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8일 검찰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사표를 냈다. 서부지검은 한화 및 태광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해왔으나, 최근 수사에 어려움을 겪자 남 지검장에 대한 교체설이 나오던 터라 배경이 주목된다.
남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에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글을 올렸다.
'칼잡이'라 불리던 남 지검장이 떠남에 따라 서울서부지검에서 진행하던 한화와 태광그룹에 대한 수사의 향방이 주목된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1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을 구속하고 수사에 박차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광그룹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남 지검장이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화그룹 수사에서도 임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기도 했고, 주변에서는 '과잉' 수사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단 한화그룹 수사는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그룹 임직원 14명을 불구속 기소키로 하고 수사를 종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수사는 마무리 수순인 셈이다. 태광그룹 수사도 수사 초기 관측과 달리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 지검장은 특수수사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왔고, '강골 검사'로 통한다. 그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03년 대검 중수1과장 시절 대선자금 수사를 맡았을 때였다.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현 대법관)은 "대선자금 수사가 성공한 것은 남기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시 동기인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대선자금 수사 당시 '삼성에 찍힌' 검사 3인 중 하나로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 유재만 중수2과장과 함께 남 지검장을 꼽았다. 남 지검장이 대선자금 수사 당시 명동 채권 시장을 샅샅이 뒤져 삼성 채권을 찾아낸 뒤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을 찾아가 "이학수를 구속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이 애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2004년 6월 금융조사부로 넘어간 것은 남기춘 검사가 특수2부장으로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이후 몇 차례 검찰 인사에서 남 검사는 계속 불이익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삼성에 찍힌 검사'의 본보기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남 지검장에게 '당해' 본 사람들은 그를 좋게만 보지는 않는다. 한 법조계 인사는 그를 "가장 검사다운 검사"라고 표현했다. 검찰 권력을 가장 잘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한상대 서울고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구고검장에, 박용석 법무연수원장을 대검 차장에, 차동민 대검차장은 서울고검장으로, 황교안 대구고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조근호 부산고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옮기는 등 고검장급 인사를 순환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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