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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대통령'이 자초한 파국"…MB정부 인사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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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대통령'이 자초한 파국"…MB정부 인사 잔혹사

'MB식 인사'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반복될 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 위기로 이명박 대통령이 코너에 몰렸다. 야당들의 집중포화 속에 내정을 철회하거나,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과거의 패턴과 달리 여당인 한나라당이 먼저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한나라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절차와 방식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불쾌감마저 드러냈다.

하지만 이는 최측근들 외에는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인사관,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는 취약한 윤리관이 자초한 참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패로부터 학습하지 못하는 정권. 출범 초반부터 최근까지 낙마한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사례가 웅변하는, '공정사회' 대통령의 결코 변하지 않을 한계다.

남주홍, 박은경, 이춘호…"돌이켜보면 비극의 시작이었을 뿐"

'어린지 파동' 등 인수위원회 시절 몇 가지 구설을 제외하면, 유례없는 압승으로 대선에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의 첫번째 위기도 역시 인사문제로 찾아왔다.

고심 끝에 한승수 총리를 필두로 한 첫 내각명단을 내놨지만 곧 '부자내각'이라는 비아냥에 직면해야 했다. '고소영, 강부자'라는 신조어도 이 때 탄생했다.

병역면제 후보자가 38.5%, 이중국적은 21%, 1인당 주택 3.6채와 토지 4건이라는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 첫 내각에서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끝내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남주홍 후보자는 극우적 통일관 외에도 교육비 이중공제와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도덕성 논란에까지 휘말려 낙마했고,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농지의 불법취득 의혹, 이춘호 여성부 장관 역시 부동산 투기로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유방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남편이 기념으로 오피스텔을 사 줬다(이춘호)", "나는 그저 자연을 사랑했을 뿐(박은경)"이라는 등 명언 아닌 명언까지 남겨 세간의 화제를 불렀다.

상처만 남긴 채 낙마한 인사들이 이후 '한 자리'씩을 차지했다는 점도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이들은 현재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남주홍), 역시 외통부 산하에서 수자원협력 분야 외교를 담당하는 대외직명대사(박은경), EBS 이사장(이춘호) 등으로 일하고 있다.

▲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뉴시스

아! 천성관…'민정수석 정동기'는 뭘했나

이듬해인 2009년 7월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 23일 만에 물러났다. 스폰서 의혹과 국회 위증 논란 등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는 강남의 고가 아파트 매입자금 중 15억5000만 원을 지인인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차용하고, 함께 해외 골프여행을 다녔다. 또 다른 사업가로부터는 회사 명의의 차량을 후보자 가족이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부실검증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최근 터져나온 정동기 후보자의 의혹들이 '천성관 사태'의 그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는 이야기다.

천성관 파동 이후 청와대는 고위공직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자기검증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등 제대로 된 '인사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자격없는 인물을 후보자로 내세울 경우 정권에 오히려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인사기획관도 신설키로 했다.

하지만 인사기획관은 단 한번도 임명되지 못한 채 1년4개월 만에 슬그머니 폐지됐다. "적임자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인선을 미뤄 오다 결국 대통령실장이 인사기획관의 역할을 함께 맡는 선에서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정치권과 청와대 안팎에선 인사기획관 자리를 놓고 "정권 실세들 간의 견제와 이전투구가 너무 심해 아무도 임명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정설로 통한다.

▲ (왼쪽부터)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이들은 지난 8.8 개각 인사파동의 주역이었다. ⓒ뉴시스

김태호, 신재민, 이재훈…"인사시스템 보완했다더니"

집권 3년차인 2010년에도 인사파동은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8.8 개각을 통해 내정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역시 스폰서 논란과 각종 투기의혹 끝에 도덕적 치명타를 입고 무너져 내렸다. 특히 '40대 총리'로서, 지리멸렬한 여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잠재적 대선 후보으로서 화려하게 부상한 김태호 후보자의 낙마는 치명적이었다.

끝까지 이들을 두둔하던 청와대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들과 증폭된 세간의 비난 여론에는 버티지 못했다. 김태호 후보자는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썩은 양파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고 쓸쓸하게 퇴장했다.

명백한 현행법 위반인 위장전입을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항변하던 신재민 후보자도 마찬가지였다. 이재훈 후보자는 각종 투기의혹 중에서도 악질로 손꼽힌, 배우자의 '쪽방투기' 논란 끝에 사퇴했다.

'위장전입은 필수, 부동산 투기와 스폰서는 선택'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천성관 사태 이후 도입한 '자기검증서'도 별무소용이었던 셈이다.

▲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이번 '정동기 파동'으로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본격적인 레임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의 해법은 또 다시 '시스템의 보완'에 맞춰졌다. 자기검증서를 200여 개의 항목으로 확대해 작성토록 했고, 자체적으로 모의 청문회도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도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는 장치로 작동하지 못했다.

확대·강화된 자기검증서의 기준에 따르면 정동기 후보자는 결코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인물이다. 검증서 항목에는 "퇴직 후 퇴직 전 맡은 업무와 관련된 기관에 취업한 경력이 있느냐"는 등 전관예우 문제를 검증할 수 있는 항목이 5개에 이른다. "재직 중 연가 등 조치 없이 학교를 다닌 적 있느냐"는 대목도 정동기 후보자의 학력취득 의혹과 맞물린다.

"철저하게 검증했다"?…참을 수 없는 '도덕률'의 천박함

이명박 대통령의 반복되는 인사실패는 사회 지도층, 부유층에 만연해 있는 도덕 불감증과 이같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대통령 본인, 나아가 주변 인사들의 합작품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하기야 이 정부 들어 위장전입이나 병역문제, 세금탈루, 어지간한 정도의 치부(致富) 행각은 특별한 결격사유도 되지 못했다.

특히 전관예우 관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떳떳하지 못한 돈을 챙긴 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 앉아 사정의 칼을 휘둘렀고, 나아가 공직사회 기강을 책임져야 할 감사원장에 내정된 대목은 그들만의 '패거리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아무리 시스템을 잘 갖춘다한들, 그것을 운용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동기 후보자를 끝내 감사원장에 내정해 발표했다. '4대 권력기관장' 중 하나로 꼽히는 감사원장에 측근이 아닌 인사를 앉힐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일까.

게다가 청와대는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공정한 법 집행과 공직기강 확립에 성과를 거두는 등 개혁성과 추진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조직 안팎에서 강직하면서도 신망이 두터운 덕장형 리더로 정평이 나 있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직사회를 구현하며,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국가기강의 중추적 기관장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극찬을 늘어놓기까지 했다.

여당인 한나라당마저 등을 돌리면서 본격적인 '레임덕의 신호탄'이라고까지 평가받는 이번 '정동기 파동'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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