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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텐트론, 한국정치 후퇴시킬 위험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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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빅텐트론, 한국정치 후퇴시킬 위험한 발상"

[진보의 재구성, 길을 묻다⑥] 안효상 사회당 대표

20년 만에 돌아온 정치의 해, 2012년 야권에서 최고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연대'다. 선거연합이냐 통합이냐, '오른쪽 끝'과 '왼쪽 끝'은 어디까지인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야권의 단일화가 대선 승리의 기본 조건이라는 공감대는 날이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의견들이 하나로 모아져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정치대통합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희 최고위원이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주자들을 만나 릴레이 인터뷰 '진보의 재구성, 길을 묻다'를 <프레시안>과 함께 진행한다. 이 릴레이 인터뷰는 진보대통합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관련 논의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시도다.

정 최고위원은 조국 서울대 교수를 시작으로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이수호 민주노총 지도위원, 김세균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련) 상임대표 겸 서울대 교수,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을 만날 예정이다. <편집자>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월급을 준다? 참정권과 마찬가지 경제적 평등권"

정성희 : 사회당 대표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청년진보당부터 1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먼저 사회당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주시죠.

▲ 안효상 사회당 대표. ⓒ민주노동당
안효상
: 1998년 청년진보당으로 창당했고 2002년 사회당으로 당명을 개정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없거나 지지율 2% 이하의 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정당법 때문에 해산과 재창당을 거듭하고 한국사회당, 희망사회당, 사회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기본 정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 기본 정신이란 1987년 이후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사회당과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만 진보이념정당으로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것이 당시 과제라 생각하여 통합의 길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방향에서 2002년 대선에서 사회주의 대통령이라는 구호로 사회당 독자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보의 가치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게 진보 운동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죠. 저희는 2002년 대선을 가치 선거 혹은 정체성 정초 선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외양적으로 별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사회당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는 민주노동당과 달리 노동 기반이 약한 당이었습니다. 2002년 이후 당세가 좀 줄어들었습니다만 그 시기는 새로운 진보의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1990년 후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제기되기 시작한 소수자의 권리에 주목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 운동과 결합하려고 한 것입니다. 이외에 여성, 환경 등 흔히 새로운 사회 운동의 주제를 진보의 가치와 의제에 통합하거나 연대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가 2006년에 채택한 '탈배제 강령'입니다. 탈배제 강령의 사상적 기초는 금민 전 대표가 주장한 사회적 공화주의입니다. 사회적 공화주의의 문제의식은 국가 정치의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가 입니다. 이때 동등하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동등하다는 것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하나의 정치공동체로서의 공화(주의)국이 온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이런 공화국의 구성과 작동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향을 한 마디로 탈배제 강령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탈배제 강령을 실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기본소득을 부속 강령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정성희 : 사회당이 국민들에게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기본소득제'는 어떤 정책입니까?

안효상 :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공유하고 있는 '기본소득'의 정의는 정치 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즉 자격 심사나 노동의 부과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그러한 근거는 정치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시민으로서 동등한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정치 공동체는 우선적으로 국가이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지역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지구적인 차원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시사지에서 기본소득을 다루면서 표제어로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월급을 준다"라고 했는데, 이를 보고 황당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참정권을 가지고 있듯이 경제적으로 동등하기 위한 기본 조건을 기본소득이라는 방식으로 부여하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80년대부터입니다. 유럽 좌파의 일부가 기본소득을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서유럽 복지 국가가 지닌 한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서유럽 복지국가 혹은 사회민주주의가 자본주의의 장기 호황기에 가능했고 관료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공산주의 나라들의 경우 (물론 여기서도 관료제적 성격을 지적할 수 있지만) 물질적 평등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지만, 정치적 자유나 개인의 자율성 등을 제약이라는 대가가 있었습니다. 70년대 이후 두 유형 모두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기본소득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자는 고민 속에서 나왔습니다. 정치 공동체의 동등한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제공하면서도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존중하자는 것이지요. 게다가 기본소득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오늘날 특히 시대적 적실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아직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일종의 워킹 그룹인 기본소득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게 2009년입니다. 2010년 1월에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를 계기로 진보 지식인과 노동 운동계에 확산되었습니다. 올해 여름에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13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서 17번째 지부로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실천적 운동으로 전환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독일의 경우 좌파당이 기본소득을 실천 강령으로 삼고 있고, 좌파당의 비중에 따라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브라질의 경우 아직 실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입법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일본과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소규모나마 사회 운동으로 진행 중입니다. 이에 사회당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등과 함께 내년에 기본소득을 청년 운동으로 벌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최저 임금 인상 및 노동 시간 단축 등 우리의 노동 사회가 직면한 여러 과제와 함께 이루어질 것입니다.

기본소득의 재원과 관련하여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존의 질서를 그대로 놓아두고 기본소득이 도입되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기본소득은 정책이자 현실적인 운동입니다.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투기불로 소득에 대한 중과세, 금융 자본에 대한 규제와 통제 등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 자체가 부의 재분배 및 새로운 경제 대안을 둘러싼 투쟁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 대선, 어떤 쟁점인지가 중요하다"

정성희 : 2012년까지의 향후 정세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지요?

안효상 : 2012년은 한반도 및 한반도 주변 주요 나라들에서 선거를 비롯한 정치 일정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선거 자체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어떤 쟁점이 부각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몇 가지 요인 때문에 2012년을 중요한 해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지구적 차원에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가 한숨 돌린 듯이 보이지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2008년 경제 위기에 대해 세계 여러 나라는 과거와 달리 일치된 행동을 함으로써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취한 조치들은 신자유주의의 기본 체제는 그대로 놓아둔 채 막대한 공적(?) 자금을 주로 금융권에 퍼부은 것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실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격심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부에 엄청난 재정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경제학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더블딥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 더블딥은 급격한 붕괴라기보다는 경기 하강과 위기의 지연이라는 모습을 띨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구적인 차원의 경제적 압박한 국제적, 국내적 갈등을 심화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장기적으로 미국의 하락과 중국의 부상이 있으며, 앞으로 얼마간의 균형 상태 속의 이행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때 이행이 자본주의 세계 체제 내의 헤게모니 국가의 교체인지 아니면 더 근본적인 체제 전환인지를 지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급격한 변동이 있을 것이고, 이는 국가 간 갈등과 사회 내 갈등을 수반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경우 이명박 정권을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도 이야기하는 바입니다. 더구나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것도 환율 효과와 특정 부문에 대한 재정 투입으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입니다. 그렇기에 경제 침체 및 이로 인한 민중 생활의 어려움은 쉽게 예상할 수 있으며, 민중의 생존권 투쟁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향후 2년간의 정세입니다. 지난 지방 선거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무상 급식이나 최근 누구나 복지를 주장하는 것의 한 가지 배경이 이런 경제 상황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 이명박 정권은 한반도의 위기를 심화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 정부가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한 것은 자신의 지지층에 대한 아첨이거나 무능 때문일 것입니다. 어쨌든 그 결과는 이번 연평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한반도 민중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커다란 위기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명박 정권이 자기 이념과 무관하게 최소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2012년에 정권 교체를 내다볼 수 있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한반도의 위기 심화는 일본이나 미국의 일부 우익을 제외하면 누구도 바라지 않는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지정학적 맥락에서도 2012년 정권 교체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종합해 보면 2012년은 위기에 빠진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모색하고 제출하는 시기일 것이며, 낡아빠졌지만 여전히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때입니다. 그리고 한국 정치의 구조로 볼 때 2012년 대선이 이런 방향의 격돌장이 될 것이고, 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무조건 '보편적 복지'만 외치는 것은 공염불"

정성희 : 이런 정세 속에서 진보정치세력의 핵심과제는 무엇일까요?

안효상 : 저는 이번에야말로 한국 진보 세력이 현실 정치 세력으로 제대로 자리 잡을 때라고 봅니다. 다 아시다시피 분단과 냉전이 규정하는 한국의 정치 지형도에서 진보 세력은 오랫동안 제대로 자리 잡기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 2004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것은 한국 진보 정치 운동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었어요. 하지만 시대의 변화, 즉 신자유주의의 급속한 전개로 인한 노동 사회의 변화 및 다양한 진보적 가치의 출현에 따라가지 못한 게 이후 진보 정치 진영이 위기에 빠진 원인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2012년에 한국 정치 지형을 보수-중도-진보의 3분 구조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진보의 내용을 혁신하는 한편, 그런 진보를 힘 있는 정치 세력을 구성하기 위한 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 마디로 혁신과 통합의 변증법이겠지요. 이때 혁신의 내용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과 한반도 평화 체제의 모색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외에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포괄할 수 있는 정신적, 도덕적, 정치적 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보편 복지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복지 동맹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복지담론의 보편화는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복지 국가의 황금기는 자본주의의 장기호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경제 위기의 시대, 아니 신자유주의 자체의 위기 시대에 복지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서는 보편 복지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진보적인 경제 대안과 함께 보편 복지가 제기되어야 현실성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의제가 될 것이라는 거죠. 이 문제와 관련해서 2007년에 대선에서 제대로 다루어지 못한 경제 문제가 2012년까지는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것이고 진보 진영도 여기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 체제의 수립과 관련해서는 남북 양자 회담과 국제적인 다자 회담이 조속히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연평도 사건으로 당장 진행되기 힘든 조건이라는 것은 감안해야겠지만 힘의 충돌로 해결될 문제는 전혀 아닙니다. 평화 체제 수립과 연관되어 있는 게 통일 문제인데, 현재 남북한의 역관계나 국제적으로 북한이 처한 상황으로 볼 때 통일 논의는 자칫 잘못하면 흡수 통일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평화 체제조차 수립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2012년, 진보정치 집권으로 가는 출발점"

정성희 : '진보대통합에 기초한 올바른 범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2012년까지의 정치노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른바 '빅텐트'=범야권단일정당론을 어떻게 보십니까?

안효상 : 글쎄요. 제가 앞서 말한 과정을 통해 2012년까지 힘 있는 진보 정치 세력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아마 진보 정치 세력의 독자 집권을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2012년의 진보 정치 집권의 해라기보다는 집권으로 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2년에는 정권 교체를 이루면서도 진보 세력이 독자적인 세력으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고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입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진보대통합에 기초한 올바른 범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적 정권 교체'가 그런 것이라면 동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어떤 진보대통합을 이룰 것인가, 올바른 범야권연대가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빅텐트론'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한국 정치, 진보 정치를 후퇴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발상이 나온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나는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시기를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보는 상황 인식이며, 다른 하나는 한국의 정치 제도가 진보 정치 세력에게 주는 어려움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상황을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시기, 일부 학자들이 포스트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시대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의 제도는 갖추어져 있고, 어느 정도 작동하기도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비민주적이고, 대중은 탈정치화된 상황이라는 거죠.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런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힘이라 할 수 있는 지구적 거대 기업 (한국의 경우 대표적인 예는 삼성입니다)의 힘을 제어할 수 있는 정치와 운동이 필요하며, 이를 시민의 정치적 활성화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이런 정치 상황에 기대고 있는 민주당 혹은 국민참여당과 함께 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정치 제도와 관련해서는 제도를 고쳐나가야지 거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정도로 이야기하죠. 당장 들 수 있는 개선 방향으로 완전 비례대표제와 결선 투표제 도입이 있습니다.

"국민참여당, 신자유주의 정권의 담당자였다"

정성희 : 굳이 개념 정리하자면 선거연합을 진보대연합, 조직통합을 진보대통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보대통합의 기준 가치는 무엇이며, 참여 주체는 누구입니까? 사회당은 진보대통합에 참여할 의사가 있습니까?

ⓒ민주노동당
안효상
: 당연히 사회당은 진보대통합에 참여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사회당이 이제까지 보였던 모습에 대한 인상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그 동안 소수파로서 활동한 것은 마냥 소수파로 남겠다는 게 아니라 진보 세력이 이런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쨌든 지금의 진보 혁신과 통합 논의는 사회당이 그간 해왔던 활동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연합이야 당면한 과제나 정책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니 굳이 지금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보대통합에 대해 말씀드리면, 당연하게도 현존 사회의 급진적 변화를 모색하는 게 진보의 가치이자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20세기의 경험 속에서 그것을 사회주의나 사회민주주의 등으로 명명하기 어려울 뿐이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치나 방향뿐만 아니라 여러 정치 세력이 주장하는 대안이나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과거의 기록도 주요한 참조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볼 때 현실 정치 세력을 따지자면,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처한 위기, 즉 신자유주의의 광폭한 확산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고, 이에 대한 대안도 일부에게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진보대통합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당으로 볼 때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이 해당할 것이고, 진보통합정당을 더 힘 있게 만들기 위해 진보적 지식인과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계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진보대통합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에 혁신을 통한 화학적 결합이 필요합니다.

사실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세력이고,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신자유주의 정권의 담당자였습니다. 또한 지금도 주요한 정치가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별로 바뀐 것 같지 않고요. 그럼에도 국민참여당이 끊임없이 통합의 대상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노무현 현상이라고 부를 만한,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역동적인 대중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냈던 정치 세력이라는 것 때문이라고 봅니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 시도는 국민 대중에게 참신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거꾸로 보자면 그동안 진보 정치 세력의 변화를 추구하는 역동적인 과정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정당으로서 국민참여당은 진보대통합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런 개혁 정치와 참여 정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노력이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성희 : 진보대통합 과정의 예상되는 내부 쟁점, 예를 들어 다양한 이념과 가치의 차이 인정, 반북과 종북 이미지를 극복한 연북, 선택적 범야권연대, 패권주의와 분파주의를 극복한 민주적 운영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안효상 : 패권주의 및 분파주의와 관련해서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다수파가 책임 정치를 하되, 소수파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와 제도가 마련되는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세력이 모인 정당의 활동이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 또한 정치력의 문제라고 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예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다양한 이념, 가치와 연관되겠지만 북한에 대한 태도 등은 쉽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현실의 압력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정도의 변화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치라는 게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념은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말하는 혁신이란 게 그런 것이겠죠.

지금 잠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급진적 대안과 한반도 평화의 추구가 주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두 가지가 같은 범위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좀 더 미묘할 것입니다. 하지만 크게 보아 이 두 가지 내용을 추구하는 진보 정치 세력의 등장이 2012년에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성희 : 지난 12년간 신념에 충실해 열심히 활동해왔습니다. 이제 소수 정당으로 남기보다 2012년 정치적 격변기를 앞두고 진보대통합의 주체로 참여하기 바랍니다.

안효상 : 2012년은 진보진영이 재 정렬해서 앞으로 나가야하는 시기입니다. 사회당도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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