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심리전의 일환인 서부전선의 애기봉 등탑 점등과 관련해 국방부 김관진 장관은 21일 "(북한군이 포격한다면) 과감하게 응징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연평도 사격 훈련에 이어 또 다시 한반도에 '전쟁 공포'가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이 "오늘 서부전선 애기봉의 등탑 점등식이 예정돼 있는데 북한군의 포격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애기봉 등탑 점등은 이날 오후 5시 45분에 예정돼 있다.
김 장관은 이어 "등탑은 순수한 종교 시설이고 점등도 종교 행사일 뿐"이라며 "북한이 등탑을 선전 수단으로 오인해 도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럴 경우 엄청난 국제적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2사단이 관할하는 경기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 등탑은 2004년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모든 선전 수단을 제거한다는 합의에 따라 점등을 중단했었다. 남북간 긴장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6년 6개월 여만에 재점등 되는 셈이다.
김 장관은 "순수 종교 행사일 뿐"이라는 등탑 행사에 대한 군 대비태세를 챙기기 위해 국회 긴급 보고를 2시간 50분만에 마치고 국회를 떠났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에는 갑자기 잡힌 청와대의 긴급안보관계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에 출석하자마자 청와대로 발길을 돌려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에게까지 불만을 사기도 했다.
북한은 전날 <노동신문>을 통해 등탑 점등을 명시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심리모략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이는 새로운 무장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이라고 경고했었다. 대북 심리전 재개는 북한에 매우 민감한 이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내 정치용으로 강경책을 편다"는 해석과 함께 "정부가 마치 '제발 도발해 주세요'라고 북한에 빌고 있는 것 같다"는 극단적인 분석까지 나온다.
한나라당 소속 원유철 국방위원장도 "등탑 점등으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 긴장 분위기와 관련해 우려를 표한 뒤 "장관이 이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가야 한다. 추가 질의는 꼭 하실 분만 하라"면서 여야 국방위원들에게 대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정무적 판단으로 국내 여론 안정시키려 사격 훈련"
전날 연평도 사격이 국내 정치용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날 김 장관이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연평도 사격 훈련은 남북 긴장감이 고조될 때 과시용으로 한 것이고, 연평도 포격 때 대응 못한 군의 안보 무능, MB정부의 안보 무능, 외교 무능을 만해하려는 생각에서 한 것 아닌가"라고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질문하자 김 장관은 "정무적 판단이기에 사격훈련을 함으로써 (국내 여론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용 성격이 있었다는 것.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사격 훈련은 합참의장의 건의를 받고 장관이 날짜를 정했고, 이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통상 훈련'은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는 관례도 깬 것이다. 결국 군과 청와대가 사전에 공감대를 형성해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우리 국민은 전쟁 우려를 항상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냐"며 "정부가 불안을 에스컬레이트(증폭)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사격 훈련에 대해서는 보수 여론도 좋은 편은 아니다. 군 출신의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은 "국무위원들이 수고했다고 하고 (사격 훈련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한다고까지 하더라"며 "당한지 1개월 후에 웃통 벗고 복싱한다고 몸 과시하고 (북한에) 오라고 하니까 얘들이 안왔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고 죄송하다고 해야 한다. 축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이 "축하는 안했다"고 대꾸하자 이 의원은 "나도 군 출신이다. 그런 얘기(김 장관에게 '축하한다'고 한 얘기)를 들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김 장관은 "주한미군 병력 수 뿐 아니라 전력 증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문에 "주한미군 전력 증강 말씀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며 "(미국에 병력 증강 요청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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