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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모든 조건 충족"…MB판 '엑소더스'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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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모든 조건 충족"…MB판 '엑소더스' 시작되나

[분석] '생존'을 위한 몸부림…한나라, 정동기 파동 '선상반란'

각종 의혹에 휘말린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부마저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10일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집권 4년차에도 "우리 갈 길을 가겠다"던 청와대도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믿었던 여당마저 등을 돌리면서 본격적인 레임덕, 말 그대로 MB판 엑소더스(exodus)가 코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준투표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한나라당은 이를 '레임덕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안상수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후보자는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며 "정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고, 또 이 정부와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국회 인준 투표일에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국정수행에 더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더 큰 악영향을 주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확신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미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오히려 야당에게 대여공세의 장을 허용하게 될 뿐 아니라, 인준 과정에서 정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파장이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가 일주일 남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여당이 '정동기 사퇴카드'를 제기한 것은 이같은 측면을 고려한 일종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고려해 험악한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날 회의에서 홍준표 최고위원은 "당당한 한나라당이 돼야 내년 총선과 대선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정부와 정부의 인사나 정책이 잘못됐을 때는 과감하게 바꾸고, 고치고, 바로잡아서 국민 앞에 당당한 한나라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親朴)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정동기 후보자의 전관예우 논란을 언급하면서 "만일 우리가 '공정사회'에 대한 개념과 기준, 각론을 마련했다면 공직인선 과정에서 전관예우 문제가 이처럼 재론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상수 대표께서 당청관계를 바로세우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특별한 각오와 지시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가 한나라당의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현실적으로 믿었던 여당마저 등을 돌린 마당에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내정을 철회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사퇴하더라도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주도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거론하는 등 후폭풍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연말 예산안 '날치기 파동' 직후 불거진, '새로운 당청관계 정립'의 필요성에 대한 여권 내부의 논의도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실제 '정동기 파문'을 바라보는 여권 내부의 분위기는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감사원장은 국회에서 인준투표를 해야 하는데, 최고위원 전원이 임명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할 정도라면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분포는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동기 불가론'이 확산된 상황에서 인준 투표를 진행할 경우 여당의 반란표로 인준 자체가 부결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여당의 반란 + 정보의 유출 + 유력한 차기 주자 = 전형적 레임덕 징후"

게다가 정동기 후보자는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손꼽히는 감사원장 후보자에 내정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단순히 '원 오브 뎀' 장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레임덕 예방 차원'이라는 한나라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문이 본격적인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읽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정치컨설턴트 '민'의 박성민 대표는 "통상 레임덕의 징후는 정부의 정책이나 인사에 대한 반란, 기밀사항 등 정보의 유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의 존재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고 짚었다.

최근 민간인 사찰 파문에서 나타났듯이 검찰의 수사정보가 그대로 야당에 흘러들어가는 등 정보의 유출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인데다, 한나라당이 '정동기 불가론'까지 제기하고 나서면서 여당의 인사 반란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민 대표는 "여권의 대선 후보군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노태우 정부 당시의 YS(김영삼 전 대통령), YS시절의 이회창 후보처럼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즉 이번 정동기 파동으로 레임덕의 모든 조건이 충족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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