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최근 돌연 사표를 낸 배경에는 이귀남 법무부장관의 '불법 수사 지휘'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조선일보>는 17일 "지난달 법무부 간부가 서부지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법무부 장관의 뜻'이라며 한화그룹 전 재무책임자(CFO) 홍동옥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말라는 내용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감독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다. 과거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강정구 전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를 해 논란이 일었을 때도 서면으로 검찰총장에게 지시했었다.
법무부의 지시를 보고 받은 남기춘 전 지검장도 "수사 지휘를 하려면 검찰총장을 통해 서면으로 하라"면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사건은 한화그룹 비리 혐의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검찰은 CFO이었던 홍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 당하자 자료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 하려던 시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검은 지시를 거부하고 홍 씨를 비롯해 관련 피의자 5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 당했지만, 이 일로 남 전 지검장이 사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법무부는 이와 같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남 전 지검장은 <조선일보>에 "검찰을 떠난 사람이 말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귀남 법무장관이 김준규 검찰총장을 건너뛰고 일선에 직접 압력을 행사한 것이 된다. 이 경우 검찰 지휘부의 갈등은 물론, 일선 수사부서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치를 바로 세워야할 법무부 장관이 법질서를 뒤흔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감사원은 즉시 감사에 착수해 진실을 밝혀내고 그에 맞는 처벌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또 "재벌 친화적인 수사지휘가 있었다는 하나 만으로도 서민들의 마음은 저려온다"며 "이러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적 탄식이 그치질 않는 것이다. 재벌과 권력에게만 '따뜻한 법치'를 실현하는 나라는 법치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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