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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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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정욱식 칼럼] 文-트럼프 정상회담, 이것만은 꼭!

'광자(狂者)의 게임'이 난무하는 한반도,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광자의 게임의 두 주연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두 지도자의 언행은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이들은 "힘에 의한 평화"를 신봉하면서, 군사력, 특히 핵무기가 안보를 지켜주고 자신의 입장을 타자에게 관철시킬 수 있는 외교적 힘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또한 '내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지?'라는 약 올림 섞인 언행을 통해 상대방에게 혼란스러움과 공포심을 심어주려고 하는 전형적인 '미치광이 이론'의 신봉자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트럼프의 '치킨 게임'을 위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보다 못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미 관계를 중재하겠다며 "북한에 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할 정도이다. 유엔 사무총장, 스위스, 스웨덴, 독일 정부 등도 모종의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결국 북미 간의 담판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김정은과 트럼프의 이성이나 타자들의 중재 시도에 한반도의 운명을 맡겨놓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엄중하다. 문재인 정부와 우리 국민이 거대한 무기력에서 깨어나 반전(反轉)을 도모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인 것이다.

100일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이를 위한 유력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평창 행사를 평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참가를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한편, 유엔 총회에서 올림픽 기간 중에 전 세계의 분쟁 중단을 촉구하는 '휴전 결의안'을 제안했다.

▲ 지난 7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G-200, 2018,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다짐대회에 참석해 홍보대사 명함을 받고 있다. ⓒ청와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선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 상태에 있기 때문에 휴전 결의 자체가 어색하다. 이에 따라 내년으로 65주년을 맞이하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철학과 비전이 요구된다. 필자가 '쌍개시'를 제안한 까닭이다. (☞관련 기사 : '쌍중단'이 비현실적? '쌍개시'로 위기 돌파해야)

무엇보다도 시기적으로 동계 올림픽(2월 9일~25일) 및 패럴림픽(3월 9일~18일)은 한미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계획과 조우하게 된다. 자칫 한반도 긴장 상태가 한미군사훈련과 맞물리면서 평창 대회가 '폭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는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게 평창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한미군사훈련의 일시 중단을 제안할 수 있는 유력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1월 7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러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도발적인 언행으로 인해 한반도 위기를 걱정하는 세계인의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서는 평창 올림픽 참가 보이콧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평화 올림픽을 위해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의 일시 중단을 선언하면, 국제사회의 강력한 지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역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국가인 만큼 평창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미국 정부로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올림픽의 정신이 '평화'인 만큼 그 정신을 세계의 화약고로 급부상한 한반도에서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내년도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일시 중단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반드시 합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 그 사유로 굳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올림픽 정신에 따라 평창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조치라고 발표하면 그만이다. 이렇게만 해도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우선 군사 훈련 중단 발표는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다. 북한은 9월 13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현재까지 올해 들어 가장 긴 기간 동안 도발을 자제해오고 있다. 이러한 도발 자제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한미 양국은 명분을 세우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탐색할 수 있다.

거꾸로 한미 양국이 평창 대회를 위해 군사 훈련을 중단키로 하면, 북한 역시 도발을 자제하면서 대화에 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군사 훈련 중단 발표가 북한의 평창 대회 참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초대장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나비 효과'는 한중관계에도 미칠 수 있다. 사드 문제로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중관계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 훈련 일시 중단은 중국이 줄곧 주장해온 '쌍중단'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한중관계가 틀어진 이유에는 문재인 정부가 '쌍중단'을 일축한 데에서도 있는 만큼, 한미정상회담에서 군사 훈련 일시 중단을 발표하면 한중관계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과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평창 대회 참석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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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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