘한류’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불리고 있지만 동아시아와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의 케이팝은 수용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부터 팬 층의 구성 및 음악에 대한 인식까지 모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동아시아 권역에서의 케이팝은 이미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문화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지리학적 시장’ 상품의 일부로 소비되며 동아시아 지역문화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였다. 더불어 최근에는 동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케이팝 콘텐츠 및 그것을 만들어낸 시스템을 모방하고 자기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의 케이팝은 유튜브 중심의 디지털 미디어로 소비되며, 글로벌 팝음악 및 자국 음악의 대안이자 이국적인 음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주와 유럽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 동아시아 시장 편중이 갖게 되는 위험성, 그리고 동아시아 외 지역에서의 국가 브랜딩 전략의 일환으로서 케이팝 시장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필자)
한국 음악콘텐츠는 기획사-아이돌 시스템을 바탕으로 생산-유통되는 케이팝(K-Pop)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2015년 국내 음악산업은 전년대비 13.5%의 수출액 증가를 기록했고, 최근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7.2%에 달한다. 케이팝 음악콘텐츠의 수출, 즉 ‘음악한류’는 2000년대 초반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시작되어 2000년대 말부터는 북미와 유럽, 남미 등의 지역으로 차츰 확장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동아시아와 동아시아 바깥 지역에서의 케이팝 인기 현황과 특성은 케이팝이 인기를 얻게 된 시기부터 팬 층의 구성과 취향 및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모두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케이팝의 권역별 인기 현황과 특성: 동아시아 권역
우리나라 음악산업 수출액이 가장 큰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 음악산업의 일본에 대한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63.6%인 2억4237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우 2015년 8976만 달러로 전제 수출액의 23.6%를 기록했으나 성장세 측면에서는 전년 대비 70%로 매우 큰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동남아 지역은 2015년 4056만 달러로 10.6%의 비중을 차지하였다. 즉, 현재 우리나라 음악산업 해외 수출의 거의 98%가 동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한류 역사가 이미 거의 20년에 이르렀으며, 그 결과 한류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동아시아 지역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케이팝 시장으로서 동아시아 권역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동아시아 시장’이라고 하는, 다른 시장과는 구분되는 초(超)국가적인 미디어 소비 시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시장의 수용자들이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스스로의 ‘동아시아 문화정체성’을 확인․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아시아 수용자들에게 있어서 케이팝이 글로벌 영미대중음악과는 다른, 동아시아 지역 문화(regional culture)로서의 ‘문화적 근접성(cultural proximity)’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으로서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미국․서구 중심의 글로벌 문화콘텐츠나 자국(local/domestic) 생산 콘텐츠가 아닌, 비슷한 문화적 맥락을 공유하는 보다 더 넓은 지역 범위의 콘텐츠가 적극적으로 생산․유통․소비되는 시장을 영국의 미디어학자 헤스먼달은 ‘문화지리학적 시장(geo-cultural market)’이라고 규정하였다. 대표적인 문화지리학적 시장으로는 공통의 이념적 이데올로기(사회주의)와 경제체제(공산주의)를 바탕으로 과거 소비에트 연방과 동유럽 공산국가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동유럽 문화권’ 및 동일한 언어(스페인어)와 종교(가톨릭),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문화권’을 들 수 있다. 동아시아의 경우는 유교와 한자문화라는 역사적․전통적 요소와 더불어 20세기 이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과정을 통해 겪은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특히 1990년대 이후 시장 전반 여건의 성숙은 하나의 문화지리학적 시장을 형성하는 배경이 되었다.
동아시아 권역이 갖는 두 번째 특성은 해당 지역에서 케이팝 자체에 대한 소비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한 적극적인 ‘모방과 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케이팝의 기획사-아이돌 시스템 및 음악콘텐츠는 영미 및 일본의 음악산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나라의 음악을 참고대상(reference) 삼아 형성된 케이팝은 200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는 오히려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롤 모델(role model)’로 자리하고 있다. 모방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케이팝 남성 아이돌 그룹 B1A4를 거의 그대로 베낀 중국의 남성 그룹 ‘결승단(決勝團)’이나, 케이팝 여성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의 곡 <Nobody> 및 남성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링딩동>를 무단으로 번안하여 부른 캄보디아 그룹들과 같은 ‘초보적인 수준의 모방’이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기획과 육성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업계 실무자가 한국의 시스템을 태국에 접목하여 탄생시킨 여성 그룹 ‘캔디 마피아(Candy Mafia)’처럼 케이팝에 영미음악과 자국 음악의 요소까지 모두 섭렵하는 비교적 성숙한 수준의 창작이다. 더불어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취향의 자국 주류 대중음악을 ‘V-Pop’이라는 이름으로 칭하고 있는 베트남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동아시아 각지에서는 케이팝 음악 및 그와 결부되어 있는 패션, 춤, 뮤직비디오 등의 문화요소는 물론 케이팝 아이돌을 키워내고 관리하는 시스템 그 자체까지도 모두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돌 1세대’ 초기 한국 기획사들의 참고대상이자 ‘아이돌 음악’의 원조라고 부를 수 있는 일본조차 2000년대 말 무렵부터는 케이팝을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동아시아 권역에서 케이팝은 이미 동아시아 수용자들이 문화적 동질감을 느끼며 공유할 수 있는 지역 문화로서 자리 잡았으며, 이는 자국 음악과 글로벌 영미음악과는 다른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케이팝을 단순히 외국 음악콘텐츠 중 하나로서 수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케이팝을 참고대상으로 삼아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베끼기에서부터 취사선택과 능동적 해석을 통한 ‘토착화(indigenization)’와 새로운 창작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있다.
케이팝 인기 현황과 특성: 동아시아 외 권역
한류와 케이팝의 인기가 20년에 이른 동아시아 권역과는 달리,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 케이팝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말 이후의 일이다. 따라서 현재 동아시아 외 권역으로의 케이팝 확산은 현재진행형이며, 콘텐츠 수출 등을 통한 직접적인 수익 역시 아직은 그렇게 크지 않다. 2015년 기준으로 북미로의 음악콘텐츠 수출액은 109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0.3%를 차지했으며, 유럽과 기타 지역 수출액의 합계는 725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1.9%를 차지했다. 즉 동아시아 외 권역으로의 수출액은 2.2%에 불과하며, 이는 현재 케이팝의 해외 시장이 동아시아 지역에 편중되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러한 수치는 케이팝이 현재 해당 지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지만, 동아시아와 동아시아 외 권역 수용자들이 케이팝을 즐기는 방식의 차이와도 연관성이 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해외의 케이팝 팬들이 관련 콘텐츠를 접하고 소비하는 주요 방식은 바로 유튜브(YouTube)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이다. 최근 4~5년 사이 글로벌 수용자들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률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 IFPI)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음악 재생 횟수의 총합이 약 1450억 건, 유튜브와 같은 광고 기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음악 재생 횟수의 총합이 약 1720억 건을 기록하였다.
그 결과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재생 횟수는 전년대비 93%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와 비슷한 흐름은 영국과 독일처럼 음악 시장 규모가 큰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케이팝의 해외 소비 역시 유튜브 및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의존이 매우 크다. 특히 이미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현지 대형 사업자와의 음원 유통 계약 및 현지 에이전시와의 협업을 통해 체계화된 활동을 펼쳐온 동아시아 권역과는 달리, 동아시아 외 권역의 경우 현재 실물 음반을 적극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현지 법인이 설립된 경우가 드물다. 또한 홍보 여건의 미비 및 소규모로 넓게 산재(散在)되어 있는 팬 층으로 인해 지속적인 현지 순회공연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유튜브와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의존이 거의 절대적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의 케이팝 콘텐츠 유통은 유튜브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음원 배급 이외에는 공연과 팬미팅 등의 활동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 지속적인 기획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의 케이팝 수용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케이팝 수용 행위를 통해 느끼는 '동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인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동아시아 권역과는 달리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는 오히려 케이팝이 주는 문화적 이질감, 즉 ‘이국적임(exoticism)’이 수용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케이팝 음악이 보편적인 글로벌 대중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영미 대중음악과는 다른 ‘한국적인 요소(Korean-ness)’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음악과 차별화되고, 이는 문화적․정서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케이팝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한국적인 요소’라는 것이 반드시 한국 전통문화적인 요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국내의 한 국악 전공 교수는 <강남스타일>이 전통 휘모리장단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노래가 한국의 “문화적 DNA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곡”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케이팝 수용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그들은 케이팝에서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가 아닌, 영미 대중음악이나 일본 대중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글로벌함’을 훨씬 더 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록, 힙합, 재즈 등 기타 장르의 국내 음악계 역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역시 이러한 부분과 관련되어 있다. 한국의 록밴드나 재즈 연주자들이 해외 음악인들에 비해 음악적 실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음악 자체는 영미권의 글로벌 음악과 큰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동아시아 외 권역의 수용자들이 한국 음악에 기대하는 ‘이국적임’을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다. 비(非)케이팝 음악인들 중 유럽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 꾸준히 순회공연의 범위와 빈도를 확대하며 성공적으로 해외팬 층을 확장하고 있는 이들은 ‘잠비나이(Jambinai)’와 ‘이디오테잎(IDIOTAPE)’, '술탄오브더디스코(Sultan of the Disco)' 등이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수준에서도 굉장히 개성이 강한 독보적인 음악을 하는 그룹들이다. 이들의 성공 사례 역시 케이팝이 일종의 ‘대안 음악(월드뮤직)’으로서 동아시아 권역 외의 팬들에게 호소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다. 실제로 <강남스타일>의 히트 이전인 2011년에 작성된,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의 케이팝 관련 기사에서도 이러한 언급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케이팝 음악은 글로벌 시장의 주류 음악과는 다른 ‘새로움’을 그 무기로 하고 있으며, 이 ‘새로움’은 음악적으로는 역동적이면서도 힘이 넘치는 글로벌한 수준의 전자댄스음악이면서 힙합의 리듬감과 에너지도 갖추고 있고, 아울러 무대에서는 다른 나라 가수들이 거의 보여주지 못하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통해 구현된다. 여기에 ‘다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감성마저 주는 미국 음악에 비해 ‘보수적이고 순수한 감성’을 지니면서도 보이스와 믹싱, 춤에서 글로벌 최신 팝음악보다 더 발전된 형태를 구현하기도 한다는 독특한 개성 역시 케이팝의 이국적인 요소이자 한국적인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더불어 한국어 가사 역시 케이팝의 이국적임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의 사회학자이자 문화연구자인 모리 요시타카(Mori Yoshitaka, 2009)는 일본 대중음악에 대한 논의에서, 아무리 일본색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하더라도 그것이 일본어 가사를 갖고 있다면 그 음악은 자동적으로 ‘일본의 것’이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사실 이것은 대부분의 비영어권 음악에 적용되는 사실이다. 가령 스웨덴 출신의 그룹으로 미국 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아바(Abba)나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의 영어 가사로 된 노래들 속에서 스웨덴적인 어떤 것을 발견하기 힘든 반면 유럽의 작곡 팀이 만들고 프로듀싱한 전자댄스음악이라고 할지라도 한국어 가사가 붙는 순간 해당 노래는 글로벌 수용자들에게 바로 이국적인 한국의 케이팝으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케이팝 기획사들 및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동아시아 외 권역 시장 진출을 위해 세우고 있는 전략인 ‘무(無)국적화’, 즉 한국적인 특성을 최대한 지우고 보편적인 색채의 ‘무취(無臭)의 문화(odorless culture)’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과연 효과적인 전략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곡 <The Boys>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택한 전략 및 현지 수용자들의 반응에 대한 비교는 ‘한국적인 색채’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분명한 것은, 동아시아와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 수용자들이 케이팝에 기대하는 바가 다르며 케이팝이 지니고 있는 ‘한국적임 (혹은 이국적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수용자들의 일반적인 인식도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케이팝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 동아시아 외 권역으로
케이팝의 주요 해외 시장은 여전히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이며, 앞으로도 이 시장의 비중이 극적으로 낮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케이팝의 시장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첫째, 전 세계 음악 시장의 3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은 음원․음반뿐만 아니라 다양한 규모와 장르의 공연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또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태리, 스웨덴, 러시아, 스페인 등 국가별 음악시장 규모 20위권 안에 위치한 유럽 국가들의 비중의 합은 약 30%로 미국의 비중과 비슷하다. 따라서 동아시아 외 권역 시장의 중심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은 케이팝이 글로벌 대중음악 장르의 일부로서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50년대 말 브라질에서 형성된 음악 장르로 1960년대에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글로벌 인기 음악 장르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는 보사노바(Bossa Nova)나 아바, 록시트(Roxette), 에이스 오브 베이스, 아비치(Avicii) 등이 지속적으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스웨디시 팝(Swedish Pop)’이라는 용어를 정착시킨 스웨덴 음악이 이를 증명한다.
둘째, 문화적 근접성과 동아시아인으로서의 지역 정체성만큼이나 동아시아 지역에서 공유되고 있는 역사적, 정치경제적 갈등 역시 동아시아에 편중된 케이팝 시장의 확장과 다변화가 필요한 요인이다. 미국의 사드(THAAD,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 국내 배치가 결정된 이후 소위 ‘한한령(限韓令)’으로 불리는 중국 정부의 각종 제제는 케이팝을 비롯한 국내 문화산업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케이팝과 한류의 중요한 시장으로 국내 기획사들의 대형화․상장법인화를 이끈 원동력이었던 일본 역시 이명박 전(前) 대통령의 독도 기습 방문 및 일본 내 우익 정권 득세 등과 같은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한류에 대한 호응이 다소 약해졌다.
이는 역사적, 정치경제적 갈등이 문화 교류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이며, 한․중․일 간의 이런 갈등이 쉽사리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언제든지 비슷한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아시아 시장에 대한 지나친 편중과 의존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음악으로서의 케이팝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케이팝이 여전히 ‘한국’이라고 하는 국가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효과는 이미 한국이 널리 알려져 있는 동아시아보다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 역시 케이팝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 중 하나이다. 교환학생으로, 혹은 유학생으로 동아시아 외 권역에서 국내 대학교나 대학원으로 오는 학생들 대부분이 케이팝과 한류의 팬이라는 점, 한국 관광을 결정하는 중요한 동기 가운데 하나가 한류라는 점 등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더불어 케이팝 한류가 화장품이나 의류, 식음료 등과 같은 소비재 수출 견인 효과가 있다는 것 역시 연구자들은 물론 현장의 해당 산업 관계자들이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바이다. 즉 케이팝의 시장 다변화, 특히 동아시아 외 권역으로의 확산은 더욱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장 형성 및 국가 브랜딩(branding)에 있어서 중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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