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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검풍(檢風), '죽은' 남기춘이 '산' 이귀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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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검풍(檢風), '죽은' 남기춘이 '산' 이귀남을?

[전망] 힘 받은 동부지검, 조연으로 등장한 <조선>·<동아>

이명박 대통령 집권 4년차를 들어 다시 검풍(檢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08년 국세청의 태광실업 탈세 의혹 고발에서 시작된 검풍이 노무현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 등 참여정부를 향한 것이었다면 이번 바람은 '살아있는 권력'을 향하고 있다.

아직까지 검찰이 청와대를 향해 칼 끝을 겨눈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서히 외곽에서부터 조여들어 가는 듯 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 동부지검의 장수만 방위사업청장 소환 조사와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수사 간섭' 의혹은 일견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정권 핵심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두 사건 모두 검찰의 운신 폭을 넓힐 수 있다.

"한화 건 보다 울산 건이 훨씬 죄질이 나쁘다"

▲ 지난 2009년 인사청문회 당시의 이귀남 장관ⓒ뉴시스
18일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정치적 스펙트럼이 상이한 세 신문이 일제히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수사 개입 의혹을 보도했다.

전날 <조선일보>가 '이 장관 측이 서부지검에 전화를 걸어 한화 관계자의 불구속 기소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

<한국일보>는 '이귀남 장관이 남 지검장의 인사 조치를 공언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지난 해 지방선거 직전 법무부 관계자들이 장관의 뜻이라며 울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된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기소하지 말 것을 울산지검장이던 남기춘 전 검사장에게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 인사는 "남기춘 전 검사장은 검찰에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역시 남자다'는 소리를 듣는다"면서도 "한화 건은 좀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화 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연달아 기각되고 수사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가 우려를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인사도 "처음에 민정수석실에서 큰 소리를 뻥뻥치더라"면서 "'확실하다. 구속 가능하다'고 큰 소리 치다가 영장 기각 당하고 그러지 않았냐. 그러면 법무부 장관이 한 마디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서부지검에 한화그룹보다 조금 빨리 들어갔다가 총수가 구속된 대기업 쪽 인사는 "비자금 문제를 따지면 한화가 우리보다 훨씬 더 액수도 크다. 왜 우리는 구속되고 저쪽(한화)은 불구속이겠냐? 뻔한 것 아니냐"며 '외압설'에 힘을 보탰다.

한화그룹에 대해선 상이한 주장이 쏟아지지만 울산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외압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당시 울산지역 한나라당 소속 일부 구청장들과 시군의원들은 울산지역 언론사에게 여론조사와 관련해 금품을 건넸다가 적발됐다. 남기춘 울산지검장은 이들을 모두 기소했다. 이들 중 일부 인사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고 일부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각각 중구청장과 동구청장에 당선됐지만 모두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남기춘이 옳았던 것이다.

앞서의 법조계 인사는 "울산 건은 남 검사장이 이 장관을 봐준 것이다. 그 때 (외압 사실을) 터뜨렸으면 일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명확한 사안인데 법무부 쪽이 '윗선'의 눈치를 봐서 움직인 것 아니냐는 것.

한나라당 인사들의 선거법 위반 적발 당시 울산의 지역신문은 검사장 출신 울산 지역구 의원과 판사 출신 울산 지역구 의원이 울산지검을 방문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게다가 당시 적발된 한나라당 동구청장 후보(추후 당선됐지만 당선 무효 됨)은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이기도 했다.

남 전 지검장 뿐 아니라 이귀남 장관이 압박을 받았을 만한 정황이 충분한 것이다. 어쨌든 남 전 지검장과 이귀남 장관의 악연은 오래된 것인데, 장수만 방사청장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갑자기 불거졌다.

옷 벗은 남기춘이 동부지검을 돕는 격

이귀남 법무장관의 외압설이 떠들썩했던 18일 서울 동부지검은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함바 게이트'에서 출발한 수사였지만 이제 관심은 특전사 이전이라는 대형 공사를 대우건설이 수주한 과정에 장 청장이 돈을 받고 개입했느냐 여부에 쏠려있다. 장 청장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고려대 선후배로 잘 아는 사이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가장 먼저 단독 보도한 사안이다. 그리고 전날 동부지검은 대우건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 인사는 "이귀남 장관의 외압설은, 그 실체와 별개로 청와대 민정 쪽과 법무부의 발목을 잡고 동부지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재원 동부지검장은 아주 명석한 사람인데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정보통으로 꼽히는 한 인사도 "동부지검이 아주 편하게 됐다"면서 "(청와대나 법무부가) 지금 어설프게 간섭했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는 분위기니 섣불리 못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검장 인사 시즌에 남기춘 전 검사장이 갑자기 옷을 벗고 나간 이후 법무부 측은 "우리와 관련 없다"고 손사래를 쳤고 김준규 검찰총장은 "장비가 떠났다"고 침통해 한 바 있다. 이 장관의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남 전 검사장이, 본인의 의도와 별개로, 친정을 돕고 있는 형국이다.

동부지검은 장 청장 뿐 아니라 배건기 전 감찰팀장과 최영 강원랜드 사장도 담당하고 있다. 장 청장과 이들의 의혹을 동부지검이 파헤친다 해도 청와대는 "건설 브로커와 연루된 개인적 부패다. 조직적 대형 권력 비리가 아니다"고 선을 긋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3주기, 집권 4년 차를 맞이해 '검풍'이 불고 있다는 것, <조선일보>, <동아일보>이 검찰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검찰, 청와대, 보수 언론의 보이지 않는 힘 겨루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은 1년 10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에 '어떤 선'에서 매듭이 지워질 것인지, 아니면 어떤 '신호탄'이 될 것인 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우리는 다르다'고 애써 다짐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조선일보>와 검찰이 가장 먼저 총구를 거꾸로 들이댈 것"이라고 예견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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