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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정규직과 비정규직 싸움 왜 방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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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정규직과 비정규직 싸움 왜 방치하나

[민미연 포럼] 인천공항공사, 서울교통공사, 기간제교사 등 정규직 전환 현주소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몇 군데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데, 모두 다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에서 비롯했다. 당시 서울메트로의 외주업체 은성PSD의 비정규직이던 19세의 김 모 씨가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달려오는 전동차를 피하지 못하고 치어 숨진 것이다.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서울시는 급히 안전업무직을 신설하고, 이들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돌렸다. 그러나 무기계약직이므로 고용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반면 노동조건이나 기본급, 수당 등에서 정규직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수준에 있다.

문재인 정권은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직 차별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해 있었으므로, 집권하자마자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우선 주된 정책의 하나로 내세웠다. 취임 사흘 만인 5월 12일에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하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을 약속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천명한 것이 그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를 받아 7월 20일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래서 이 사안이 동력을 얻게 되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상시적, 지속적으로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 19만1000명과 파견·용역 노동자 12만1000명을 합해 총 31만2000명을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정규직화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모두 기존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해 주는 것은 아니다. 먼저 무기계약직으로 바꾸어 고용을 안정시켜주고 처우를 약간 개선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임금이나 처우는 기관별로 노·사·전문가의 협의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되어 있으며 이와 관련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은 없다.

그러나 우선 이 정도라도 끊임없는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으로서는 복음과 같은 소리이며 만약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문재인 정권의 중요한 치적의 하나가 될 것이다. 또 앞으로 민간부문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매우 클 것이므로, 한국 사회 내에서 거의 신분 차별 수준으로 벌어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는 단초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각 기관 단위에서 행해지는 정규직 전환이 그렇게 순조로울 것 같지는 않다.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해 서울메트로의 후신인 서울교통공사(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법인)에서, 또 기간제교사들의 전환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결국 정규직화 과정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의 전환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을 시사한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정규직 1200여 명에 비해 비정규직은 1만여 명으로 과도하게 많은데 이들을 60개의 하도급업체로부터 아웃소싱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력을 저임의 비정규직으로 운용하고 소수의 정규직은 고임금을 받는 구조이다.

그런데 정부와 공사 측이 이들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그들은 생명·안전과 관련된 1000명 미만의 소수 인원만 정규직화하고 이들도 공정한 절차를 통해 다시 시험 보고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목적은 가능하면 정규직 전환자를 줄여 자기들 처우에 영향을 적게 받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노조는 12월 26일, 정부의 압력 때문으로 보이지만, 소방과 보안검색 부문 3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7000명은 내년에 두 개의 자회사를 설립하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데 합의를 했다. 그러나 본사 직고용자는 물론 앞으로 자회사에 직고용될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분란이 생길 것이 분명하니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유예일 뿐이다.

서울시 산하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도 논란 중인 사안이다. 이 문제는 7월 17일 박원순 시장이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을 포함해 서울시 산하 11개 기관의 무기계약직 2442명을 전면 정규직화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러자 서울교통공사 노조를 비롯하여 서울시 산하 여러 기관의 정규직노동자들, 서울시교육청노조, 충남교육청 노조까지 함께 연대 모임을 결성하여 반대 투쟁을 하고 있다.

이들은 공채시험 없이 무기계약직을 전면 정규직화하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공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아무런 준비와 예산지원 없이 기한 정해 놓고 하는 획일적 전환 정책에 저항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아마 연내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 교사의 문제이다. 현재 각 학교의 기간제 교사는 3만2680명, 강사는 2만2738명으로(2016년 말 현재)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6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기간제 교사는 1년 단위로 학교와 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며 이들의 약 절반은 담임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정규직 교사가 사정이 있는 경우 그 자리를 임시로 메우는 역할을 했으나 교사가 모자라는 지금은 교육현장에서 사실상 뺄 수 없는 요소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사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예비교사뿐 아니라 양대 교원단체인 교총과 전교조가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교총은 처음부터 반대했으나 전교조는 전환에 우호적인 척하다가 결국 반대로 돌아섰다. 처우 개선은 필요하나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임용시험을 거치지 않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이 교사 임용제도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에서는 9월 11일 국공립학교 기간제교사 3만2734명에 대해 정규직화 불가 결정을 내렸다. 사립학교까지 합하면 4만6천명이다. 또 강사 가운데는 영어와 스포츠 전문강사 7000여 명은 전환 않기로 했다. 강력한 교원단체들이 반대하는 사안을 밀고 나가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는 현재 노·노 대결의 형태를 띠고 있고 정부는 그것을 팔짱을 끼고 관망하고 있다. 정규직들이 전환에 반대하는 표면적 이유는 자기들처럼 공개채용 제도에 따르지 않으므로 불공정하며 따라서 공채를 하든가 공채에 준하는 엄격한 자격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하나 실제로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누리던 기득권이 손상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경쟁자가 늘어나면 처우가 낮아질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회정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정규직들이 그 동안 고통 받아 온 비정규직을 위해 약간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무기계약직이라고 해도 정규직과는 처우에서 큰 차이가 나므로 그렇게 박탈감을 느낄 것 까지는 없다고 본다. 또 임용기준으로 반드시 시험만 보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그동안에 받은 교육경력이나 숙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규직이나 노조 단체들은 지나치게 이기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되며 우리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태도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려면 정부에서 보다 자세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서 정규직을 설득해야 하고 과도한 욕심을 부릴 경우는 제어해야 한다. 또 예산확보와 관련해서도 보다 적극적이고 확실한 언질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정규직도 자신들의 처우 변화에 대해 덜 불안해하고 정규직화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지금같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다툼을 방치하면 결국 사회적인 불안과 혼란만을 조성하여 우리 사회를 정규직화의 본래 목적과는 다른 갈등 양상으로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문재인 정권의 성공에 별로 도움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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